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 열풍,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 열풍,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2.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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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18일째인 22일, ‘관람객 2만 명’ 돌파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展에 연일 관람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정재계, 문화예술계, 종교계를 비롯한 주요 사회인사들의 소리 없는 방문을 비롯해, 하루 평균 1,000명, 주말 4,000여 명이 줄지어 관람하며, 전시 18일째가 된 22일로, ‘관람객 2만 명’을 돌파했다.

▲ 박노해 작가가 사진전 개관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개최된 <다른 길>展은 특히, 주말에는 50미터 이상의 대기 행렬로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임현수 팀장은 "국내 현역 작가 중 이렇게 많은 유료 관람객을 유치한 사례는 드물다"고 전하는 한편,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는 "개인 작가의 사진전으로 최대 관람객을 기록한 전시 중 하나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의 105일간 8만 관람객에 버금가는 기록이다”라고 밝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관람객들은 전시장 입구에 손수건이라도 갖다 놔 주라는 요청이 들어오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박노해 시인은 1990년대 사형 구형과 무기징역으로 7년 여 감옥 생활 끝에 1998년 출소했지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정치와 권력의 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잊히는 길을 택했다. 지난 15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세계 곳곳의 분쟁현장과 빈곤지역을 담으며 소리 없이 활동해 왔고, 10여 년 넘는 공백 끝에 이번 전시가 마련됐다.

▲ [박노해 다른길] 사진전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

 전시회를 본 유명인사들의 호평도 뜨겁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인이 전 세계를 돌며 사진을 찍고 그걸 젊은이들이 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누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하는가"라고 전한 바 있으며, 김중만 사진작가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은 한국적인 것 같으면서도 글로벌하고, 글로벌하면서도 동양적 감성이 녹아있다"며 "(사진의) 형식 이전에 그 본질인 '사랑'에 주목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강재훈 사진작가는 "사진기를 든 시인에게 사진가들이 모두 졌다"며 시인의 사진 작업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박노해 시인의 사인회’는, 매일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는데, 시작 전부터 마감돼, 관람객들은 두 시간 넘게 줄서서 시인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주로 사진에세이 <다른 길> 외에도, <노동의 새벽> 1984년 초판본에서부터, <사람만이 희망이다>와 2010년 발간된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까지 시인의 다른 저서를 직접 들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사진전의 인기와 함께, 출간 2주 만에 사진에세이 『다른 길』 역시 <교보문고 종합베스트 9위>, <시/에세이 베스트 2위>에 올랐다. 
 

▲ [박노해 다른길] 사인회 현장

 한편, 4회에 걸쳐 편성된 '박노해 시인과의 대화'는 이미 전시 오픈 전에 모두 마감됐다. 매회 120여 명이 참석해, 세대별로 저마다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다른 길'에 대한 혜안을 시인에게 구하는 모습이다. 많은 요청과 함께, 박노해 시인과의 대화는 오는 27일, 1회 더 추가 편성됐으며, 3월 3일(월)까지 개최되는 사진전은 마지막 1주일을 앞두고 관람 시간이 오후 9시 30분(9시 입장마감)으로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