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문화계 애도 물결
세월호 참사에 문화계 애도 물결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5.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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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공연, 축제 취소, 연기...곳곳에서 추모공연 등도 펼쳐져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못다 핀 한송이 꽃들이 하이얀 국화로 환생한다. 추모와 애도의 한 구간이 영원한 기억으로 꽂힌다. 우리가 존재하는 그 어떤 곳에서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그 누구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온나라가 말문을 잃고 가슴을 치는 집단우울증과 공황상태에 빠졌다.국민들은 그저 입다물고 희생자들의 명복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위로할 수 밖에 없을 뿐이다.

▲ 가수 김창완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만든 노래 '노란리본'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5월에 만발한 축제의 꽃이 그야말로 제대로 활짝 드러내지도 못하고 고개숙인 할미꽃 마냥 조용히 행사를 치루고 있다. 대다수의 행사는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된 것들, 기약없이 무기한 연기된 것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것이 5월의 첫 주말부터 열리는 의정부음악극축제로 폐막작은 아예 취소했고 야심차게 기획했다던 프린지 공연 등은 전면 취소됐다.

국립극장도 배비장전 공연 자체를 아예 취소하고 환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국문화예술연합회가 4년 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공연장과 기획사 등 공연 공급자들의 한마당 축제인 ‘해비치’ 페스티벌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럼에도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각 공연장 안팎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추모의식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5회째를 맞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지난 2일 개막작 본 공연에 앞서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오케스트라가 그리고의 ‘조곡’으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15일을 비롯 두 차례 예정됐던 야외 공연인 오페라 갈라는 취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임근우 작, '세월호 피해가족에게 띄우는 헌화가'

김선 오페라단은 지난 달 30일 한이태리수교 130주년 기념과 오페라단창단 기념음악회를 겸한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분노와 애통함을 풀어주는 공연으로 슬픔을 같이했다.

선곡들이 슬픔과 분노를 넘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맘 속 깊이 애도하는 음악회로 꽃다운 영혼들을 위로하는 공연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술계에서는 공연계에 비해서는 일정의 취소나 연기되는 사례들은 적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예정됐던 서울관의 ‘아시아 여성 7인 작가전’을 조용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고 여타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대부분 예정된 전시들을 열었다.

이런 가운데 ‘고고학적 기상도’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는 임근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패러디한 ‘세월호 피해가족에게 띄우는 헌화가’ SNS에 올려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가수 김창완 씨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이란 곡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크나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이후 그나마 문을 연 공연장과 축제장도 드러내놓고 홍보도 못하는 분위기로 관객수도 이전에 비해 최소 20∼5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계는 무조건 공연을 축소하고 취소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세월호 사건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은 국민들이 아픔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예술이 가진 힘만큼 큰 것은 없을 것”이라며 “답답하고, 슬프고, 화나는 마음을 예술작품을 통해 승화시켜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추어 문화예술계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문화예술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국민들과 함께 시대의 고통을 승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