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역사의 궤적을 되짚다,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
남산 역사의 궤적을 되짚다,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3.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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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그리고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 ‘드라마센터’의 기록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4년 시즌 첫 프로그램으로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와 공동제작하는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이경성 연출)을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은 1962년 ‘드라마센타’가 개관한 이래 이 극장에서 만들어진 연극과 사건들, 사람들의 자취를 아카이빙하는 동시에, 1960년대 이후 남산 일대에서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 장소들의 기능과 자취를 ‘극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이를 통해 우리 현대사와 이 극장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나아가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회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이어가며 다양한 연극적 소통을 찾고자 한다.

 크리에이티브 VaQi의 연출, 스태프, 배우들이 공동 창작하는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은 기존의 서사적 구조, 텍스트 재현적인 정통 연극 양식을 벗어나, 아카이빙과 인터뷰, 다큐멘터리와 토론 양식이 결합된 새로운 연극 형식으로, <연극의 연습 - 인물 편>(제15회 변방연극제), <서울 연습 - 모델, 하우스>(두산아트센터, 2013)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이다.

 이번 공연은 프로시니엄과 아레나 무대를 혼합한 독특한 구조를 지닌 드라마센터 극장의 빈 무대를 완전히 노출해 무대과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공연 전 남산 일대를 투어하는 사전프로그램 ‘유령산책’을 진행한다.

 2014년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해 보다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창작 초연작들을 1년 동안 선보일 예정이다.
 시즌 첫 무대를 장식할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와 드라마센터의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하며 연극과 사회를 바라보는 동시대적 시선과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남산예술센터가 세운 비전, ‘컨템퍼러리와 뉴웨이브(Contemporary and New Wave)’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한국 최초의 현대식극장인 드라마센터는 공연 <햄릿>과 함께 1962년 4월 12일 개관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동랑 유치진 선생이 연극 전용 극장의 꿈을 품고, 한국 정부가 제공한 남산 중턱의 옛 과학관 부지에 록펠러재단의 후원을 받아 건립했다. 200평의 규모와 객석 473석을 갖춘 중형극장으로 개관해, 이후 1970~80년대 한국연극의 중흥기를 이끌며 우리 연극사의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낸 뜻 깊은 장소로 자리 잡았다.

▲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

 개관한 해에는 <밤으로의 긴 여로>, <포기와 베스>, <한강은 흐른다>, <세일즈맨의 죽음>, <로미오와 줄리엣> 등 6개 작품을 연이어 공연했으며, 연극 인재 양성을 위한 부설기관인 연극 아카데미를 발족시키는 등 연극 외적인 인프라 구축에도 힘 쏟으며 우리 연극의 중추기관으로 발돋움하고자 했으나 1963년 재정난으로 1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드라마센터 무대는 결혼식장, 미8군 공연단의 재즈 공연장, 영화 상영관으로 사용되며 극장 본연의 목표에서 벗어났으나, 1970년대에 들어 연출가 유덕형의 <초분>, 오태석의 <태>, 안민수의 <하멸태자>, 이상우의 민족 마당극 <장산곶매>와 같이 한국 현대연극사에 방점을 찍은 작품들이 탄생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 연극사의 의미 있는 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964년에는 서울연극학교를 설립, 후진양성기관으로 운영방향을 바꾸었고 1974년부터는 서울예술전문대학으로 발전해 학생들의 실습전용무대로도 사용됐다.

 한편, 1962년 남산 케이블카의 운행이 시작되면서 남산은 명동으로부터 이어지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부각됐고, 수많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이들이 데이트와 산책 코스로 떠올리는 남산에는, 1960년대에는 중앙정보부(안기부를 거쳐 현재는 국정원)가, 1970년대에는 안기부 본관이 설치되어 많은 이들을 어둠과 침묵 속으로 사라졌던 곳이다.

 드라마센터에서 불과 몇 십 미터 떨어진 지금의 서울유스호스텔 건물은 당시 안기부의 남산 본관으로 사용됐고,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유치장, 대한적십자사 건물은 안기부의 행정과 감청이 진행되었던 곳이었으며, TBS 교통방송청사는 감찰, 수사, 행정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건물이었다. 충무로에서 이어지는 남산 자락에서 30년 넘게 구멍가게를 운영해온 한 주인은 안기부가 있었던 당시 남산 쪽으로는 창문도 안 텄다고 증언할 정도로, 당시 남산에 끌려간다는 건 곧 간첩으로 낙인찍혀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은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인 드라마센터의 입을 빌어, 극장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일종의 ‘메타 연극’이다.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라는 극장이 지닌 역사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면서 이 공간의 사회적, 연극사적 맥락과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

 이를 위해 크리에이티브 VaQi는 먼저 군부독재 시절 ‘남산 일대’라는 사회적, 문화적 공간성 속에서 극장의 위치, 1970년대 한국 현대연극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던 공간으로서의 드라마센터 등 남산예술센터를 중심으로, 드라마센터의 설립 배경, 극장이 걸어온 발자취부터 남산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꼼꼼히 조사했다. 그리고 그 흔적과 자취들을 극단만의 독특한 ‘연극’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극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실제 있었을 수도 있고, 창작 과정에서 실제를 바탕으로 상상해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역사를 환기시킨다.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