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큐레이터협회 대구토론회 '미술관 공공성의 위기와 대응방안' 그 현장에서
한국큐레이터협회 대구토론회 '미술관 공공성의 위기와 대응방안' 그 현장에서
  • 이창원(인디053 대표)
  • 승인 2014.04.0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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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인디053 대표)
지난 2월 14일 오후 4시 영남대학교 미술관 109호에서 한국큐레이터협회 주최로 '미술관 공공성의 위기와 대응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40여명 참석한 가운데 애초 계획한 시간(18:30)을 넘어 저녁 8시까지 진행되었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최근 인사파행이며 각종 의혹에 시끄러운 '대구미술관 사태'를 맞이하면서, "공립미술관은 이익을 뒤로 하고, 작품 및 작가연구를 통해 미술사연구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곳이자 시민들을 위한 문화향수시설로써 시민의 감성을 교육하는 문화예술교육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본연의 목적으로 갖는다. 그러나 작금의 사적 목적에 따라 운용된다는 대구미술관, 이곳을 둘러싼 비윤리적 구설수는 물론이거니와, 미술관의 핵심인력인 학예연구실 큐레이터들에 대한 처우 및 그것이 첨예하게 드러났던 이번 인사파행건 등은 그 위기를 이미 현실화"하였다며 '미술관 공공성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였다. 
이것은 대구미술관이 과연 '공공성'에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공론화해야 하는 시점에 섰다는 반응일 것이다. 그리하여 큐레이터협회는 토론회를 통해서 대구미술관 뿐만이 아닌 전국적인 관심사로서 다뤄져야 하고, 또한 대구문화계가 공동의제로서 심도있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즉 자체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미술관 공공성의 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목적이라 할 것이다.

토론회는 한국큐레이터협회장(윤범모)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열띤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윤범모 회장은 개회사에서 "참으로 어려운 자리이다. 대구미술관 문제로 더욱 촉발되었지만, 그러나 도리어 이러한 문제가 공론의 장에서 펼쳐짐으로써 한국의 국공립미술관을 비롯하여 한국미술계에 윤리적인 성찰을 요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술관 인사제도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논할 수 있는 기점이 된다"는 점에서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서 3가지 세부 주제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발표순서는 이영준 큐레이터(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와 장동광 큐레이터(서울대 강사) 그리고 한상훈 사무처장(대구민예총)으로 이어졌고, 약 10분 간의 휴식 후,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공공성을 위협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실태>로, 이영준 큐레이터(김해문화의전당)는 여전히 고질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태를 인식하며 대구미술관은 물론 부산비엔날레 감독선임 사태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는 "대구미술관 계약직 학예사들의 잇따른 계약해지 사건,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과정의 무원칙한 진행,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의 특정대학 편중현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우리 미술계가 고질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20년 가까이 미술계에서 활동해온 경험으로 비춰볼 때 대다수 미술전문인들, 예를 들어 미술관 관장, 비엔날레 운영위원장, 기타 다양한 기관의 기관장이나 대형전시의 감독과 같은 전문인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행정경험이 그렇게 풍부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관의 장으로 부임하게 되면 마치 그 기관이 자신의 것 인양 사유화 하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전문성만을 강조하면서 행정적인 절차들을 무시하거나 행정 자체를 불필요한 규제 정도로만 인식하는 전문가들의 나쁜 버릇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민관협력이란 '민'과 '관'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부분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때" 시너지가 생성됨을 강조하였다. 민간의 역동성과 관의 행정력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만 전문적인 경영의 효율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문화계에서는 늘 민과 관의 불협화음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민'은 행정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히고 공공성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져야 하고, '관'은 행정적인 유연성을 확보해야만 보다 합리적인 기관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최근 서울, 부산, 대구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이 모두 "민간 기관장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었다. 즉 미술전문인들은 행정이 가지고 있는 경직성에 대해 성토만 했지 정작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민주적 절차 문제와 공공성의 문제를 되돌아보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문화예술기관장들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을 더욱더 쌓아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를 '공공성'에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인 <국공립미술관의 관장정신>은 장동광 큐레이터(서울대 강사)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그는 국공립미술관 인사제도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진단하는 동시에 미술관 관장의 자질에 대해 중요하게 다루면서,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의 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선진적으로 인사제도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제도적 대안으로 논의를 확대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관장은 공모나 혹은 특별한 선임절차에 의해 (정치적 맥락이나 불투명한 과정으로 의심받는) 2년에서 3년 정도의 임기제로 임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임명권자 혹은 지방자치단체장과의 관계가 선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인사담당 공무원과의 권력적 비호가 작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은 자신의 전문영역이나 전공분야에서 축적한 지식의 현실적 실천을 소신 있게 발휘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요소가 되기도 하고, 국정기조나 도정, 시정의 방향에 따라 외부개입의 바람을 탈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임기제로 인한 압박감이 이벤트성 전시에만 집중하는 현상으로 이어져 관객동원의 숫자올리기에만 전력하는 나머지, 미술관 조직 내지는 학예연구실의 정상적 기능이나 미래지향적 연구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하여 미술관의 핵심인력인 학예연구원들의 직제안정이나 후생복지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나는 전형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대구미술관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획력과 교섭능력, 스펙관리로 연임을 노리거나 더 상위의 미술관 수장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의 전차에 승차한 관장들이 난무하는 한 기대난망한 일이다"고 밝혔다. 국공립미술관의 관장은 무엇보다 공익성에 기초한 사명감을 가지고, "미술관 조직원들 특히 학예연구실 구성원의 전문성 제고와 신분보장, 그리고 후생복리를 위해 자신을 헌신해야 하며,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봉직하는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진력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는 관장의 자질로서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허울뿐인 관장공모제'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모든 미술관은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큐레이터들의 부당한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사회는 차기 관장의 추천과 선임, 보수 및 신분보장, 지도 및 감독, 해촉에 관한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술관의 최고의결기관이 되어야한다"며, "관장은 이를 시행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구조를 향후 제도개혁의 대책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대구미술관 관장(김선희)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전시작품의 매매를 중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발표자는 "이는 미술관 기획전의 미학적, 공공적 성취와 상업적 매개역할을 혼동하거나 그 경계를 무화시키려는 일련의 사태들과 무관하지 않다"며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전문직 윤리강령을 명백히 어기는 행위이며, 지금 상하이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쿠사마야요이 전시가 대구시의 예산을 들여 기획된 것이 명백하고, 대구미술관 기획으로 순회전을 펼친다 하며 대대적으로 언론보도 했던 것과는 전혀 달리, "대구미술관의 기획전으로 표기되지 않고 “Curator: Kim Sun-hee”로 명기되어 있다는 제보 역시 자신이 한 공공미술관의 관장인지 큐레이터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큐레이터는 영어 의미대로라면 작품이나 미술가들을 관리하고, 돌보고, 잘 지키는 사람으로서 갑판장, 항해사, 기관장과 같이 항해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이다. 관장이 큐레이터가 되어 전시를 기획하고, 사사건건 작품선정이나 디스플레이에 개입하고, 기획의 글까지 자신이 쓴다면 선장은 왜 존재하는 것이냐"며 쓴소리를 남겼다.

세 번째 발표는 <대구미술관 연쇄 큐레이터 해고사태를 통해 돌아본 대구문화예술계의 현실과 바람>을 주제로, 한상훈(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이 사태를 통해 아직도 대구의 문화예술계가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인 토양을 개선하지 못했다며, 이 상황을 "어두운 그늘"이라 표현하였다. 대구미술관과 유사한 사례로, 발표자는 '2009년 대구시립교향악단 6인 무더기 해고 사건'에 대해 논하였다. 당시 대구시립교향악단 해촉자 대책협의회는 두 가지 쟁점에서 지휘자의 비윤리적인 요소를 지탄하였다. 첫 번째는 지휘자의 모욕 등에서 비롯한 비인격적 대우였고, 두 번째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비리척결에 앞장서온 단원들에 대한 불건전한 표적인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기적 단원평정과정 역시 지휘자의 "사사롭고 독단적인 감정"에 의해 남용되었다. 이 사건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촉으로 판명되어 해고자들은 구제를 받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노조를 설립하였고 지휘자의 비인격적 대우와 권한남용은 그나마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불과 그 사건이 있은지 4년만에 대구미술관에서 벌어진 사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는 해고와 복직의 문제 외에도 관장 혹은 지휘자 권한의 남용과 지나친 권위적 태도를 단원과 큐레이터들이 문제시했다는 점에서 대구미술관과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사례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해고의 위기에 처한 당사자가 예상되는 수많은 불이익과 오해를 무릅쓰고 해고의 부당함과 상급자의 부조리한 행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었기에 사건화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에 더 큰 소리로 대답해야할 대구문화예술계의 대응은 너무도 미비하다며 지역의 자성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대구미술관 사태와 같은 일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구문화예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정책과 현상을 감시"하는 단체의 결성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지역예술계가 지닌 가능성들이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해외 및 수도권 스타마케팅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이벤트로서 문화현상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를 표하였다. 이번 사태를 맞이하여, 더불어 현 대구의 문화예술현상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이를 추동해야 할 공립기관의 건전성에 대해 대구문화예술계를 비롯하여 대구시, 대구시의 공립기관 등이 성숙하게 사고할 수 있는 계기도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구조적인 한계가, 미술관 운영의 장기적인 운영목표를 해치는 것은 물론 전문직 큐레이터들이 소신을 표출하지 못하는 고용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였다. 또한 이번 사태가 감정적으로 치닫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대안을 이야기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이미 전국적인 관심이 된 만큼 대구미술계 역시도 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론화의 장에 참여하고자 노력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몇 차례 제기한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고는 대구미술관과 대구시의 어떤 결정도 의혹덩어리가 될 수 밖에 없으며, 관리감독의 책임자로서 대구시는 한국큐레이터협회가 요구한 사항과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시의 감사창구를 통해 대구미술관을 명확히 조사하여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야 함을 재차 요구하였다. 이는 계속해서 답변을 회피하고 지인을 동원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등 일련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이 일련의 해직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에 반드시 응해야 하고, 응답이 없다면 한국 미술계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로 쌓일 수 있음을 강조한 바였다.

'협회차원에서 이후 어떤 행보를 대응방안으로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한국큐레이터협회는 계약직 형태 자체가 반인권적인 고용형태로서 미술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만연한 제도로서 있는 만큼 그 개선할 지점은 제도개혁에 있으며, 함께 뜻을 모아 법제도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으로 국회토론회 등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제도개혁이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미술관 문화를 존중하여 미술관장은 미술계 선배로서 전문직 큐레이터들에 대해 관용의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위치이자,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윤리적인 정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지역문화예술연대와 같은 문제입안 창구마련을 통해 일련의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도록 연대적 차원의 활동을 실천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