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 키네틱 아트와 춤과의 거리
[이근수의 무용평론] 키네틱 아트와 춤과의 거리
  •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명예교수)
  • 승인 2014.09.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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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명예교수)
키네틱아트(kinetic art)는 운동성을 갖는 미술이다. 전기, 기계 혹은 풍력 수력 등 자연력에 의해 움직이는 파트를 작품이 포함함으로써 공간예술로 분류되는 미술품은 시공간을 아우르는 복합예술로 탈바꿈한다.

 정지되어 있는 조각품보다 한걸음 더 춤에 접근한 예술형태라고 볼 수 있다.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백남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2인의 재미작가로 선정된 안형남(1955~)은 현시대의 대표적인 키네틱아티스트다.

모란미술관(이연수)이 기획한 안형남조각전(8.29~10.5)의 오프닝 세리머니가 8월 29일, 미술관 앞 잔디밭에서 열렸다. 키네틱아트작품들과 무용수의 몸이 조우하는 현장이다.

“목소리를 흉내 낸 것이 악기이고 인체동작의 한 순간을 묘사한 것이 키네틱 예술이라면 오늘 오프닝 날 최상의 움직이는 조각(김순정의 춤)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가.” 순서지에 인쇄된 작가의 인사말이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오프닝행사는 홍대 앞 인기뮤직밴드 코로나(천혜광, 인세, 휘찬)의 기타와 보컬공연에 이어 김순정의 모던 발레 두 편이 관람객들에게 보여 졌다. 김순정은 서울대 재학시절 동아무용콩쿨대상을 수상한 국립발레단출신 무용가로 성신여대교수로 있는 발레리나다.

최근 ‘10개의 막대를 위한 구성’등 발레테크닉을 기본으로 한 컨템퍼러리작품을 공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주는 김광석이 맡았다. ‘Confession', 'Secret', '은하수’ 등 창작음반을 출반하고 2010년 제1회 대한민국대중문화예술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중년의 기타리스트다.

잔디밭에서 펼쳐진 첫 작품은 ‘풀밭 위의 집시’다. 멀리 남쪽하늘 위로 건너다보이는 모란산(牧丹山)을 배경으로 경춘 국도변에 편안하게 자리 잡은 모란미술관의 자연환경을 모티브로 삼은 15분 솔로작품이다.

김순정이 이곳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여기에 가미된 25년 시간에 대한 경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열정적인 집시 춤에 대입한 즉흥춤사위다. 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뛰노는 빨간 옷의 집시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을 즐겨 쓰는 안형남의 조각들과 상통하면서 춤과 미술의 최상의 궁합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춤은 안형남의 자연관과도 일치한다. 시애틀에 정착하면서 눈을 뜬 자연의 아름다움, 화가가 공들인 어느 작품도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할 때 그를 구원해준 것은 사람이 곧 자연이라는 발견이었다고 한다. 

지하층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춘 두 번째 춤의 제목은 ‘인간에 대한 예의’다. 전시작품인 ‘니고데모’를 보고 느꼈던 충격으로 구상된 18분 솔로작품이다. ‘니고데모’는 2008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 시우다 미술관(La Ciuda Museum)>에서 처음 전시했던 작품이다.

거대한 산맥과 드넓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희고 검은 포목들의 융기가 전시실 벽 두면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펼쳐져 있다. 한가운데 눈을 가리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몸체를 잔뜩 구부리고 있는 사람이 니고데모다.

 ‘네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대답을 듣고도 따르지 못했던 바리새 유태인이다. 향유하고 있는 많은 재물과 현세의 지위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답을 알면서도 늘 실패하고 마는 연약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같아 더욱 감동적인 작품이다. 치렁치렁 끌리는 흰 옷 허리에 붉은 허리띠를 두텁게 두른 김순정이 작품 사이사이를 누비며 혼신의 춤을 춘다.

니고데모에 대한 한탄을 넘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사건들과 그 가운데 던져진 인간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무를 표현한 현대판 씻김굿이다.

작품은 정지해 있지만 그 가운데 움직이는 춤이 있어 키네틱아트로서의 작품 니고데모는 비로소 완성된다. 음악과 춤과 과학적 테크놀로지가 자연에서 만나 한 덩어리가 될 때 예술은 완성되고 인간은 위로를 받는다.

예술의 정점은 인간이고 인간스토리가 곧 예술이 되어야하는 이유를 다시금 발견케 해준 조각들과 김순정의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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