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고귀한 희생의 표상 - 4.19혁명기념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고귀한 희생의 표상 - 4.19혁명기념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4.05.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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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진 빽빽한 초목사이로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현수막까지 내걸린 거리는 사람들의 여유마저 빼앗아 가는 듯 한 분위기다. 곧 있으면 시끌벅적한 노래와 춤이 가미된 유세는 달아오르는 기온만큼이나 뜨겁게 거리를 달굴 것이다. 시끄럽고도 유난스러우며 지겨우리만큼 식상한 선거풍경은 몇 년 주기로 반복되어 진저리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도라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또 자유와 민주 그 가치의 소중함을 얼마나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자유와 민주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나마 3.1절, 4.19, 6.25한국전쟁 기념일에라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이때나마 자유와 민주를 얻기 위해 우리가 치른 희생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새삼 가슴깊이 새겨 늘 잊지 말았으면 한다.

 

2014년 4월 20일, 국립 4.19 민주묘지에는 남녀노소 인파로 모처럼 북적였다. 사생대회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부모들, 묘지에 헌화를 하는 여러 사람들로 인한 분주한 분위기는 봄 햇살처럼 밝으면서도 한 편으론 아련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4.19혁명 열사의 묘지에는 파릇파릇한 잔디가 대지의 생명력을 대변해주고 있었지만 그 아래 한줌 흙으로 뭍인 자유의 수호자들은 그 잔디보다도 파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같은 풋풋한 열정으로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다 꺾이고만 이들의 비석 앞엔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존경을 표하는 한 송이 꽃만이 가냘픈 향기를 봄바람에 실려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대한민국 근 현대 민주주의 수호사(守護史)의 한 획을 그은 4.19혁명은 부정부패와 독재정치를 시민들의 봉기로 종식시킨 역사적인 시민혁명이었다. 특히, 민주묘지 내에 위치한 기념관에는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사익을 위해 군림한 한 정권의 부끄러운 종말과 진정한 자유와 민주의 부활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정의에 대한 외침이 잘 그려져 있다.


  4.19혁명의 발단과 시민봉기의 과정을 보여주는 제1전시관(1층)에는 다양한 디오라마가 기다리고 있다. 새하얀 석고로 만들어진 디오라마의 주제는 ‘저는 1944년생입니다’로, 당시 투표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참정권이 무참히 짓밟힌 투표장,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폭행, 처참한 죽임에 대하여 나열하고 있다. 다른 벽 쪽 디오라마에는 감색 교복을 입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3.15 마산거리의 학생들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되어있어 어린 고교생들의 자유의지와 이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을 한 번 더 되 되짚어볼 수 있게 한다.

그 뒤로 이어진 대학생들의 시위, 대학교수단의 시국선언,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민봉기를 보여주는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나면 결국 이승만의 하야로 귀결되는 그릇된 민주와 자유주의가 재탄생되는 감격적인 순간이 태극기 아래 영상물과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자유당 독재와 부정선거로 점철된 구겨진 역사를 반듯하게 다려낸 그들의 숭고한 투쟁이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2층 전시관에는 3.15 부정선거 시 사용되었던 투표용지와 투표함, 4.19 혁명 당시 경찰이 사용했던 총기류 등이 그 날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으며 당시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영상물은 참혹했던 우리현대사의 한 단편을 체감 적으로 보여준다. 견학을 오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만화로 그려진 4.19혁명 전시물과 인터넷 서적 열람 공간 및 자료실, 퍼즐 맞추기 등의 체험교실 또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게 한다. 전망대로 오르면 북한산을 등진 채 묘지를 앞에 둔 야외공간이 나타나 도봉산의 수려한 경관과 4.19묘지를 한눈에 바라보기에 제격이다.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일만큼 높이 솟아있는 4월 학생 혁명 기념탑이 단연 눈에 띈다. 희게 빛나는 기념탑은 혁명으로 목숨을 바친 학생들을 거룩한 수호신으로, 희생된 분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운 영웅들로 기록되어 있다.
  한 달 후면 지방정부의 기초단위 일꾼을 뽑는 선거가 있다. 이토록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매우 상징적인 의사표명의 수단이며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장 한번 찍히지 못한 채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투표권이 많아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다.
  자유와 민주의 상징!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주권행사를 통해 4.19 영령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리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은 다름 아닌 조용한 4.19봉기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오늘 평화를 맘껏 누리고 있는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명인 것이다. 
       
4.19 기념관(www.419.mpva.go.kr)참조
위치_ 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동 산9-1 /문의_ 02-99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