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시장 누구? ‘포인트 주는’ 鄭 vs. ‘재발견’ 朴
서울,문화시장 누구? ‘포인트 주는’ 鄭 vs. ‘재발견’ 朴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4.06.0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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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문화예산 3% VS 朴 2.5%, 500억 문화기금 조성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화예술 전문지의 위상에 걸맞게 민생과 복지 등의 공약에 밀려 자칫 간과하기 쉬운 후보들의 문화예술 분야의 이해의 척도를 가늠하기 위해 문화?관광 분야 공약을 비교 분석해서 싣습니다. 그 대표로 수도 서울의 시장 후보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정몽준, 박원순 두 거물급 후보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은 얼마나, 어떻게 될지 짚어 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주-

◆양대후보 문화-관광 공약 살펴보니… 큰 틀은 같아도 작은 개성이 色 가름

문화예산 쓰임새, 실질적 혜택 있을까?에 촛점

▲사진 좌측부터,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 (사진=정몽준 후보 사이트, 박원순 후보 캠프 제공)

지방자치 지도자를 뽑는 치열한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전국에서 여러 후보가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맞수는 수도 서울의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라고 할 수 있다. 현직 시장 메리트를 등에 업은 박 후보와 거대 정당의 당대표를 지낸 이력의 정 후보가 그간 쌓아온 정치력으로 진검승부를 벌일 태세다.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집을 보면 좋은 정책을 ‘모둠회 접시’처럼 끌어다 놓은 것 같다는 불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공약을 성의없이 남발한 탓이라기 보다는, 이는 이들이 현실 정치를 통해 쌓은 검증된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있고 그 대부분은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특별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양과 질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신의 이상과 소신만을 고집하면서 문제를 바라보거나 풀 수 있는 조직 단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문화와 관광 면에서도 이 같은 닮아가기 상황이 드러난다. 대기업 총수이자 정치계에 오래 몸담아온 정 후보가 “‘중장후대식’ 공약이나 접근법에 강할 것”이라든지,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 후보가 “‘큰’ 청사진에는 약할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선입견에 불과하다. 정 후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콘텐츠 잡기로 문화와 관광 경쟁력을 갖춘 서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박 후보는 큰 그림으로 MICE산업 복합거점 구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콘텐츠와 실속 있는 관광 산업 유치라는 화두는 이미 두 진영 모두에서 공동의 고민이자 ‘공감대’로 자리잡고 있다.

◆정몽준의 문화서울: ‘포인트’ 잘 노려 ‘파급효과’ 극대화 도모

▲정몽준 후보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문화와 관광 공약 구슬들을 내놓고 이를 꿰는 방법에서 두 후보간의 개성이 같은 듯 다르게 나타난다. 오히려 이처럼 작은 색깔 차이가 더 흥미로운 갈림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정 후보의 문화와 관광 공약은 ‘포인트’를 잘 찍고 이를 중심으로 전체를 완성해 가는 포인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 후보는 당선되면 문화예술부문 예산을 현재의 전체 예산대비 2.2%에서 3%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 역시 문화예술 예산을 2.2%에서 2.5%까지 끌어올리고 문화예술기금 500억원을 조성한다고 해 양대 진영 모두 문화 비젼과 철학을 꽃피우기 위해서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틀에서는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점인데, 정 후보는 포인트를 잘 찍어 이를 노림수로 활용하거나, 이미 마련된 거점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상암동과 남산에 문화예술인이 모일 ‘창작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안은 이미 미디어센터가 들어선 상암의 특성을 잘 살리고 선비들이 살았던 남산 남촌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상암동의 석유비축기지 확보가 관건이며 남산은 이미 서울시가 남산예술센터를 운영하고 있기에 새삼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서울에 찾아든 외국인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자는 점에서 대학문화를 특구화하는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정 후보 캠프에서 시선을 둔 아이템은 제 2의 롯본기힐을 신촌에 만든다는 것. 유흥상권화돼 개성이 없는 번화가 중 하나로 전락한 신촌역 일대를 대학문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산의 한계로 문화 저변 확대의 혜택을 시민 전부를 대상으로 일거에 업그레이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혜택이 필요하고 집행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를 선별할 필요에도 고심하고 있다. 정 후보측이 이 같은 고민 끝에 택한 공략 포인트는 △문화나눔에 있어서는 저소득층가정 아동과 청소년에 우선 중심을 둔다는 것이고, △전문강사 등을 초빙해 고품격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서울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구민회관 등을 우선시해 효율성을 최대화한다는 점이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사회 상황에서 노년층 대책을 세워야 하는 문제도 녹록치 않다. 정 후보는 이 문제를 ‘복합공간’이라는 거점을 활용해 풀려고 한다. 권역별로 복합공간을 세워 어르신들이 문화와 복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권역 전체에 확산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공연장을 하나 만들어 여기에 노인들을 몰아넣는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음식점, 문화시설 등을 연결짓는다는 것인데, 이렇게 ‘실버문화 Zone’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되면 노년층 문화에서 서울이 여러 글로벌 도시들에 비해 한층 앞선 곳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는 안이다.

◆박원순의 문화서울: 시민참여 높인 사람중심의 조각보 정책

▲박원순 후보가 작은도서관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했다.

박 후보가 거대담론을 풀어가는 방식은 ‘재발견’과 ‘연결’이다. 정 후보가 ‘포인팅’을 해 서울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수확을 약속하는 모델이라면, 박 후보의 재발견이라는 수확물은 연결을 짓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중에 나오는 의도되지 않은 파생물에 가깝다.

다만 현실과의 밀착도가 높고 연결을 통해 통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생존력이 높은 생태계를 지역 단위 저변에서부터 만들어 갈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서울의 문화가 안고 있는 약점은 바로 경제 성장의 여파로 단기간에 한국의 모든 경제적, 정치적 역량을 떠안는 메트로폴리스로 자라다 보니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채우지 못해 속이 비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런 맥락에서 박 후보는 문화예술생태계와 시민문화를 형성하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해결의 실마리로 가져가고 있다. 그래서 박 후보측이 서울 문화 공약에서 말하는 거버넌스는 ‘포인트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짚어주고 민간의 힘으로 해법을 채워 나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민간 의견을 수렴해 지방자치단체가 방향을 정한다’는 점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박 후보가  △서울문화계획위원회 구성과 운영 공약에서 시민을 시의원, 전문가, 공무원 등과 함께 주인공으로 보고 있거나 △타운홀 미팅을 통한 의견 수렴 △시민문화, 지역문화, 장르별 예술가 등 그 전에서는 주인공으로 조명받고 목소리를 낼 일이 없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포럼기구 운영으로 듣는 등으로 혁신이 없었던 문화행정이 반복되던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예술인 지원 추진에서 박 후보가 강조하는 대목도 ‘다각화’다. 다변화된 창작환경에서 민간 단위의 창작문화공간이 이미 증가를 했으니, 이런 제도권 밖의 공간에는 과거와 같은 지원 방안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펼쳤던 것처럼 새로운 지원 방식을 찾아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각오다.

또 실제로 생활비 조달로 고생하는 것이 문화기획자들/예술가들의 현실인 만큼, 사업비 내 기획/창작지원금의 최저 보장 또는 보호를 위한 제도의 모색은 열악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눈에 들어오는 공약이다.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문화격차 해소와 공공체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한다. 향수에 젖을 여유와 공간, 계기가 없는 서울이 매력적인 도시로 살아남기는 어렵다. 그런 문제점에 애써 눈을 감고 당장 돈이 되는 문화와 관광 콘텐츠를 운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스토리가 있는 서울’ 공약이 탄생했다.

시네마테크, 콘서트홀, 국악예술당, 대중음악전문공연장, 공예박물관 등 다양한 시설의 건립이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이 같은 5대 문화시설 추진도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맞춤형 문화를 공급하고 서울시민의 문화향수를 자극, 충족하는 것을 우선한다. 이에따라 근현대 서울의 역사문화자원을 기록하고 보존해 고향 같은 서울을 만든다. 이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매력적인 상품 개발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적 공약인 동시에 관광 공약과도 맞닿는다.

시민들 개개인이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이런 감성과 향수가 빠진 도시에서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애초 성립하지 않는다. 박 후보의 재발견과 연결은 그런 점에서 수많은 조각을 전체적으로 이어 크나큰 조각보를 만들어내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정몽준의 관광서울: 한강백사장 복원 ,세빛둥둥섬 기존 시설 재활용

▲시장에서 상인들의 손을 잡으로 유세를 펼치고 있는 정몽준 후보
정 후보의 전략은 문화면에서만이 아니라 관광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백사장을 뚝섬과 여의도 등에 만들어 과거 한강 모래밭의 피서 정취를 시민들에게 선사하겠다거나, 노들섬에 ‘아시아의 횃불’ 공간을 설치한다는 대목이 그렇다.

그러나 정 후보의 관광 어젠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근검절약하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선사한다는 데 그 미덕이 있다.  아시아의 횃불 공간도 서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노들섬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조성된 골칫거리 세빛둥둥섬을 여가 명소로 ‘재활용’하고, 한강에서 배를 타고 중국 청도로 오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은 논란은 있을 수 있겠으나, 기존의 시설을 활용해 자본 소요를 최소화한다는 방안이다.

중국인 ‘요우커’ 등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교통 약자로 불편을 겪는 점이 많은 상황이 근래 새 고질로 자리잡고 있다. 정 후보는 관광버스 전용 주차공간을 확충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 아울러 전통문화를 콘텐츠화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지 않고 4대문안 정밀지표조사 성과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관리하는 속칭 ‘빛이 안 나는’ 일에도 나서 서울의 관광콘텐츠가 탄탄한 내실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박원순의 관광서울: 한양의 재발견, Mice 산업 한류관광 연계 판 키워야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원순 후보
박 후보의 문화 공약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면 관광 공약 역시도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콘텐츠화’로 요약될 수 있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서울이 조선 건국 이래 수도로 기능해 온 역사가 오랜 도시지만 제대로 가치를 보호하지 못하고 문화나 철학적으로 공허한 도시로 전락한 점이 시민들의 참여가 없는 냉소적 태도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아는 박 후보로서는 ‘관광중심지’로서의 성장은 먼저 그 안에 사는 시민들부터 서울을 ‘재발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양도성, 몽촌토성 등을 역사문화형 지역재생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고궁뮤지컬, 연희창작극 등을 지원하고 ‘한양 그리고 경성’ 재조명사업 등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사문화자원 보존 요구에 답변한다. 신한류 역시 창조경제의 성장세에 기대는 데 만족하지 않고 중소콘텐츠 기업의 역량을 재발견하도록 도움으로써 풀뿌리 한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창의적 문화콘텐츠산업 기반 제고를 돕고, 창의적 패션-디자인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다양성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물론 이 와중에 서울디자인 축제가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새로운 관광 먹거리이자 관광산업을 한층 성장시킬 모멘텀인 MICE산업(회의/표상관광/컨벤션/전시회) 역시 서울 곳곳에 각개전투 형식으로 퍼져 개별적으로 일을 하는 선에 머물지 않도록 ‘연결’에 초점을 둔다. 박 후보는 서울 MICE산업의 인프라 부족을 거점이라는 연결 개념으로 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거론되는 게 서울 시내 3대 MICE권역의 복합거점 연결이다.

◆같은 듯 다른 문화 공약의 재미: 막상 당선 후 안 지킨다면 공염불?

이렇게 같은 듯 다른 두 후보간 성향 차이가 대동소이해 보이는 문화와 관광 공약의 속살을 얼마나 다르게 조성하고 있는지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한국 정치 상황을 감란하고 보더라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하지만 어느 후보가 실제로 서울시청의 주인이 되든 간에, 실제로 당선된 후 이런 각오를 잊고 현실론에 매몰된다면 막상 자신이 이번에 드러내 보인 문화의 색깔은 빛이 바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같은 정 후보-박 후보간 문화-관광 공약의 색채 차이는 향후 임기 내내 곁에 두고 들여다 봐야 할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