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내수 없이 외수없다. _ 미술계는 따로국밥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내수 없이 외수없다. _ 미술계는 따로국밥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4.09.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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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아르바이트와 부모님 용돈을 모아모아 강남에서 비싼 돈 주고 염색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는데 누군가 “얘, 머리 색깔이 그게 뭐니 좀 더 옅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다.하늘이 노랗다. 그 친구 패 죽이고 싶다. 이건 충고가 아니다. 돈들이고 공들여 완성된 상태에는 칭찬이 약이다.

전시장의 모든 미술품은 그 작가의 최선이다. ‘작품에 대해 말씀 좀... 안 좋은 말은 저에게 약이랍니다. 충고 좀...’ 이말 절대 믿지 말라. 죽을 때까지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 흉보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좋은 것 보다 나쁜 것이 더 잘 보인다. 칭찬보다 지적질이 편하다. 남의 흠이야 가만히 있어도 다 보이는 세상 아니던가. 이참에 좋은 말 다 빼고 흉보고 흠잡고 긁어내는 이야기 좀 해야겠다.

땅덩이는 좁은데 온갖 전시들이 난무한다. 너무나 난무하다보니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도무지 중심을 잡기 힘들다.

자기팔 자기한테 달렸다고 자기 맘대로 흔든다. 배가 산으로 가거나 들로 가거나 상관없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오락프로그램의 게임은 세상을 장악한지 오래다. 지금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전시와 이벤트의 계절이다. 오르세이 미술관 전이 지난달 끝났고 쟝사오강 전이 이달 초순에 끝났다. 지금도 피카소나 여타의 세계 유명 미술가의 크고 작은 전시가 준비 중이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미술인들조차 관심이 별로 없다.

여기에 덧붙여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시작되었지만 도통 흥미 바깥이다. 남의 잔치 자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운영주체와 참여 작가들만의 잔치로 조용하다.

광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의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가 무산되면서 독재시대로의 역행이 아니냐는 항의의 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시를 못해도 대만에서 유엔에서 전시를 한단다. 웃기는 세상이다. 부산에서는 운영위원장의 공동감독 제안에 대한 파행으로 우리나라 기획자는 사퇴하고 프랑스 출신 누군가가 전시감독이 되었다고 한다.

앞뒤 얘기 차치하고 막상 문을 열고 보니 본 전시 참여작가 77명중 22명이 전시감독 출신 지역의 작가들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때 서울대 출신 작가들이 장악했다고 말들이 많더니 국제 행사라는 부산에는 프랑스 출신이 떼거지로 왔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키아프가 개최되었다. 참여하는 화랑과 화랑을 에워 싼 작가와 그 외의 다양한 군상들의 세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해도 전시를 마치고 나면 백 몇십억이 판매되어 예년보다 더 호황이었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상관없다. 땅덩이는 좁은데 온갖 전시행사들이 난무한다. 너무나 난무하다보니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도무지 중심을 잡기 힘들다.

참으로 따로 논다. 미술시장과 미술관은 무관하고, 아트페어와 이론가는 무관하다. 비엔날레 참여작가와 참여하지 못한(?) 기타 작가나 갤러리스트와 무관하다. 비엔날레와 블록버스터급 미술전시, 아트페어, 아트페스티벌, 미술관 전시는 각기 따로 논다.

예로부터 상인과 지식인이 따로 놀았기 때문에 미술장사와 미술이론가는 함께 놀지 않는 전통이 이어진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감투를 쓰는 순간 자신을 도와준 많은 이들에게 논공행상(論功行賞) 하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에 남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이러한 전통이 프랑스 기획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나 보다. 세상은 융합과 통합의 시대로 가고 있는데 미술계의 시계는 거꾸로 돈다. 이론가의 미술과 행정가의 미술, 장사치의 미술이 융합할 방법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