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食道樂 18. 인사동 [사과나무]
예술가의 食道樂 18. 인사동 [사과나무]
  • 김종덕 무용가/천안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 승인 2014.10.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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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간판. 역사를 느끼게 한다.
하늘은 청명하고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계절이다.

가을은 산책하며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항상 내가 머물던 그곳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해서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며,

자신을 생활의 굴레에 가둬두고서 세상을 등지거나 눈감아버린다면 누구랑 벗하며 또 누구랑 소통하며 의지할까. 망망대해의 섬처럼 고립되어 혼자 외롭게 살지 말고 아프면 엄살도 피우고, 때로 친구의 푸념을 안주삼아 맥주도 한 잔 기울이면서 사람들과 얽힌 인연으로 상처도 받고 기쁨도 누리며 사람답게 살자.

이맘때가 되면 남산도 가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도심 한 가운데 있지만 잘 가꾸어진 야생 식물원과 산책로는 제법 운치가 있을 뿐 아니라 국립극장이 자리 잡고 있어 자주 발길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극장을 거쳐 가까운 후배들과 모처럼 인사동으로 향했다. 인사동은 골목마다 운치 있는 가게들이 곳곳에 숨어있어서 마치 시간여행을 다니는 듯하다. 한옥에서부터 근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물과 다채로운 음식점들이 즐비하니 눈의 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끔 내가 오랜 친구와 흑맥주 한 잔 하고 싶을 때 가는 카페가 있다.

▲사과나무 입ㄱ와 마당의 사과나무

옛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 듯 보이나 주변의 환경을 배려한 소품의 배치가 정감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손님을 반기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열매를 맺는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뽐내지만, 겨울엔 꼬마전구를 촘촘히 몸에 두르고 온화한 불빛으로 삭막한 밤길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사과나무’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18년 전통의 ‘치킨달밥’이다.치킨달밥은 애플 소스에 닭고기와 표고버섯, 감자, 피망, 당근 등의 야채를 큼직하게 썰어 향신료와 함께 볶아낸 덮밥의 일종인데, 달콤하고 매콤한 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도 입에 잘 맞는다.

▲사과나무의 인기 메뉴인 치킨달밥

그 외에도 오징어와 홍합, 새우에 매콤한 크림소스로 요리된 해물크림소스 스파게티, 감자와 치즈가 적절하게 배합된 오믈렛, 육즙이 살아있는 스테이크에 야채와 쌀밥, 볶음면이 곁들여진 함박스테이크도 인기 있는 메뉴들이다.

사과나무 아래서 실컷 먹고 담소를 나누었더니 조금은 여유롭고 너그러워진 나.
억눌리거나 답답한 감정들을 해소하는 것이 곧 감정의 정화가 아닌가. 좋은 친구들과 담소를 나무며 마음을 비워내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배포도 두둑해지는 것이 답답한 마음의 흔적마저 지워진 듯하다.

사과나무.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84-5. (02-722-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