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40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40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4.05.1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적 체험을 통해 발현되는 사회적 작용에 관한 진단

 지난달에 막을 내린 전시를 준비하며 고민했던 아도르노의 문구입니다. 
체험적 현실과 사회적 작용 연관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인 동시에 체험적 현실과 사회적 작용 연관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예술의 이중적 성격은 미적현상에서 직접 나타난다. 미적현상은 미적인 것이자 사회적인 사실인 것이다. (아도르노의 「미학이론」pp. 347~375)

실질적으로 예술작품으로 전시를 하고 관객과 소통을 한다는 기본적인 테제에 대한 다시 물음에 관한 것입니다. 전시는 작가의 작업실 공간 자체를 그대로 오픈하는 것도 아니며, 또 미완성된 작업과 개념을 선보이는 것도 아닙니다.(물론 기획의도에 따라 발생되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된 개념과 마지막 단계의 디테일이 이후에 관객에게 선 보여집니다.

이 와중에는 하나의 혹은 다중의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수 많은 사고 갈래에서 생산된 작품을 선정하고 그 안에서 알고리즘을 엮듯 이야기를 제시합니다. 그것이 하나의 전시내용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일 것입니다. 개인전일 경우에는 한 작가의 전체적인 사유와 흐름 안에서 전달 메시지를 창출하는 것이며, 그룹전일 경우에는 한 작가당 가장 표면적이고 거대한 주제로 일괄 할 수 있는 것들을 선정하여 작가와 작가사이의 작업과 다른 개별의 개념을 바느질 하는 엮는 것입니다. 마치 가지각색의 색감과 천으로 엮는 조각보와 같이 말입니다.

이러한 전시과정은 작가와 큐레이터간의 긴밀한 조우와 소통이라면, 그 다음은 어떠한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하는가? 작가와 큐레이터의 체험적 현실을 비사회적인 측면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 내야 됨과 동시에 또 이 예술작품은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작업을 만들 때는 끊임없는 강한 자아의 실현적 결과물이지만, 보편의 예술을 이르러야 한다는 진부한 이야기가 곧 바로 사회적 작용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전시에서 지속했던 고민이 최근 모든 국민을 분노, 애도, 다짐의 감정을 이끌어 냈던 세월호 사건 이후에 더 구체적으로 극대화 되었습니다. 예술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사회의 울분과 울음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유구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사실에 역사적 사료화의 과정을 거칩니다. 하나의 작업이 탄생하여 그 사회적 의미를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십년, 혹은 몇 세대를 거쳐진 해석이 필요한 것이 예술분야일 것 입니다.

현재 살아 있는 예술 즉 동시대 미술 생산의 축에서 종사한다는 것은 앞으로 향후 발생되는 몇 십년, 몇 백년 이후에 온전히 일어날 사건의 새싹을 키우는 정도의 일입니다. 그 새싹의 근원지가 되는 것이 동시대 미술의 역할일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만들어 지는 새로움이 또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된 것이 되고, 그 오래된 것이 또 다른 해석에 의해 사료화 된 예술개념이 되는 것과 같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순환이 결국 예술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우리가 가늠하고 체험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에 서서 늘 깨어있고, 현실을 직시, 직면하여 기록해야 하는 것이 역할일 것입니다.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100년 그 이상의 시간의 축척(내가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의 가치에 대해 즉 눈에 즉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조금씩 쌓아가는 일이라 여겨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를 즉시하고, 직면해야 하는 요즘, 이러한 자부심이 사치로 다가 오기도 합니다. 하루하루의 결단이 중요하고 몇 일 이후의 그리고 짧게는 몇 년 이후의 즉각적인 대처가 시급한 사회구조에서 어떻게 예술로 사회적 기능을 꿈꿀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과 지속적으로 꿈꿀 수 있는 방법적인 측면에 대한 기대의 끈은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현재라는 시간성에서 너무나도 작은 움직임과 행보입니다. 이 시기에 새롭게 마음에 다가온 영화한편을 소개하며 토크를 끝맺으려 합니다. 영화는 미술보다 즉각적이며, 많은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곧 바로 사회적 기능으로 환원할 수 있음에 대한 작은 설레임을 이끈 움직임 입니다.

<미라클 여행기>는 제주강정마을을 소재로 다룬 영화입니다. 우리가 예술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에 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시각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예술의 정보와 개념을 학습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현실과 역사를 먼저 다양한 예술을 통해 만나는 것이 아도르노가 그의 에세이 『미학이론』에서 제시한 '체험을 통한 사회적 기능의 이탈과 동시에 연관성의 기능'을 실천해 옮기는 그 시초가 될 것입니다.

이번 큐레이터 토크는 세월호 침몰 이후, 다시금 돌아보는 행위의 차원에서 2014년 4월 25일 큐레이터 메모를 각색하여 완성하였습니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