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 천안흥타령 경연대회, 춤의 올림픽 만들고파
[인터뷰-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 천안흥타령 경연대회, 춤의 올림픽 만들고파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9.26 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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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국 경연 통한 높은 수준 무대 제공… 세계춤축제로 도약

     ‘천안흥타령춤축제2014’가 이달 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6일간 천안삼거리공원 등에서 펼쳐진다. 세계 각국의 춤꾼들이 모여 다양한 춤과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흥겨운 축제로서, 풍성한 볼거리로 국내 관람객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국제적인 춤 축제로 나아가고 있다.

     천안은 흥타령 민요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다. 1987년 시작된 ‘천안 삼거리 흥타령 문화제’의 맥을 이어 새롭게 축제의 원형을 찾기 위해 2003년부터 ‘천안흥타령춤축제’로 명칭을 바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민족 정서를 담고 있는 천안은 이러한 정체성을 살려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선정돼 명예 최우수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1천여 개에 달하는 국내 축제 가운데 상위권 10위 안에 속하는 등 지역 축제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다함께 흥겨운 춤을!(Let's Dance in Cheonan!)’이란 주제와 ‘춤으로 하나되는 세상! 가자 천안으로...’라는 슬로건을 담아 천안삼거리의 고유정서를 담은 특성화된 축제, 전국 유일의 춤을 테마로 화합하는 국제화된 축제, 시민이 스스로 만들고 모두가 참여하는 함께하는 축제로 이끈다는 구상이다.

     축제의 브랜드가치를 더욱 높이고 세계화 및 도시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외국인 등 관광객 유치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국제민속춤대회를 비롯한 거리퍼레이드, 춤경연, 부대행사 등으로 이뤄진다.

     오는 30일 저녁 7시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월 1일 삼거리공원 주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행사가 열려 시민과 함께 축제의 성공개최와 기쁨을 나누는 장을 연출한다. 세계 각국의 민속춤으로 경연을 하는 ‘국제민속춤 대회’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려 20여 개팀의 수준 높은 민속춤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관람객과 참여자가 하나 되는 거리퍼레이드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춤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10월 2일과 3일 양일간 저녁 7시부터 두 차례 개최된다. 더불어 지난 2012년 처음 시도해 서울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서울 명동거리퍼레이드도 9월 30일 오후 1시부터 2시간동안 펼쳐져 즐기는 축제, 함께하는 축제로서의 의미를 더한다. 행사 참가자와 관객이 함께 즐기며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할 거리퍼레이드는 천안제일고→천안역→문타워 앞 2.2㎞ 구간에서 44개팀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화려하고 멋진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춤경연은 학생부, 일반부, 흥타령부, 실버부, 창작분야로 세분화했으며 창작분야는 대학에서 무용(한국·현대무용, 발레)을 전공하는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순수무용 전문가단체의 참여문호를 넓혔다.

     세계 각국의 민속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축제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 ‘참여자·관람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안흥타령축제가 국제적 규모로 성장하는데 큰 힘을 쏟은 조남규 국제춤축제연맹 집행위원회 의장. 천안이란 지역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더욱 확장시켜 지역 밀착형 축제로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서 세계인이 즐기는 행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조 의장은 밝히며, 이번 축제에 대한 배경 및 현황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현재 상명대학교 문화기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 국제춤축제연맹 집행위원회 의장, (사)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 / 대한민국무용대상 예술총감독 역임, 서울무용제 예술총감독 역임

-축제가 국내규모를 넘어 세계인의 축제로 나아가는 발판을 직접 마련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부탁한다.
“처음에 난 축제경연 심사위원으로서만 참여했었는데, 흥타령축제를 가만히 지켜보니, 100만 명에 이르는 일반 시민이 춤을 보러 온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엄청나게 느껴졌다. 이렇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잖나. 이는 축제를 위해서도, 우리 무용계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겠다는 뜻에 천안시에 축제를 보다 국제화 시키자고 제안했고, 마침 시 측에서도 국내축제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라 흔쾌히 추진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우리 축제가 국제적 규모로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바로 축제가 열리는 시기가 문제였는데, 보통 유럽 등 세계 축제가 개최되는 때는 대부분 7~8월에 집중돼 있다. 그때가 바로 전 세계 공통의 휴가 시즌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10월에 개최되니 세계 참가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단순히 축제를 넘어 댄서들의 올림픽, 월드컵 정도로 만들어야 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 자체의 공신력, 신임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경연 1등 상금을 1만 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세계 춤 경연대회 시상금으로서는 최상급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따라서 축제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었던 거다. 또한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공연수당을 지급하는데, 축제기간 동안 무대에 수없이 올라야하는데, 그때마다 공연수당이 지급되니 계속되는 반복에도 참가자들이 불만이 없더라. 이 점 또한 타 해외 축제에서는 보기 힘든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우리 축제처럼 체계적인 시스템과 참가자들을 배려하는 축제는 유일무이하다고 자신한다. 이런 조건들을 통해 10월에 개최하는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유럽인들은 우리 축제를 ‘춤 월드컵’이라며 치켜세워주더라. 우리 축제에서 우승했다하면 그 나라 뉴스에서 취재열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축제가 참가국들 간의 경연 형태로 진행된다. 축제만으로 진행될 때와 차이점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축제의 공신력을 높이고 시민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경연과 축제의 차이점은 최고 기량의 무용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우정을 쌓고 서로 즐기기 위한 게 축제라면, 각 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무용수들이 서로 경쟁하는 자리가 경연이다. 여기서 최고 기량의 무용수라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민속춤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연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21개국이 참가한다.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 동북유럽국가들 다수가 참가하는 게 눈에 띄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유럽과 비교하자면 동북유럽 춤이 굉장히 역동적이다. 프랑스나 영국의 민속춤은 서정적이지 않나. 경연 무대는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도 중요한데 아무래도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전엔 서유럽도 자주 참가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하지 않았다.”

-참가국들이 비교적 편향된 느낌이 드는데, 다양성 혹은 최고 수준의 무대 제공에 무리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라고 무조건 최고의 춤을 추지 않는다. 민속춤에 있어서는 동유럽 등이 강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항공료를 지급하지 않기에 참가국 편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우리가 돈을 주며 참가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을 테지만 반대로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 자기들이 직접 돈을 들여 참가할 정도니 그만큼 우리 축제가 대단하다는 뜻 아니겠나.”

-2012년부터 국제춤축제연맹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국제춤축제연맹에 대해 소개해 달라.
“천안을 국제적인 도시로 알리고, 축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매개로서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보다 세계 인지도가 떨어지는 천안이라 축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연맹을 만들게 됐다. 또한 전 세계 춤 축제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연맹이 생긴다면 상당히 의미 있고, 게다가 그 메카를 천안이 담당하게 되는 거다. 더불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연맹이 비록 역사는 짧을지라도 네트워크가 방대하고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CIOFF) 등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것을 보여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수, 의장이기 전에 본인도 무용인이다. 국내 무용계의 침체기는 티켓판매 부진을 넘어 학과 폐지 등에 이르기까지 과연 타개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드는 정도이다. 대중의 외면을 받은 이유와 이를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무용전공 졸업생들의 생활이 책임져져야 하는데 그것조차 어려우니 무용계가 점차 쇠퇴하고 있는 거다. 일단 프로단체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체제로 전환해 무용을 잘하면 명예와 부가 따라올 수 있도록 말이다. 공무원제로 운영되면 아무리 어린 나이에 뛰어난 실력으로 주역을 맡았다고 한들 나이 많은 무용수보다 돈을 덜 받곤 한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주역이 되거나 실력이 뛰어나다면 그에 맞는 합당한 대가가 보장돼야 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무용산업은 댄서를 제외한 외부산업종사자들이 나눠 갖는 형태다. 예를 들어 무용의상, 분장, 무대미술, 음악 등 대부분 무용전공자와는 거릭 멀다. 교육시스템을 수정해 무용전공자들에게 의상, 미술 등 복수전공 기회를 제공해 전공자들의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으면 한다. 큰 대학, 유명대학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전체적으로 바뀔 텐데, 아쉽다. 그리고 가끔 어떤 작품은 나조차도 이해를 못할 때가 있더라. 나도 그러한데 일반 대중은 어떻겠나. 관객의 관심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밀어내는 작품도 있다. 무용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국립발레단을 예로 들어보면 티켓이 매진되고 화제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춤이 얼마든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다. 무용과가 점점 사라지고 없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살아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흥타령축제가 더욱 더 중요하고 의미를 갖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축제를 계기로 범 무용계가 참여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을 계기로 우리가 변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탈바꿈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