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술값보다 책 사는 돈이 더 아깝다?
밥값, 술값보다 책 사는 돈이 더 아깝다?
  • 유시연 글꾼
  • 승인 2014.05.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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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도서구입비 월평균 1만8천690원… 11년 만에 가장 낮아

‘지식의 꽃’이라는 책을 사서 읽지 않는 집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동네서점들이 줄줄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참 걱정스럽다. 가정에서 책을 사서 읽지 않는 까닭은 오랜 불황과 e북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이크! 이러다 글쟁이들마저도 너무 배가 고파 글쓰기를 내팽개칠까 두렵다.

통계청이 27일(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계가 책을 사는 데 쓴 돈은 월평균 1만8천690원으로 2012년(1만9천26원)보다 1.8% 줄었다. 이는 조사대상이 지난 2003년 전국 가구로 확대된 뒤,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한 달에 산 책은 2권도 넘지 않는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13년 출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책 평균 정가는 1만4천678원이다. 집에서 책에 쓴 돈을 살펴보면 2003년 월 2만6천346원에서 2004년 2만1천325원으로 떨어진 뒤 2만∼2만1천 원을 맴돌다가 2012년 2만 원 아래로 더 내려가 1만 원대에서 2년 연속 머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펼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는 2013년 성인 1년 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2011년보다 0.7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교보문고가 해마다 발표하는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e북 등 디지털콘텐츠 판매 성장률은 2012년 31.3%, 2013년 27.4% 등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e북이 종이책을 밀어내는 모습이다.

출판업계도 뒷걸음질을 쳤다.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서적 출판업 생산지수(불변지수, 2010년=100)는 2012년보다 0.2% 늘어난 94.4였다. 출판업 생산지수는 2007년(-5.2%), 2008년(-1.1%), 2009년(-3.5%), 2010년(-2.0%), 2011년(-3.5%), 2012년(-2.4%) 등 6년째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은 소득이 적은 가계일수록 적었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는 책을 사는 데 월평균 5천278원을 썼다. 1년 앞보다 12.9% 줄었다. 상위 20%에 속한 5분위 가계는 이와는 달리 3만1천60원을 썼다. 이는 2012년보다 9.0% 늘어난 수치다.

10년 앞과 비교하면 5분위 가계 책 구입도 30.1% 줄었지만 1분위 가계는 42.6%로 크게 줄었다. 소득격차가 학습격차로, 다시 학습격차가 소득격차로 이어지면서 책을 사는 가계도 양극화를 뿌리내리게 할 우려가 엿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관련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총 급여 7천만 원 이하의 봉급생활자에 대해 100만 원 한도의 도서구입비를 소득공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참 힘든 세상이다. 부탁한다, 제발 책 좀 사서 읽자!!! 밥값, 술값보다 책 사는 돈을 아끼는 것은 내 지식이 마르는 것과 같다.

이푸름 글꾼(plee91@nate.com)


 그가 이별 준비할 때 사랑에 빠졌다
  영국작가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 2주 잇달아 종합베스트셀러 1위

“루이자? 루이자“루이자? 루이자, 어디 있어요? 왜 그래요?”
나는 한쪽 구석에, 최대한 덤불숲 아래 기어들어가 있었다. 눈물에 흐려 눈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두 팔로 온몸을 꼭 감쌌다. 난 나갈 수가 없었다. 영원히 여기 처박혀 있게 될 터였다. 아무도 날 찾지 못할 것이다.

“윌…….”

“어디……?”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바로 내 앞에.

“미안해요.” 온통 일그러진 얼굴로 올려다보며, 내가 말했다. “미안해요. 나 도저히…… 못 하겠어요.”

그는 5센티미터 가량 손을 들어올렸다. 아마 그에게는 최대치였으리라. “이런 세상에, 대체……? 이리 와요, 클라크.” 그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답답한 얼굴로 자기 팔을 내려다보았다. “이 뒤질 물건은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군……. 괜찮아요. 그냥 숨을 쉬어요. 이리 와요. 그냥 숨만 쉬어요. 천천히.”

나는 눈가를 훔쳤다. 그의 모습을 보니 공포심이 차츰 잦아들었다. 일어나서, 휘청거리다가, 얼굴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미안해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폐소공포증 있어요?” 내 얼굴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거리까지 바짝 다가붙은 그의 얼굴에 또렷하게 근심이 새겨져 있었다.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았는데. 그냥……. 난 또 당신이 그저…….”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이제 가고 싶어요.”

“내 손 꼭 잡아요. 우리 밖으로 나갑시다.”

몇 분도 안 되어 그는 나를 데리고 나왔다. -356쪽


 
ⓒ 살림 
지난 4월 25일(금), 일간문예뉴스 <문학iN>이 “나는 ‘짜증 나는 여자’ 되고 싶지 않다”는 제목으로 소개한 <미 비포 유>가 4월 다섯째 주(4월 25~5월 1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2주 잇따라 정상을 차지했다. ‘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는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영국 인디펜던트 기자 출신인 조조 모예스가 쓴 로맨스 소설이다.

<미 비포 유>는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잘났지만 급작스런 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된 사업가 출신 젊은 남자 ‘윌 트레이너’가 엉뚱하고 순진한 여자 간병인 ‘루이자 클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독일에서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 ‘스펙타큘라 나우’(The Spectacular Now) 각본을 공동 집필한 스콧 뉴스타드터와 마이클 H. 웨버 각색으로 영화로도 개봉할 예정이다.

<미 비포 유>에 지난주부터 1위 자리를 뺏긴 문학평론가 정여울 여행 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톱 10>은 2주 잇따라 2위에 머물렀다. 지난 주 12계단이나 뛰어올라 3위에 오른 어린이 학습만화 <마법천자문> 28권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가 펴낸 <강신주의 감정수업>도 지난주와 같은 6위에 올라 있다.

<미 비포 유>(Me Before You)? 이 말이 지니고 있는 속뜻은 무엇일까. 작가 조조 모예스는 “Who I was Before I met you”라고 귀띔했다. 우리말 그대로 풀이하면 ‘너를 만나기 앞 나’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로이자’와 ‘윌’은 서로 만나기 앞에 있었던 나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

한국출판인회의가 4월 25일(금)부터 5월 1일(목)까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예스24·인터파크도서·알라딘 등 서점 8곳에 팔린 책을 더한 종합베스트셀러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미 비포 유(조조 모예스·살림)

2. 내가 사랑한 유럽 톱 10(정여울·홍익출판사)

3. 마법천자문 28(올댓스토리·아울북)

4. 1cm 첫 번째 이야기(김은주 김재연·허밍버드)

5. 어떤 하루(신준모·프롬북스)

6. 강신주의 감정수업(강신주·민음사)

7.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도쓰카 다카마사·비즈니스북스)

8. 1㎝+(김은주·허밍버드)

9.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칼필레머·토네이도미디어그룹주식회사)

10. 난쟁이 피터(호아킴 데 포사다·마시멜로)

11. 말공부(조윤제·흐름출판)

12.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쌤앤파커스)

13. 그래도 사랑(정현주·중앙북스)

14. 여덟 단어(박웅현·북하우스)

15. 프로즌 겨울왕국 OST 피아노 연주곡집 초급편(스코어 편집부·스코어)

16. 쿠키런 어드벤텨 2 - 베이징(송도수 서정은·서울문화사)

17. 월급쟁이 부자들(이명로·스마트북스)

18.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71(송도수·서울문화사)

19. 하버드의 생각수업(후쿠하라 마사히로·엔트리)

20. 이기는 대화(이서정·머니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