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역사의 한 단면_‘해녀’, 그 모든 것을 본다. - 해녀박물관
제주 역사의 한 단면_‘해녀’, 그 모든 것을 본다. - 해녀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4.07.17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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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들보 나는 해녀
가슴엔 테왁 손에는 메역 호미
밀물과 썰물 해녀인생
어서가자 이어싸
물때가 뒈엇쪄
(해녀의 노래 ·작곡 양방언/ 작사 현기영)

 제주에서 내려오는 속담 중엔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를 통해 제주에서 여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고달픈지를 알 수 있다.

제 2 전시실, 해녀의 일터

 남자가 귀했던 제주의 특성상 여성이 집안의 대들보가 되어 생계와 육아를 위해 무덤 속 같은 바다 속을 누벼야 했던 억센 삶이 애처로워 보인다. 이렇듯 해녀에게는 윗세오름의 칡넝쿨 같은 질긴 생명력과 가족을 향한 사랑이 태고의 현무암 덩어리같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석양녘 전복이며 뿔 소라로 가득 찬 망을 들고 올라와 모닥불 가에 옹기종기 모여, 말리는 젖은 옷에는 고단했던 물질의 피로까지 더해져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따라 수평선 저 너머로 넘어가는 듯했다. 이제는 생계를 위해 물질을 하는 해녀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는 여전히 테왁을 들고 바다로 나서는 해녀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박물관으로 남아 그녀들의 긴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이곳이 바로 해녀박물관이다.

해녀 일러스트

해녀 박물관에선 간간히 “휘이~” 마치 호루라기 소리 같은 청량한 숨비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 속에서 참아왔던 거친 숨을 수면위에서 길게 내뱉는 숨비 소리는 바다가 아닌 해녀자신들의 심연에서 끄집어 내온 전복 같아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리고 짧다가 길게 이어지는 소리에는 질긴 생명력이 영롱해 마치 전복의 속살 깊은 곳에 잉태하고 있는 진주 같아 숙연하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돌담 내 해녀의 집과 마당엔 살림살이들이 소담하다. 반농반어의 삶을 살았던 환경에 맞게 농기구와 물질 도구가 나란히 놓여있다. 때론 거친 바다로, 때론 척박한 땅으로 향했던 제주여인의 다중적인 생활이 엿보인다. 식탁 또한 육지와는 다른 색다른 점이 있다. 커다란 그릇에 머슴밥처럼 소복이 쌓인 밥은 혼자만 먹기 위함이 아니라 다 함께 나눠먹기 위한 것으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오순도순 나눠먹는 그들만의 전통을 엿보게 한다.

해녀 전시물

또한 해녀의 삶과 함께했던 도구들은 소박한 그들의 생활을 잘 보여준다. 박으로 만든 둥근 테왁, 족쇄눈과 왕눈이라고 재미있게 이름 지어진 쇠로 만든 수경(水鏡), 전복을 채취할 때 필요한 도구 빗창 등 물질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물건들이 그것들이다. 
  그 밖에 일상을 넘어 국가수호를 위했던 해녀들의 활동은 여성 특유의 강인함으로 표출된다. 4.3 항쟁의 섬답게 항일운동을 펼친 투쟁사는 근현대 우리 역사의 한 단면으로 기록하고 있어 우리가 모르는 해녀의 활약상을 확장시켜주고 있다(제2전시실).


한편 제3전시실 ‘바다’에서는 테우라고 하는 커다란 배를 만날 수 있다. 천년2호란 이름에 걸맞게 힘 있는 모습의 그것은 해녀들이 멀고 깊은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는데 꼭 필요했던 것으로 제주인의 삶의 산물이자 전통 문화유산이다. 다른 전시물들은 해초를 채취하고 고기잡이를 하는데 쓰이던 다소 생소한 도구들이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해져 박물관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지하1층엔 어린이를 위한 해녀 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에게 해녀를 비롯한 제주의 문화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다양하게 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있어 인기가 높다.


현재 제주해녀문화는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는 중이다. 돌아오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대상으로 선정되어있으며, 해녀를 직업으로 삼고자하는 이들에게 교육을 해주고 있는 ‘한수풀 해녀학교’는 현지인 및 육지에서 제주로 귀촌한 젊은 남녀와 외국인 등이 서로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제 해녀문화는 제주만의 문화가 아닌 국제적인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만큼 큰 자긍심과 제주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제주 해녀문화의 유·무형적 기술전수와 문화계승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앞으로도 깊고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러나 그 중심에 해녀박물관이 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해녀박물관(www.haenyeo.go.kr) 참조
위치_695-97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문의_064-782-9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