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기행] 다시 찾고 싶은 통영한산대첩축제
[테마 기행] 다시 찾고 싶은 통영한산대첩축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9.0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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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함께 힐링되는 통영 100배 즐기기

몇해 전부터 여름이면 기다려 지는 축제가 있다.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한산대첩축제가 바로 그 것이다. 한산대첩축제는 다른 축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순신’이란 인물에 대한 가슴벅참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3대 해전에도 등재된 이순신의 한산대첩은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수세에 몰리던  전쟁의 방향을 조선의 승리로 돌려놓은 분수령이된, 역사적으로 크나큰 의미를 가지는 승전이다.

한산대첩축제가 열리는 통영은 특이한 문화예술적 토양을 갖춘 독특한 도시다. 조선시대 통제영이 들어섬으로서 지방의 한양과 같은 역할을 했기에 물산의 풍부함과 더불어 문화예술이 꽃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여기에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과 달리 이 곳 사람들에게 내재돼 있는 섬세한 정서가 이 도시를 이렇게 키워온 것이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을 비롯해 소설가 박경리, 극작가 유치환, 유치진, 시인 김춘수, 김상옥을 비롯 화가 전혁림, 이한우, 김형근...12공방의 품격있는 공예품들이 통영의 지금도 여전히 문화예술의 숨결을 이어간다.

 

▲ 초대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통제영에서 군점이 이뤄지고 있다.

축제기간 어디를 가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한산대첩축제는 해마다 주제를 정해오고 있는데 53회째를 맞은 올해는 ‘난중일기’다. 지난해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임진왜란부터 정유재란까지의 난중 기록에 따라 축제일에 각 각 임진일기(任辰日記),계 사일기(癸巳日記), 갑오일기(甲午日記), 병신일기(丙申日記),정유일기(丁酉日記)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 달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 간 열린 축제는 통영 시내 일원에서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과 얼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통영의 미를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든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세심히 배치돼 있었다. 체험축제를 좋아하는 가족단위 피서객, 웅장하고 먹먹한 역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길 좋아하는 여행자, 혹은 문화적 재충전에 목마른 관광객들을 거의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볼거리 체험거리, 먹거리로 바다가 주는 넉넉함에 힐링을 하고 올 수 있는 것은 통영한산대첩축제가 주는 크나큰 선물이다.

 

▲ 군점에 이은 군점행렬이 통영시가지를 행진하며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올해는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으로 한산대첩축제는 ‘명랑 특수’까지 톡톡히 누렸다. 전체 방문객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고 지역경제에 15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까지 가져왔다고 한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한산대첩축제에 참석해 앞으로 한산대첩을 후속작으로 내놓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한산대첩이 영화화 된다면 축제 관람객은 더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특별히 한산대첩전투 장면 재현에 이르는 그 과정에 중심을 놓고 축제를 짚어보기로 한다.

개막 첫날인 13일 충렬사에서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 장군께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를 올리는 것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세병관에서 군점을 거친 후  취타대를 앞세우고 형형색색의 군기를 휘날리며  통영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군점행렬은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톡톡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 다양한 체험거리의 하나로 이순신학교에서 한 어린이가 판자를 이용해 거북선을 만들어 보고 있다.

이순신을 사랑한 미국인 작가, 군사로 열병하다.

한산 바다 견내량으로 향하는 군사들은 축제 나흘째인 16일 오전 당항포에서 출정식을 갖고 판옥선과 거북선을 타고 한산대첩승전 재현을 위해 바닷길로 떠난다. 당시 전장으로 나서던 군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당시의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마치 실제 출병을 떠나는 것처럼 괜시리 긴장된 마음을 갖게 된다.

이날 출정식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미국인 만화작가 온리 콤팜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이순신을 만화로 그린 ‘이순신 매니아’다.

그는 이번 축제기간에 참여해 통영시립박물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순신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출정식을 마친 배들은 저녁 무렵 이순신 공원 앞에 펼쳐진 한산 앞바다에 당도한다.

한산대첩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한산대첩 재현 장면이다. 한산대첩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 연합함대와 일본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이끄는 일본수군함대와의 전략·전술을 겨루는 총력전이었다 학익진 전법으로 7척의 배로 70여척의 배를 침몰시키고 왜군을 고사시킨 임진란 최대의 승전보이다.

본격적인 재현행사에 앞서 예년에 장관을 이뤘던 해군소방정의 분수쇼를 대신해 올해는 공군 블랙이글의 에어쇼가  하늘에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 당황포에서 이순신으로 분한 류태수 한산대첩축제 집행위원장이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출정을 명령하는 모습.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류태수 한산대첩축제집행위원장은 출정식에 이어서 이순신 공원에서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에 앞서 비장한 목소리로 ‘생즉사 사즉생’을 외친다. 나래이터가 당시 한산대첩 전투에 대해 설명을 하는 동안 양쪽 진영의 대장들은 진지에서 번갈아 가며 승기를 잡기 위한 대사를 통해 현장의 긴장감을 드높인다.

어둠이 내려오면서 해전은 시작된다. 거북선을 필두로한 아군과 견내량 쪽에서 유인돼온 왜군은 한산 앞바다에서 불꽃같은 전쟁을 치른다. 행사는 바다 위의 불꽃으로 전투장면을 살려내며 관람객들에게 좀 더 생생한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재현이 끝난 후에는 바다 위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관람객들에게 보너스로 주어진다.

한산대첩 재현이 끝나면 시민들은 승전을 축하하기 위한 ‘대동한마당’ 잔치를 벌인다. 풍악을 울리며 막걸리 한 사발에 전쟁의 노고를 치하하 듯 한산대첩재현 행사 뒤에 펼쳐지는 지역민들의 한마당 잔치다. 이 자리는 관광객들도 베풀어지는 자리다.

이번 한산대첩축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이지만 한산대첩축제는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지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53년에 걸쳐 올해 겨우 우수축제로 격상된 것이 참으로 만시지탄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세계인이 찾아와 충무공의 정신을 배워갈 수 있도록 위치시켜야 만 할 것이다.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의 맛, 지역특산물,덤으로 힐링까지

 

▲ 물놀이 체험의 하나인 거북선요트타기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 특산물을 맛보는 것이다. 통영은 특히 해산물이 풍부해서 싱싱한 활어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중앙시장에 즐비한 난전에서 회를 사서 회센터를 찾아 먹어도 좋고 한적한 바닷가 방파제에서도 좋다. 특히 추천할 한 집을 꼽는다면 중앙시장 입구 ‘장미수산’을 추천해 주고 싶다. 사장님의 인심이 좋아 말만 잘하면 이런 저런 생선을 덤으로 주기도 한다. 그리고 ‘꿀빵’과 ‘충무김밥’은 빠뜨리지 말고 꼭 챙겨보길 권한다.

한산대첩축제가 열리는 통영에서는 행사 기간 내내 빼곡한 프로그램으로 마음만 먹으면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그러나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특히 행사 기간 내에는 교통체증 등을 감안해서 시내에서는 한 곳에 차를 두고 일정구간을 걸어서 다니며 행사를 즐겨도 좋다.

그리고 잠시 복잡한 시내를 떠나 훌쩍 산양면에 위치한 박경리 기념관이나 한산섬의 제승당을 찾는 것도 좋겠다.

느긋하게 정자에 누워 잠시 오수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고...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이후에 휴식을 위해 통영을 찾는다면 이순신 공원과 박경리문학관, 제승당 등을 찾아 볼 것을 권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당시 긴박했던 해상전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바다와 바람과 언덕에 기대 박경리 문학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