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C 베네치아 최대작곡가 몬테베르디
16C 베네치아 최대작곡가 몬테베르디
  • 정현구
  • 승인 2014.06.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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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선율 진행․조성의 활용 자유로움과 대사와 음악, 독보적 존재로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16세기말, 피렌체에서 일어난 오페라는 베네치아로 옮겨졌는데, 이 베네치아악파의 최대 작곡가가 몬테베르디였다. 그는 그의 수많은 마드리갈이나 약간의 미사에서도 보였듯이 복음악의 대가였다. 더욱이 그가 본질적으로 극음악 작곡가였다는 것은 마드리갈의 발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3권까지의 마드리갈은 전통적인 5성 양식에 의존했다. 그러나 그 속에 예리한 화성 감각이라든지, 솔로의 강조나 극적인 기분 등, 장래의 그의 작풍을 암시하는 요소들이 나타나있다. 이간은 경향은 제4권 및 제5권에서 한층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은 필연적으로 모테트 풍의 폴리포니 음악적 양식을 후퇴시켰다. 제5권의 마드리갈집은 최상성에다 우위를 둔 솔로의 마드리갈이고, 제6권이후의 작품은 오페라 오아토리오 등이 포함됨으로써 이미 본래의 마드리갈의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
  한편, 그의 오페라는 근본적으로 페리의 「에우리디체」등의 양식을 이어받는 데에서부터 출발했다. 페리의 작품이 1600년 공연되고, 몬테베르디의 최초의 오페라 「오르페우스」가 7년 뒤에 공연되었음을 상기해 보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몬테베르디는 이 작품을 ‘전원적 신화 Favola Pastorale’ 라 불렀으나, 이것도 초창기의 ‘Favola in Musica’를 계승하는 것이다. 그리스의 목가극의 세계를 주제로 한다는 것, 프롤로그나 합창의 후렴이 붙은 전체의 구성이 피렌체의 오페라를 본 딴 것이며, 모노디가 지배적이고, 대사를 존중한 음악적인 레치타티브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등이 페리의 작품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할 수 있으며, 멜로디나 조바꿈의 방법 등도 페리의 작품과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페리의 「에우리디체」에 비하면 상당히 진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첫째는 전체적으로 음악적 성격이 훨씬 풍부하게 된 점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성부마다 생생한 음악적 아름다움이 증가된 것으로 음악형식이 제법 갖추어지고, 또한 무용음악 양식이 포함되어 있다. 2중창이나 마드리갈 풍의 노래가 들어있고, 기악 간주를 풍부하게 도입하여 변화가 있는 오페라를 선보였다. 합창이 중요성을 띠게 된 점도 간과할 수 없으며, 페리의 작품에 비하여 관현악이 훨씬 규모가 커졌다.
  둘째는 극적인 성격이 강조된 점이다. 몬테베르디의 오페라는 오늘날처럼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 엄밀히 구별되는 것 같은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 그러나 극적인 내용을 지닌 부분은 레체타티보 양식으로 만들어져 있고, 더욱이 통주저음 위에 격렬한 화음을 두고 있다. 후세와 같이 조성이 고정화한 시대와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총괄적으로 보아 조바꿈을 세밀하고도 대답하게 사용한 점은 몬테베르디의 교묘한 극음악적 수법을 말해준다. 단성 중심이라고는 해도 폴리포니 음악까지 유효하게 사용해서 극적 표현을 짙게 하고 있으며, 또 합창을 극에다 적극적으로 참가시켰다. 기악적 간주를 그 상황에 잘 상응시켰고, 악기법도 극의 내용에 따른 특징을 부여하고 있으며, 라이트모티브적인 용법도 엿보인다. 1608년에 초연된 「아리아드네」중에서 유일하게 현재 남아있는 부분인 「아리아드네의 탄식」 또한 아리오소 풍의 스타일로 쓰여 있다.
  리듬 ? 선율 진행 ? 조성의 활용 등에 있어서 몬테베르디는 현저하게 자유로움을 획득했으며, 대사와 음악의 관련에 있어서도 옛사람이 미칠 수 없는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 자체의 극적 표현력을 높이고, 유절 아리아나 무용곡적인 가곡, 2중창 ? 마드리갈, 기악곡 등을 오페라에 풍부하게 집어넣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당시의 마르코 다 구아리아노의 오페라 등에도 보이는데, 이들을 극 속에다 유기적으로 도입해 넣고, 그 특성적 표현력을 그 내용에 상응시켜, 정연한 구성과 배치로써 극과 음악의 통일에 성공한 점에서 몬테베르디는 유래가 없는 공적을 남겼다.
  몬테베르디는 완성된 악극의 하나의 형태를 확실히 나타내 주었으므로,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의 한 사람에 속한다. 그가 「오르페우스」를 쓰기 전에 이미 5권의 마드리갈 노래집을 세상에 내어놓음으로써 가사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기법에 있어서 이미 그의 독특한 양식을 익히고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