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직장인 코드가 각광 받는 이유
미생- 직장인 코드가 각광 받는 이유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4.11.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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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생생한 현실 그려낸 웃음과 눈물, 분노의 '공감코드'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몇일 전 '새벽별 보며 출근하는 직장인 "집에서 아침 먹은 지가…." '라는 기사를 보았다. 관행적으로 새벽 출근과 야근을 반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직장인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직장인들은 새벽 일찍 출근을 하지만 상사에게 얼굴 도장만 찍은 후 회의실에 널부러져 잠을 자거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운다고 한다. 업무 효율 보다는 상사와의 관계, 눈칫밥으로 점철된 한국 직장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슬픈 현실을 대변하듯, TV 드라마와 예능에서 '직장인' 코드가 유행 중에 있다. 그 유행에 큰 불을 지핀 것이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의 '미생' 열풍이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未生)'은 웹툰 속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큰 인기몰이 중이다. 몇일 전 시청률 3% 공략으로 오과장 역(役)의 배우 이성민이 여의도에서 프리허그를 성황리에 마쳤다는 후문이다.

'미생'은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주인공 '장그레'가 프로 입문을 하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장그레'가 인턴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하여 계약직 사원을 거쳐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낼 것이라고 한다. '미생'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직장인들의 '공감'코드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미생의 배경 '원 인터내셔널'의 상황 묘사는 매우 디테일하고 현실적이다. 다양한 직급의 서로 다른 입장차를 눈 앞에서 보는 것 같은 리얼리티를 준다. 때문에 실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미생 제5화 방송의 경우, 여성 직장인- 특히 워킹맘의 애환을 자세히 묘사하였는데, 부장이 여성 사원의 셋째아이 임신으로 업무 공백이 예상되자 "여자들은 의리가 없어", 또 "낄때 안 낄때 다 껴 여자가!" 등의 발언으로 여성을 비하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여직원은 "워킹맘은 늘 죄인,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께도 죄인"이라며 슬퍼한다. 이렇듯 현실의 직접적 묘사는 시청자들에게 왠지 모를 슬픔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모든 사람이 한 조직사회의 일원인 우리사회에서, 특히나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의 문제와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그만큼 큰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현재 TV에서 직장인 코드는 '미생' 뿐만이 아니다.

tvn에서 방영중인 '오늘부터 출근'의 경우 초근접 직장리얼리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직장생활을 해본 적 없는 연예인들이 실제 기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주일간 직장생활을 체험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실제 신입사원처럼 회사 생활에 녹아든다. 이 과정에서 실제 일반인 직장인들과의 협업과 소통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생소한 경험에서 오는 재미요소와 신입시절의 실수를 추억하게 하는 연예인들의 체험은 직장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향수와 재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또 예비 직장인들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가능하게 한다.

개콘의 '렛잇비'라는 코너도 같은 맥락이다. 뮤지컬 개그를 표방하며 실생활 밀착형 가사를 통해 많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특히 상사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직장문화의 특징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코너 마지막에는 "우리 함께 힘내요! 웃어요!"를 관객과 합창하며 카타르시스도 선사한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노래와 개그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쉼없이 달린다. 고도의 경제성장에 부흥하기 위한 것처럼 365일 바쁘게만 돌아간다. 경쟁과 실적에 지친 직장인들은 하루의 피로를 풀지도 못한 체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 이러한 삶의 피로,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불만들을 TV프로그램이 대신 해준다. '직장인 코드'를 통해 잠시나마 공감하며 웃고, 웃으면서 위로 받는 것이다.

직장인 코드 TV프로그램은 이러한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좁은 취업문에 힘들게 들어간 회사이지만 회사생활도 녹녹치 않고 피로하기만 하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우리는 잠시나마 위로 받는다.

"너도 한번 겪어봐!^^" 혹은 "너도나도 다 똑같구나...모두 다 힘들구나.."하고, 그리곤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한다. 다 힘들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그래 조금만 힘을 내자! 하고 말이다. 그래 맞다, 아직 미생(未生)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