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차용하는 TV속 기미가요와 욱일승천기
무분별 차용하는 TV속 기미가요와 욱일승천기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4.11.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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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기미가요, <아빠!어디가2> 홍어 먹이기 논란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결국 일이 터졌다. 너무 승승장구해서, 혹은 많은 말이 실수를 낳듯 토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으로 문제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복병은 의외로 외국인의 '발언'이 아닌 제작진이었다. '기미가요'라는 한국에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민감 사항을 건드렸다.

JTBC <비정상회담> 이야기이다.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다. 천황 시대의 영원을 염원하는 노래라고 한다. 문제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일본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 기미가요를 조선인의 황민화 정책을 위해 하루에 1번 이상 반드시 부르게 한데 있다.

때문에 이 노래는 애국의 유무를 떠나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흘러나와선 안 되는 노래이다.

 <비정상회담>은 그런 노래를 일본인의 등장장면에 삽입 시켰다. 제작진은 이 부분에 있어서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1회와 10월 방송 두 차례나 기미가요를 사용 한 것으로 보아 그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쯤으로 생각한 게 틀림없다.

이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일요일 방영 된 <아빠! 어디가?>는 외국인에게 홍어먹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홍어 먹기는 사실 예능적으로 처음 사용 된 요소는 아니다. 많은 예능에서 맛이 강한 홍어를 먹으며 웃음을 유발 시킨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홍어삼합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맛있는 '한국 음식'이다.

혐오감을 주기 위한 식재료가 아니다. 다만 호불호를 가질 수 있는 음식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 논란에도 '애국'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시청자들이 불편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맛있는 한국 전통 음식이 많은데 웬 홍어 삼합? 한국을 알릴 음식이 홍어뿐인가? 하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한국 음식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아빠! 어디가?>도 제작진의 잘못된 처신과 행동이 문제를 키웠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의 경우 나라사랑 키워드가 오히려 논란 아닌 논란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의 예능출연은 현재 TV프로그램의 트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논란들은 외국인이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할수록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나라사랑'이고, 무엇이 '한국을 제대로 홍보하는 일'이며, 어디까지가 '예능적 웃음포인트'인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예능은 계속 재미만을 추구 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잣대로 애국과 웃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면 문제는 계속 발생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논란의 여지를 다 잘라버리기 위해 웃음 또한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결국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 인식뿐이다. 예능적 재미도 재미이지만 그 이전에 올바른 역사의식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나라사랑에 반하는, 역사 왜곡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욱일승천기를 하나의 패션 문양처럼 생각하고 착용한 일부 연예인들의 몰지각한 행태에 비난 여론이 거셌던 일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시적 또는 잠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제작자들은 정확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에 힘써야 한다. "기미가요, 욱일승천기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실수입니다!" 아무리 변명해도 국민들은 이해해주지 않는다. 애국에 반하는 내용이 드러나면 재미와 웃음은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