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 대한 위협이다!” 창극 <메디아(Medea)>
“오페라에 대한 위협이다!” 창극 <메디아(Medea)>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9.26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악스타 박애리와 떠오르는 신예 정은혜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

   
▲ 메디아의 한 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대형뮤지컬에 뒤지지 않는 스펙터클한 창극이라는 찬사를 받는 창극 메디아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레퍼토리 창극 <메디아(Medea)>를 오는 10월 1일(수)부터 5일(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500년 전 그리스 비극에 우리 전통 소리(창)를 더해 만든 이 작품은 지난해 5월 초연 직후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창극은 오페라에 대한 위협이다.”라는 말들과 함께 한국 공연계를 놀라게 했다.

한아름 작가·서재형 연출가 부부가 희대의 악녀 메디아를 한(恨)을 품을 비통한 여인으로 무대에 세웠으며, 황호준 작곡가가 성스루(sung-through) 형식으로 전 곡을 작곡·작창 했다. 여기에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내공 가득한 소리의 힘으로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창극 <메디아>(2013)는 <서편제>(2013), <장화홍련>(2012), <변강쇠 점 찍고 옹녀>(2014) 등 창극의 과감한 변화를 주도해온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이번 2014-201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국립창극단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스 비극을 창(唱)으로 표현하는 최초의 창극화 작업의 중심에는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등에서 부부 합작의 힘을 보여준 연출가 서재형과 극작과 한아름이 있었다.

조국의 보물을 훔치러온 남자에게 반해 친 형제와 친 아들을 살해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녀를 배신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통한 여인으로 창극무대에 세웠고, 그녀의 한(恨)을 통절한 소리의 힘으로 보여줬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빠른 전개는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메디아>의 극적 긴장감은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창)로만 구성된 성스루 형식을 통해 극대화된다. 화성(和聲)이 가미된 남녀 도창(導唱)들의 노래는 그리스 연극에서의 코러스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반복해 부르는 ‘죄를 짓는 것은 남자, 하지만 벌을 받는 것은 여자’라는 가사는 창극<메디아>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극 전체가 하나의 곡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은 음악은 작품의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는 디자이너 여신동의 간결한 무대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극의 절정에 이르러 천장에서부터 거꾸로 꽂히는 거대한 칼의 이미지는 화려한 무대장치를 자랑하는 대형뮤지컬에 뒤지지 않는 스펙터클함도 갖췄다.

 ‘메디아’역으로 배우로서의 재발견이라 평가 받았던 박애리, 정은혜의 불꽃 튀기는 연기대결도 화제다. 다섯 살짜리 딸을 둔 박애리는 어미의 절절한 심정으로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는다.

요즘 ‘불후의 명곡’을 비롯한 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스타 박애리. 창극 <메디아>는 브라운관에서는 볼 수 없는, 소리꾼 박애리의 진가가 발휘되는 불후의 무대가 될 것이다.

또 다른 메디아 정은혜는 사력을 다해 운명에 저항하는 강렬한 메디아를 선보인다. ‘정은혜가 무대에 서면 메디아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평을 들을 만큼 관객의 시선을 장악하는 매력을 인정받은 정은혜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한 서린 여인 메디아의 절규를 노래한다.

재공연인 만큼 관객을 위한 사전 프로그램이 신설되어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메디아 이야기’는 공연 직전 20분간 총 3회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음악적으로 오페라와 비교하여 창극 <메디아>를 분석하고,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가 악녀 ‘메디아’의 심리를 짚어주기도 한다(참가비 무료).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지리와 정세 등의 사전정보를 메디아 역할을 맡은 배우 박애리의 해설로 들려주는 SNS 동영상도 있다. 작년에 메디아를 관람했던 관객은 메디아 마니아로 인정받아 관람료가 할인된다. 메디아의 배경이 된 그리스 고전 도서 소지자들을 위한 할인도 있다. 다양한 할인 혜택들을 챙겨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