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구의 음악칼럼] 바흐, 그 음악 창조의 바탕
[정현구의 음악칼럼] 바흐, 그 음악 창조의 바탕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
  • 승인 2014.08.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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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창조적 행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을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예술은 현실 표현의 무한한 변형들을 제시한다. 그것들은 보통의 감각으로는 붙잡을 수가 없다. 그러한 표현들은 길고도 복잡한 사슬의 일부이므로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창조의 본질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말로(A. Malraux)는 문화유산에 관한 글에서 이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고 있다. “한 작품의 설득력은 …… 그것과 선행하는 작품들 사이의 차이에 있다.”

창조적 예술은 철학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예술은 비물질화하여 순수한 이념으로 남게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은 자기 훈련을 통한 엄격함을 지녀야 한다. 창조는 하나의 긴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창조를 위해서는 비판적인 능력이 필요하고, 이는 시간과 경험을 통해 성숙한다.

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음악가 중 한 사람은 바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이다. 그의 예민한 음악성, 기법, 그리고 창의성과 작품의 다작성 모두는 그가 제일가는 천재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들이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나타나고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단히 학습하고 연구하고 노력하였다.

당시 바흐가 부지런히 공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가 남아있다.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33~1706)의 뛰어난 제자이고 당시 오르트루프의 교회 오르가니스트였던 맏형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Johann Christoph Bach, 1671~1721)는 스승인 파헬벨을 비롯하여 프로베르거, 케를 등 소위 남독일 악파에 속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모은 악보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생인 세바스찬이 아무리 애원을 해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 때 바흐는 매일 밤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그것을 몰래 꺼내어 달빛 아래서 반년 동안 모두 베꼈다고 한다. 나중에 그 악보를 형이 무정하게도 빼앗아 버렸지만…….

바흐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갖가지 음악을 배웠다. 그의 왕성한 호기심과 배움이 수많은 창조행위의 경과물로 그가 남긴 작품들의 바탕이 된 것이다.

18세기 초기의 모든 양식을 대표하는 그의 음악은 19세기 초기에 그 음악적 가치가 재발견된 이후로 교육적인 목적을 포함하는 모든 가능한 음악 목표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바로크 음악을 통합했고, 조성음악의 모체(母體)가 되는 많은 사항들을 확립시켰다.

바흐가 작곡했던 수많은 양식의 작품들 중에서 창조성의 바탕을 만드는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서 가장 많이 채택되어지는 것이 코랄(Chorale)이다. 그 이유는 코랄작품이 단순하고 적절히 통제된 화성적 양식과 호모포니적인 작법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코랄의 목적은 교회의 예배를 위한 것이었다. 바흐는 교회의 직책과 관련해서 수많은 칸타타와 다른 기능적인 작품을 썼다. 코랄은 칸타타의 한 부분으로 사용되었으나(각 칸타타는 보통 코랄선율에 기초를 두었고, 코랄선율로 끝났다) 그 자체만으로 더 많이 불려졌다.

바흐는 코랄선율을 작곡하지는 않았다. 그의 공적은 선율을 화성화한 것이다. 우리는 바흐가 같은 선율을 2, 3개 혹은 그 이상으로 화성화시킨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의 창조 작업과정을 알 수 있다. 그는 말로(A. Malraux)의 말대로 선행하는 작품들을 연구하고 그것들과의 차이를 부여하였다. 또한 바흐는 화성화된 코랄을 바탕으로 다시금 혁신하여 푸가를 비롯한 여타 다른 작품들을 창조해낸다.

그는 독일을 벗어나 본적이 없지만 그의 작품은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당대의 모든 양식을 대표하고, 지금도 수많은 음악가들의 창조적 원천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연구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혁신했기 때문이다.

옥스포드 대학의 교훈은 ‘용감히 알려고 하라Dare to know’이다. 이 문장을 살짝 뒤집으면 ‘용감하게 되는 법을 알라Know how to dare’ 가 된다. 우리는 용감하게 발명하고, 혁신하고, 창조하고, 일상을 탈피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세월이 끝날 때까지 하루하루를 완전히 다시 창조하고 용감하게 새로운 빛깔로 채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