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승현, 이구하 작가②]김유정의 소설 속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사랑’
[인터뷰/유승현, 이구하 작가②]김유정의 소설 속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사랑’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10.24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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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사랑을 남겼고,꽃으로 그림으로 거북이로 나온다

'유정, 꽃으로 오다' 오는 31일까지 춘천 김유정문학촌서 전시

▲유승현 도자작가와 이구하 서양화가가 협업으로 작업한 작품들.

김유정. <동백꽃>, <봄봄> 등의 소설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그의 ‘사랑’이 이제 도예와 서양화가 만난 ‘제 3의 장르’로 우리 앞에 선을 보인다.

현재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이달 말까지 열리고 있는 '유정, 꽃으로 오다’ 전시는 화가 이구하와 도예가 유승현, 그리고 소설가 김유정의 시간을 초월한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전시의 두 주인공인 이구하 작가와 유승현 작가는 각각 협업을 통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또 다른 모습의 김유정을 만났다.

한사람은 김유정의 후손으로서 또 한 사람은 김유정의 고향인 춘천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결국은 김유정의 고리로 이번 전시는 숙명처럼 이끌려 이뤄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사람은 인연보다 더 귀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이전 스타일 그대로, 혹은 형상화에 급급했던 자신을 벗어나 또다른 ‘제3의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사랑과 기쁨을 얻고 다시 한 번 함께 하고 싶어하는, ‘함께 만드는 기쁨’ 이었다.

당신이 남긴 알싸한 향기
천만년을 기다려 만난 귀한 선물
시공간을 넘나드는 우리의 사랑

늘 그립고 그립고 .....

오늘도 향기로 내려와
시대를 연주하는
당신은 영원한 꽃

-유승현

유승현 작가가 이번 전시를 앞두고 김유정에게 받치는 헌시처럼 김유정은 늘 그리운 얼굴로 우리곁에 머물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뜨겁게 불타고 있는 김유정의 가슴이 이들 두 작가를 통해 ‘동백꽃’같은 알싸한 사랑을 전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춘천 김유정 문학촌 전시장에서 이들을 만나 김유정 이구하 유승현의 이야기를 풀어봤다.

[1편에 이어]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유승현 작가의 '종'작품.
-유 작가는 전시 때마다  종 작품을 빠지지않고 한 켠에 달아놔 특히 친근감을 준다. 종 작품을 통해 유작가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은 힘든 투병 중에도 희망을 노래했던 김유정의 피가 역시나 흐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종 작품이 음악과 밀접한 영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작업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유승현 처음에 종 작업한것은 다른 사람들 때문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믿어주는 분들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들이 왔을 때 자신의 이름, 소망이 적혀있는 작품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으로 한달동안 교류한 명단을 보고 그 분들의 이름을 적고 누구누구를 위하여 라고 적었다.

약 400개의 종을 만들고 전시를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찾아 오신 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좋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김유정문학촌을 후원하시는 분들의 명단을 보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문학촌에서는 모든 후원자들이 오지 않아도 감사해하는 마음이 감사하다고 했다. 종은 나에게 의미가 크다. 작은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 같다. 소리도 좋다.

- 유작가는 도예하기 전에 피아노 전공, 지휘를 했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마치고 아이들 미술상담치료, 음악도 하고 있는데 사실 음악의 서정성이 작품에 얼마정도 영향을 미쳤나고 보는가.

유승현  거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음악은 시간예술이다. 내가 100시간을 투자해도 연주회 1시간을 망치면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종을 500개 만들었는데 그것들이 다 깨진 경험과 같다. 음악은 내가 사랑하고 친했던 친구인데 나중에는 자유로움을 표현하기에 불편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도자에 손을 댔는데 이것은 100년이 남을 공간예술이라고 느꼈다. 내가 갖고 있는 취향과 정서가 도자기와 맞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작업의 99%가 음악의 요소가 나온다. 리드미컬하고 자유롭지만 아주 강한 기본틀이 있고, 주제에 맞춰 일관적으로 가는 부분이 있고  음악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가끔 도자기에서 오선도 음표도 보인다. 가장 작업을 많이 하는 벨은 악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들어가 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율동감을 갖게 하고싶고, 오케스트라가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작품에 많이 반영된다.

유승현 "음악은 내 작업의 원천"

국립강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미술교육학 석사)/ FRANCE Paris에서 작품활동(2001-2002)/개인전 21회 및 단체전 34회 등 다수/  2010 대한민국미술대전(입) 서울시립미술관Seoul 등 다수 /Johns Hopkins Hospital,세계일보 본사(서울),박수근미술관(양구)등 소장
-이 작가 주변에 재밌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전 춘천 전시를 앞두고 소장자들이 이 작가 작품을 가지고 거리 퍼포먼스 벌이기도 했다.

이구하 춘천에서 전시제의가 왔다. 내 그림이지만 주인이 내가 아닌 그림을 갖다놓고 전시하면 어떻겠냐는 거다. 내 작품 컬렉터들에게 전화해서 그림을 빌리는거다. 멀리서는 일본에서도 공수해왔다.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나는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제로포인트라는 시청앞 길에서 했다. 여기에 컬렉터분들이 자원봉사를 해주시기로 했다. 아침에 그림을 가져오고 저녁에 가져가는 식이었다.

이렇게 하다보니 내 그림 하나로 모르는 분들이 모이게 됐다.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작품 하나로 말이 통했다. 거북이로 관계성을 이야기하다가 이것이 현실로 이루어지니 좋았다. 여기서 조금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극단과 협업을 해 그림을 가지고 몸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졌다. 작품은 꼭 좋은 갤러리가 아니라 길이라도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작가는 개인전만 21회인데 다 거북이 작품이었나?
이구하
첫 개인전 1번 빼고 다 거북이었다. 첫개인전은 오브제가 걸렸다. 아무것도 없이 작은 서랍을 만들어 쓰던 물건들 모아 납을 녹여 가지고 있는 것을 붙였다. 밀납이나 파라핀을 구워서 덮고 추억처럼 뿌옇게 보이게 했다. 대학때로 오브제 작업을 많이했다. 전시에서 어떤 노파분이 내가 작가냐고 물으시고는 '이건 그림이 아니네' 하셨다. 저분이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프랑스 유학을 떠났고 오브제 작업을 내가 끝까지 할 것인가? 고민했다. 작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려니 더 어려웠다. 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바닥만한 곳에다 끼적대다가 한국에다 펜을 보내달라고 했다. 거북이도 그때 그렸다. 유학에 실패하고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나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했던 것 같고 거북이가 수백, 수천마리가 나왔다.

-왜 먹을 선택했나

이구하 내가 외국의 것을 흉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싸구려 먹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잉크는 번지지만 우리 먹은 스미고 응고가 된다. 그때부터 먹그림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다. 한동안 먹만 쓰다가 먹에서 찾을 수 없는 여러 성질의 재료를 섞어보기도 했다. 어떤 것을 얼마 타냐에 따라 희석이 되기도 안되기도 하는데 이런 다양한 느낌이 나는 것이 좋았다. 내가 그었지만 먹이 만들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유승현 이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먹에서 나오는 요변을 즐기고 계신데 도자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도자를 아무리 완벽하게 해도 가마에서 나오면 달라진다. 어떤 분들은 똑같이 나오지 않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작업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게 싫지 않은거다.

이구하 "거북이는 나의 분신"

▲유승현 도예가 / 숙대 대학원 교육학전공/ 개인전 7회 및 초대개인전 협회전 다수/교육전/ 유승현의 흙과 놀다展. 기획전시 10회 상/한국도자재단, 해강도자박물관, 경기문화의 전당,그리스아테네국립박물관, 서울아산병원갤러리 등/부스전 /Handmade koreafair(COEX). 세계도자비엔날레(광주왕실도자기축제) 참가
-유작가의 작품은 지중해의 따뜻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고 앞서 언급했다.  그래서 그리스 아테네 박물관에서의 전시를 한 것이 흥미롭게 전해져 왔다.

유승현 한국미협에서 추천받아 전시하게됐다. 어떤 작품을 그리스로 보내야 하나 생각하니까 어렸을 적부터 따라내고 또 붓는 주전자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욕심도 많아 다 갖고 싶어하기도 하고 정이 많아 다 주고 싶기도 한 사람이었다. 올 초에 주전자 작품 1점을 보냈다. 왠지 그리스사람들이 봐도 이게 한국에서 왔어? 라고 놀랄 수 있는 토기 의 작품이었다.

-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에 어떤 변화가 올것인지 궁금해진다.

이구하 당분간은 꽃거북이가 지배할 것 같다. 지금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 꽃은 필 때는 아래에서 위로, 질 때는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그런데 꽃거북이는 계속 올라간다. 겨울에 내리는 눈꽃처럼. 눈꽃거북이를 스케치를 했는데 이뻤다. 올 겨울에는 눈꽃거북이가 나올것 같다. 김유정의 꽃거북이가 되니까 갑자기 이쁜거다. 예전에는 심각했는데 지금은 즐거운 게 좋다는 생각이다.

 -유 작가는 도자기 외에 다양한 활동들을 열정적으로 해내고 있는데 그 에너지의 동력은 무엇인가.

유승현 즐거운 것만 했고 끝까지 책임지는 게 내 성격이다. 하지만 포기하는 것도 많다. TV,쇼핑 등 허튼 시간을 쓰지 않는다. 누구나 열정이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 작은 예술단 지휘자로 있는데 아이들과 음악적으로 교감하면서 영감을 받아서 좋다. 고민하는 시간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혹시 이번 작업하면서 유작가에게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구하  질문은 없고(웃음) 작품이 이쁘다. 꽃같은 거다. 그냥 좋다. 행복하다. 고민을 넣어 세상을 바꾸겠다, 그런 게 아니라 그릇에다 술, 차를 마실 때 보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마냥 이쁘다. 두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 오더라. 나는 강의할 때 잘그리는 그림보다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그림은 계속 볼수록 진짜 좋은거다.

-앞으로 두 분의 전시 계획과 함께 가지고 있는 꿈이 있다면.

이구하 정확하게 잡혀있는 전시는 없다. 작업은 날짜를 잡아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계속한다. 일정량의 작업이 쌓이면 어디선가 연락이 온다. 작업은 꾸준히 이어져오는 것이고 앞으로는 열심히 작업해서 죽을 때까지 작업을 하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단 부딪쳐보고 계속하는 것이다.
유승현 일반 작가들이 갖지 못한 고민이 있다. 아버지가 도예가시다보니 2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늘 하고 있다. 주변에 보니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분들하고 모여서 전시를 할 예정이다. 향후에 1세와 2세가 좀 더 다른 세계지만 같은 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전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음악을 공부했지만 전업으로 도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장르와 교류를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는데 한 달 작업하며 이런 작업의 장점과 단점을 같이 느꼈다. 다른 장르와 합하는 것이 참 힘들지만 또 새로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재미난 전시를 하고 싶고 교육적인 부분을 예술적인 부분과 접목을 해서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를 하고 싶다. 물론 작품은 지금처럼 계속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