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고언(苦言)
[특별기고]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고언(苦言)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4.09.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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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전통예술의 진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는 과거에도 끊임없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에 근거하여 정부는 전통문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국악의 계승·발전과 창달을 위하여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행?재정적 지원과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9조와 관련된 소송의 판결문에서도 민족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국가의 은혜적 시혜가 아니라 헌법상 의무라고 판시하고 있다. 단,‘전통’,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과거의 어느 일정 시점에서 역사적으로 존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헌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제반 사회ㆍ경제적 환경에 맞고 오늘날에 있어서도 보편타당하고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전통예술 자체가 다양한 욕구와 취향을 갖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대중성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통예술을 자생력의 유무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전통예술 자체를 문화적 자원으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예술이라는 훌륭한 원석을 이용하여 원석 자체를 가공하거나,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예술적 요소와 융합시켜 대중성 있는 예술, 혹은 품격 높은 고급예술로 재창조시키는 대상으로 여겨야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통예술이라는 원석을 발굴하여 그 원형을 보존·계승하는 예술인도 있어야하고, 원석 자체를 가공하거나,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예술적 요소와 융합시켜 대중성 있는 예술, 혹은 품격 높은 고급예술로 재창조시킬 수 있는 작곡가, 연출가, 안무가, 연주가, 무용가, 연기자, 대본작가, 무대기계, 음향, 조명, 의상 등 무대전문 인력과, 공연예술작품을 무대에 올려 산업화할 수 있는 기획, 홍보, 마케팅 등 예술경영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전통공연예술 인력을 양성하는 전통예술 중등 전문교육기관에서는 입시위주의 현행 교육방식을 조속히 극복하고 창의성과 인성 중심의 교육이 중시되는 교육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시작도 학교 운영의 안정적 기반이 있는 국립학교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시작되어야한다.

이제는 자생력이 강한 전통공연 예술단체나 전통공연 예술인들만이 살아남을 수가 있게 되었다. 자신이 속한 장르의 예술단체 혹은 예술인들과 다른 특성, 차별성, 수월성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잘 나가는 예술단체를 들여다보면 변화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적응할 줄 알고 탄탄한 기획력과 치밀한 홍보와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자생력이 강한 예술인들을 살펴보면 자신이 속한 장르에 대한 기초 실력이 튼튼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을 겸비하고 있으며 인접 장르에 대한 이해력과 융합능력이 탁월하다. 게다가 훌륭한 멘토 그룹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따라서 국악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도 변화해야한다. 학부 교수들은 예술계의 현장 환경이 어떠한지, 미래의 예술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 갈지를 정확히 파악, 예견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철저한 준비를 시켜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 그러나 소수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부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너무나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그간의 대학 교육이 부실하였기 때문에 전통예술계의 현장에 시급한 것은 전통공연예술 무대 전문인력과 기획, 홍보, 마케팅 등 경영인력 양성이다. 전통공연예술 산업 현장에서도  전문인력 양성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하며, 나아가 대중예술, 음악, 연극, 무용, 미술, 문학 등 타 장르의 예술인들을 전통예술 공연예술 전문 인력으로 유입하거나 전통공연예술 전문 인력과 협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다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국악계 인사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 국악이 우리나라의 고유 음악이며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홀대 받고 있으며 국가나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러한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공연예술단체들이 있으며 그 수많은 공연예술단체 중 장르 별로 으뜸은 연극, 서양음악, 전통예술 단체이다. 이 3개의 장르 중 가장 많은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은 전통예술, 즉 국악이라고 생각한다. 국악은 타 장르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 하여 국가가 정책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연극이나 서양음악은 국립 예술중고등학교가 전무한데 비하여, 국악은 국립 예술중고등학교가 2개교가 있으며,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에는 연극과가 없음에 비하여 대부분 국악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는 단과대학 규모로 전통예술원이 있다.

연극과 서양음악은 해당 장르를 연구, 육성하기 위한 국립기관이 없음에 비하여, 국악은 국악을 연구, 육성하기 위한 국립기관인 국립국악원이 서울에 있으며 지방에 3개 분원국악원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이 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국악 분야가 홀대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음악, 연극, 미술, 문학 예술가들에게 미안해해야 한다. 국악은 더 전문화되고, 더 다양화 되어 그 실력을 배가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