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페라 선진화 시스템을 위한 현장의 발언
한국오페라 선진화 시스템을 위한 현장의 발언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4.06.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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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장이 장기간 공석이다. 후임 단장이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음악계에서는 우려와 걱정이 많다. 또한 얼마전 끝난 오페라페스티벌에 참가한 작품들의 작품성과 여전히 외국성악가들에 의존하는 공연제작 행태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다. 우수한 성악가들의 국제콩쿠르 입상을 뛰어 넘어 이제는 세계무대에서 각광받는 입장이만 우리 오페라 현장과 리더십의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오페라가 새로운 轉機(전기)를 맞아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범 음악계 인사들이 모였다. ‘오페라 선진화를 위한 포럼’은 사실 시일이 촉박하기도 했고, 오페라계 내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 듯 참석률이 저조했다.

특히 현재 오페라계를 대표하고 있는 단체의 수장이 빠지고 활발한 작품을 올리는 오페라단의 대표도 빠져 조금은 맥빠진 듯했다. 그래도 참석자들이 현 오페라계를 우려하는 진솔한 목소리들을 내놓고 발전 방안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지난 1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오페라 선진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현장 현장 발언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문화융성의 실체가 오페라여야 하는데  예산은 다 어디로 가는가

▲좌 이남진(음악비평가회장), 우 문일근(평론가)

이남진(음악비평가회장) : 모임 공지가 나가고 여러 단장님들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가 국립오페라단장을 추대하는 자리냐, 그리고 내가 추대 될 수 있는가? 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양하겠다는 의사였습니다. 우리는 좀 이기적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음악회도 가보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다 어쩐다 하는 <문화의 날>을 홍보하는 표지판을 봤습니다, 좀 우스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넌센스지요. ‘문화’란 살아 숨쉬는 모든 게 문화고 우리가 일상에서 엄청나게 많은 행위들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문화의 날’을 정한 것은 우리 스스로 문화가 없이 산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매우 부끄러운 관제품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모두 안다면 많이 웃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문화예산’에 4조 3천억인가 얼만가 책정이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클래식 쪽에 오는 것은 그야말로 형편이 없죠. 아래까지 내려오기 전에 중간에서 큰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다 차용해 쓰기 때문입니다.

‘문화융성’이란 바로 ‘문예부흥’이란 말인데요. 이탈리아 문예부흥(르네상스)의 산물이 ‘오페라 ’탄생입니다. 그게 문예부흥의 전부입니다. 지금은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그 나라 발전의 모든 것입니다. 지금은 IT도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 예술 산업 모든 것이 오페라 하나로 집약이 되지요. 지금 우리는 잘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그 오페라축제를 하고 있지요. 오페라 축제 예산 10억도 안 되는 것 가지고 서로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현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4시4철 공연이 열리고 있으니까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오페라 관객이 없어요. 국, 시립, 대구 오페라하우스 합해서 3개가 있고 민간은 130개가 넘는 단체라고 합니다. 속을 열어보면 오페라 라고 할 수 없고 오페라 하우스 사정도 빌려쓰는 극장이라서 답이 안 나옵니다.

극장 하나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축제마저도 잡음으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갈팡질팡 하고 실험하듯이 하고 있으니 一喜一悲(일희일비) 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

국가의 경제력은 OECD 7위권이다 하지만 오페라문화에 투자는 뮤지컬에 비하면 초라한 셈이죠.

이제 세계로 내 놓을 수 있는 K-Opera도 만들어야 하고, 정책 시스템화도 해야 하고, 바로 그 중심축에 ‘국립’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페라를 몸으로 부디쳐 개척하며 살고 있는 현장 오페라인들이 모여 선진화를 위해 하나씩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 공유하며 풀어 가자 그런 시작점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시스템 구축이란 큰 틀에서 보아야 오페라 발전

문일근 평론가 : 우리나라는 대학은 서울대가 뭘하면 그게 기준이 되어 전국에 확산되는 경향이 있죠. 오페라는 당연히 국립이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이게 안되어 있다는 것에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합창, 발레, 오케스트라를 갖춘 오페라가 선진국형이란 걸 모르는 음악가는 없지만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찾기 어렵고 민간이나 국립 모두가 공연 올리기에만 급급한 실정이 아닙니까.

오페라가 1598년 피렌체 바르디 백작 집에서 출발해서 1620년 사이 불과 20년만에

오페라하우스가 23개나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유네텔로 세계 오페라를 보고 있는데 시청각적으로 오늘의 관객에게 관심을 끌어 국민적 만족을 주려면 연출뿐만 아니라 오페라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합니다.

얼마 전 러시아 한 오페라극장 관계자를 만났는데 원래 직원이 600명이었는데 지금 경제가
어려워서 450명으로 줄었다더군요.

우리 국립오페라에 딸랑 직원 24명으로 오페라하지 않습니까, 국가 경재력으로 보면 우리가 더 나을 수 있는데 말이죠. 이번을 계기로 하나씩 이런 것들을 바꿔가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예산 지원을 하면 간섭을 말아야 하는데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피아 때문에 쓰기 쉬운 사람을 골라 쓴다고도 하고요.

◆오페라 단장 추천제 생각해 보아야 할 때

▲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장)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장) : 국립, 민간 할 것 없이 오페라 하는 단장들 ‘의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앞 다투어 공연들을 하고 있지만 오페라 60년 얼마나 달라졌느냐 하는 것이지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국립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란 겁니다.

사실 오페라 운동은 만족도는 있지만 소득이 없는 행위입니다. 돈이 남았다 소리를 듣기 힘든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왕 한다면 최선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쳇바퀴돌 듯한다면 발전이 아니죠. 그러니까 경제 문제 보다 의식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겁니다.

최대한 관객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는데 적어도 Not Bad는 되어야 하는데 근자에 몇 편이나 볼만했다 할 수 있는가요?

국립은 국가가 지원하지만 오페라 혼자서 하는 것 아니기에 민간과 당연히 협력을 강화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의 분위기는 그런 게 안되어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마음을 모아 보다 충분한 예산을 따야하고 그런 문화산업측면에서 보면 나아진게 없다고 봅니다.

성악계, 예술단체장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요즈음 총리 등 청문회가 화제지만 오페라 단장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 ‘저 사람 정도면’... 하는 모두가 수긍하는 리더십을 확보하는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원로들이 아닌 사람이 나오면 쓴소리를 해야 합니다. 70~ 80점은 되어야 하는데
40~50점 되는 사람이 거론되는데도 아무 소리를 않는다면 오페라 판이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 저도 얼마 전 문광부에 싫은 소리를 했어요, 우리 같은 원로가 할 일이 이런 일이 아닐까 해요. 현장에서 좋은 것을 만들려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이는 비단 단장만의 문제가 아니예요.

지휘자 , 기획자 ‘그 사람 정도면 할 수 있는 사람이야!’ 하는 이런 긍정의 답을 얻는데 중지를 모아야지 강건너 불보듯 하면 안됩니다.

국립이 생기기 전에 많은 민간오페라 활동이 있었고 집 팔아서 망하면서도 열정을 불태운 개척기가 있었지요. 이인범 선생이 초대 단장을 하고 성악가들이 이어오면서 갈등도 없지 않았지만 추천 위원회에서 단장을 뽑으면서 국립의 정통성을 만들어 왔는데 이게 이명박 정부 들어서부터 달라졌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추천위원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해요. 문화부가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이지요. 평생 오페라 판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분들이 모여 이런 저런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어떨까하는 것 말이죠. 뭐든 이거다 하는 제도는 없지요. 바른 마음을 갖고 해 보는 것 밖에 말이죠.

 총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다 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난데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이고 국가적으로도 체면이 깎기는 일 아니겠어요.

◆오페라계 공론화,  의사소통과  집중력 회복해야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 삼삼오오 쑥덕공론은 있지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는데요. 자기 해당 사항 아니라고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죠.

연극이나 발레만 해도 단합이 잘되고 의사 취합이 빠른데 우리 성악계는 이게 오랜 관행으로 안되는 것으로 잘 알고 있지요.

오페라 페스티벌만 해도 계속 진통을 겪으면서 애써 올려놓은 예산 지키기도 잘 못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주 모일 수 없으니 오늘 선생님들 말씀을 한 3~4개로 정리를 해서 언론 및 문화부, 요로에 입장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좌 탁계석(평론가), 우 이강호(라벨라오페라단장)
탁계석 평론가 : 지금까지 말씀 하시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① 공론화 ② 정책화 ③시스템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식의 변화란 하루아침에 바뀌길 기대하기 힘들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촘촘하게 엮어서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려면 상당한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오페라 단장 캠프도 열어서 새로운 경영법과 친목도 다지는 등 관행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페라페스티벌에 저도 중간 역할을 하면서 갈등해소에 작용을 해보았는데 문화부 담당들이 진저리를 칠 만큼 눈앞의 이익만을 쫒아 큰 그림을 못 그리는 오페라계에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앞에서 지적된대로 지금 사실상 페스티벌은 공중에 뜬 느낌이예요. 예당도 국립도 별관심 이 없고 예술위로 공이 넘어 간 상태니까 불안한 것이죠.

◆오페라 대표성 키우고 발언권 가져야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장) : 안타까운 것은 우리 오페라계에 대표성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를 다독이고 가다듬어서 우리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 오페라단이 극장 대관 10일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영향력을 키우고 좀 파워 있는 세력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 봅니다. 

 ◆관객이 설레임을 가지는 기다리지는 축제를

▲좌 임효정 편집장, 우 방정욱 연출가
임효정 (더무브 편집장)  : 연극은 지난번 극단장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자 전국에서 1,000명이 모였다고 하더라구요. 1인 릴레이 시위도 하고요. 4개월 넘게 공석으로 있는데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페스티벌도 관객이 설레임을 갖고 기대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만들고 뭔가 기대감을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봅니다. 예산 좀 나오니 하면 된다 하는 것은 아니죠.

 ◆컨트롤타워 없는 각개 전투식 축제는 곤란

방정욱 연출가 : 페스티벌은 예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총 디렉터의 지휘하에 통일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기획, 작품, 마케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이 지금처럼 각 단체에게 주어진 예산만 배분하고 각자 알아서 해서는 축제라고 할 수 없지요.

연출비 몇 푼 아끼느라 무대가 혼돈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순수 작품에 드는 비용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완성도를 높이지 못하는데 이제부터라도 꼼꼼하게 해서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 오페라 페스티벌을 가져야 합니다.

외국 원판 오페라가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고요. 우리가 배울만한 것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을 가지고 계속 한다면 관객 다 잃어 버린다는 겁니다. 국내는 국내대로 어렵고요.

 ◆ 오페라선진화협의회에서 현실 문제들 정책화에 앞장 설 터

탁계석 평론가  :그럼 총 정리를 해보면 ①국립오페라단장 문제에서 오페라계 원로 및 성악 기타 현장에 밝은 분들로 구성한 추천위 구성을 생각해 보자는 것 ②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③ 한국 오페라 발전을 위해 극장시스템의 구체적인 계획과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