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순천 낙안읍성주민과 순천시 갈등 깊어가
[단독]순천 낙안읍성주민과 순천시 갈등 깊어가
  • 이은영ㆍ고무정 기자
  • 승인 2014.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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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회계, 주민 동의 없는 조례 개정 등 주민반발, 관리사무소에 감사원 감사 청구

전라남도 순천 낙안읍성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에 관한 미비한 보상, 불투명한 관리사무소 내부 회계, 주민의 의사 반영 없는 조례 개정, 성내 식당 운영권 회수, ‘지붕잇기 사업’ 외부업체 맡기기 등 순천시의 행정에 반발하고 있다.

 

▲ 낙안읍성 성곽 위에서 바라 본 마을. 초가집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여러 문제들로 마음은 전쟁터다.

주민들은 순천시가 아닌 문화재청의 직접 관리를 요구하며 ‘지금 같은 행정에서는 문화재 지정도 필요 없다’며 문화재 지정서를 반려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국회의원인 이정현 의원실을 방문해 문제해결을 요청하고, 감사원에 낙안읍성 관리사무소에 대한 감사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낙안읍성 주민들은 “‘사적 302호 민속마을로 제정되던 83년 경, 정부는 성내 주민의 사유재산, 사생활 침해 없이 민속마을을 조성 할 것과 더불어 조성된 후 충분한 보상과 생활혜택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국민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분개했다.

문화재보존관리비 지급 방식 불투명, 회계 의혹 증폭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보호구역의 거주민에게는 각종 제약이 뒤따른다. 가옥 마루에 철재 섀시를 설치하거나 무단 건축(신축, 증축, 개축)을 함이 불법으로 분류된다. 또한 거주민은 관람객에 의한 사생활, 사유재산 침해가 불가피하다.

그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구역의 거주민에게 문화재보존관리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했는데, 낙안읍성 거주민의 경우 낙안읍성 관람료의 40%를 문화재보존관리비로 지급받도록 명시되어 있다. (순천시 낙안읍성 관리 운영조례 시행규칙 제 11조 제 4항)

이러한 보존관리비 지급은 각종 페널티에 의해 감액되는데, 가옥 마루에 대형 모기장을 설치하거나 지상에 TV 안테나를 설치하는 행위, 난전 내 곡물 판매자가 전통한복을 착용하지 않거나 전통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행위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경관 및 미관저해 행위’ 외 ‘불법 현상변경 행위’ 나 ‘불법 영업행위’ 등의 법안으로 인해 성내 주민은 생활권 및 주거권을 침해받거나, 관리비의 감액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불투명한 관리사무소 내부 회계로 인해 주민들이 지급받는 연 관람료의 40%라는 문화재보존 관리비마저도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6년 전에 비해 체감상 관람객이 4~50%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별반 차이가 없는 주민 지급액에 대해 의구심이 든 보존회는 관리사무소에 관람료와 시설사용료의 수입금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견에 ‘개인정보법에 의거해 수입금을 공개할 수 없다’ 는 답변으로 일관 중이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등록번호 혹은 개인정보, 개인금융, 개인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배되느냐’ 며 반발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측은 “얼마든지 순천시청 허가민원과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정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금시초문” 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사무소 측의 입장에 대해 보존회에 묻자, 송상수 전 보존회장은 ‘정보공개 청원서를 시청에 제출하면 시청 측에서 조사를 나와 이러한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노인 등에게 개인통장 조회 청원을 다시 받아간 뒤,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불가하다는 답변만 반복한다.’고 밝혔다.

 

▲(좌측 상단 시계방향부터)관광안내소 건물.민속마을의 정체성을 유지 때문에 유리문을 달게 되면 주민들은 패널티를 물게된다. 그러나 버젓이 유리문을 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에 또한 금지된 새시까지 설치돼 있다. 관광안내소건물/읍성 내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은 잘 보이는 곳에 표지석을 세워두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아래측 사진은 매표로로 현재 사용하고 있지만 엄연히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무슨 연유인지 표지석은 사람들의 눈길이 닫지 앉은 뒷마당 구석에 숨겨져(?)있다./매표소 정면 모습. 표지석을 세워두고도 남을 공간이 있다./

낙안읍성 관리 운영조례 및 시행규칙 개정에 주민 참여 공청회는 있었는가
지난 8월 입법 예고된 순천시 낙안읍성 관리 운영 조례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서도 시와 주민의 충돌이 일어났다. 입장료를 100% 인상해 4,000원으로 책정하고 사용시설료 인상, 거주민에게 지급하는 문화재보존기금 10% 인하 등의 조례 개정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반영 등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공청회 역시 대다수의 주민들은 장소와 일시도 모른 채, 순천시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낙안읍성 조례 개정안으로 법안이 통과됐음을 통보받았다. 이 과정 역시 낙안읍성 관리사무소가 3만원에 고용한 노인 두 명이 공청회에 참석함으로써 성내 전 주민의 의견을 대표했다고 송상수 전 회장은 전했다.

타 민속마을과 비교했을 때 입장료 4,000원은 너무 높은 금액이므로 드라마, 영화 촬영지 및 각종 단체의 전통행사, 모임장소로 채택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또한 입장료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주민들이 그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의견도 반영되지 못한 채 순천시 공무원의 행정만으로 조례가 가결됐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또한 주민들은 현재 서울에서 온 관람객은 관리사무소 측에서 입장료의 50%를 할인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사안에 대해 관리사무소는 낙안읍성 주민들에게 어떠한 공고나 알림도 없이 결정했다고 주장하며 “연간 입장료의 40%를 지급받는 주민은 기업으로 따지면 대주주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떻게 주민이 이런 대우를 받는지 모르겠다.” 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관리소의 입장은 달랐다.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리소 측은 이미 주민들이 입법회의가 있다는 것도, 입법회의 후 일주일의 입법예고기간동안 주민의 의견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이 ‘공청회도, 주민참여를 홍보하는 공보도 없었다’ 고 주장하며 낙안읍성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관람료 징수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 낙안읍성 운영 조례는 2003년, 2008년 변경돼 왔다. 주민들은 시장이 필요에 의해 마을을 방문할 때는 수시로 모임에 참여를 독려했으면서도 이번 조례개정을 앞두고는 형식적인 안내만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운영 조례 변경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은 순천시 낙안읍성 관리사무소에서 급여를 지불하고 고용한 소수의 노인의 참석으로 대체됐다’ 며 ‘공청회를 통해 조례 변경 사안에 대해 주민들과 의논해야 하고, 그러한 공청회의 일시는 공문으로 주민들에게 발송돼야 하는데 마을 방송을 한번 내보내고 말았다’ 고 말했다. 낙안읍성의 주인인 주민이 법안 결정에 있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실공사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남문 주춧돌 주변/ 마을의 중심에 있는 '큰샘'이라 불리는 우물. 읍성내 하수도 공사 이후 물에 이끼가 끼어 녹조현상을 보이고 있다./주민들이 운영하던 것을 공개입찰로 외부인들에게로 돌린 식당 중 하나../문화재지정서. 이것을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의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에 항의의 뜻으로 문화재청이 직접 낙안읍성을 관리해 줄 것을 요청한 후 문화재청장에게 증서를 직접 반려하려 했으나 나선화 청장의 만류로 되가져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낙안읍성 내 음식점과 초가지붕 잇기 사업-어디로 갈 것인가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1995년부터 보존회가 음식점을 운영하던 중 ‘카드 기계 미설치, 회계 불투명 등의 문제가 발생해(9월 18일, 관리사무소와 통화) 순천시가 회수,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

그러나 음식과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크게 떨어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낙안읍성보존회가 다시 운영하게 됐다(보존회 탄원서). 그동안 음식, 서비스, 수익금 사회 환원 등의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됐고 읍성에 대한 이미지를 회복했으나 계약기간이 끝나자 순천시는 다시 공개입찰을 행했다.

그 결과 낙찰된 음식점은 2010년 이전 상태로 돌아가 버렸고, 입찰가도 하락해버린 상태다. 더욱이 어느 음식점은 아무도 입점하지 않아 휴업중이다. 이에 주민들은 다시 식당 운영권을 주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 중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 사안에 대해 9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음식점 문제로 주민끼리 고소?고발 등 문제가 많았으며, 현재는 입찰을 통해 주민들이 음식점을 위생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찰된 곳은 음식점 4곳 중 1곳이며, 이곳은 새로 개발된 시 특화 음식을 하는 곳이다보니 부담감 때문에 유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입찰돼, 곧 음식솜씨 있는 주민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이 요구하는 난전 허가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며 행정상 어려운 부탁이라고 덧붙였다.

읍성 내 매년 초가지붕 잇기에 있어서도 순천시와 읍성 주민의 의견이 대립한다. 성내의 초가집의 지붕을 일 때, 처음엔 주민들이 모든 집의 지붕을 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개인집은 개인이, 시 소유의 초가는 건설회사가 입찰을 통해 주민 고용 형태로 지붕을 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다른 민속마을은 주민들이 모든 건물의 초가를 이는데, 왜 순천시만 주민을 믿지 못하고 건설회사에 입찰을 줌으로써 행정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며 반발했다.

또한 ‘초가지붕 잇기 사업비가 전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서 순천시에 대해 불신이 많기 때문에 사업비를 공개할 것’ 과 더불어 ‘주민 보상차원에서 나온 초가지붕 잇기를 다시 주민에게 돌려 달라’ 고 요구 중이다.

지난 2일 통화에서 관리사무소 담당직원 김형균씨는 “여타 타른 민속마을이 어떤 식으로 지붕 행정을 처리하는지는 조사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시 소유 건물을 공개 입찰을 통해 건설회사에 낙찰하는 것은 업무 상에 하자가 없다” 는 답을 반복했다.

주민들은 또 낙안읍성 종합안내소(매표소)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내주민이 초가집에 유리문을 설치할 경우 문화재보존관리비가 삭감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데, 어째서 관에서 관리하는 종합안내소는 초가집인데도 불구, 유리문을 달고서도 아무런 제재가 없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22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가 출장 중이니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답변을 듣고 다음날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일과시간이 끝나가도록 연락이 오지 않아 오후 6시 무렵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들이 퇴근했다” 는 답변만 돌아왔다.

주민 “우리는 다른 민속마을만큼의 행정을 원할 뿐이다”
 이렇게 순천시와 많은 갈등을 빚다보니, 주민들은 2020년까지 유네스코에 등재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달갑지 않다고 전했다. 불투명한 행정 아래 고통 받으며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보단 차라리 주민들은 그저 등재에 앞서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립되길 바랄 뿐이며, 그것도 안동 하회마을이나 양동민속마을, 외암민속마을, 제주성읍민속마을 등 다른 민속마을에 대한 행정 만큼만을 원한다고 일갈했다.

그들은 ‘다 같은 대한민국의 행정인데, 왜 하회마을과 낙안읍성은 권리 보장 수준과 행정이 이토록 다르냐’ 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으로서의 주권 행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회마을의 경우 전 구역에 걸쳐 두 명의 공무원이 행정 업무를 담당하며, 면사무소 35개 마을을 합쳐도 담당 공무원은 채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천재지변이나 기타 이상이 없으면 틀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문화재이므로 많은 공무원 혹은 그들의 잦은 인사이동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낙안읍성의 공무원은 현재 10명이 넘으며, 계약직 공무원까지 포함하면 약 20명가량 된다. 이에 대해 보존회 측은 ‘그들의 잦은 인사이동 탓에 행정의 집행 속도가 매우 느리며, 주민이 주권을 행사하기 불편한 상황’ 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차라리 순천시가 아닌 문화재청이 직접 행정관리를 해달라'며 지난 2일, 버스를 대절해 대전의 문화재청사를 방문,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낙안읍성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순천시 낙안읍성관리사무소(이하 행정)의 부당한 행정집행과 처우 등 자신들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 약 한시간 가량에 걸쳐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의 의사 타진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를 개정·시행하려는 순천시의 낙안읍성의 행정에 대한 탄원서를 나 청장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은 지난 2일 일방적으로 조례 개정해 낙안읍성 입장료 인상과 시설사용료 인상, 입장료 수입의 비공개 등을 추진하는 순천시의 행정을 탄원하는, 74세대 주민 중 61세대의 서명이 담긴 조례 개정 반대 탄원서를 나 청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유범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은 “이는 결국 순천시와 낙안읍성 주민들 간 소통의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 라며 “현지에서 사실관계의 조사를 통해 조율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낙안읍성 직접 관리에 대해서는 “국가법체제를 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고 답변함으로써 문화재청이 낙안읍성 행정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외에도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대해 가지는 의혹과 불만도 상당하다. 우물과 하수도문제, 성내 보수공사, 토요장터 문제 등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송상수 전 보존회장은 “낙안읍성에 대한 법안 개정을 위해 시의회와 공익감사원에서 각각 감찰, 감사가 나올 예정” 이라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낙안읍성 내 관리사무소와 주민들 간의 이러한 갈등과 제도 보완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