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충격! 서울연극제 아르코대관 탈락,무엇이 문제인가?
연극계 충격! 서울연극제 아르코대관 탈락,무엇이 문제인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12.0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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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안되는 '표적 탈락', '특별히 엄중한 잣대로 심사'

"서울연극제 , 그간 성과 못미쳐ㆍ서류부실ㆍ일개단체 불과" VS  "특정 공연에 대한 '슈퍼갑질', 연극계와 문화시민우롱하는 직권남용"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연극제를 이끄는 서울연극협회의 갈등이 크게 번져가고 있다. 서울연극제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공연장(이하 한팩) '2015년도 정기대관 공모' 선정에서 30여년만에 처음으로 탈락되면서 연극인들은 ‘연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서울연극협회는 지난달 18일 성명서를 통해 “대관 심의과정과 심사위원 명단 공개, 대관심의 탈락 이유를 밝혀 줄 것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공식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35년간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에서 올려졌던 서울연극제.

이들은 옛날 문예회관으로 연극인의 가장 대표적인 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을 어떠한 협의와 사유도 없이 탈락시키면서 내년 서울연극제 개막을 포기시킨 것을 ‘서울연극제 35년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이자 ‘연극계와 문화시민들을 우롱하는 직권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영빈 위원장의 ‘엄정한 잣대’에 희생(?)된 연극제, 불공정 심의 논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다음날인 19일 100여명의 연극인과 함께 한국공연예술센터를 항의 방문했다. 여기서 들은 답변은 심의 결과는 모두 5명의 심의위원들의 결정사항이었기에 조정할 이유가 없었고 이 모든 근거는 권영빈 위원장이 “특별히 엄중한 잣대로 심사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공연운영부 김의숙 부장은 서울연극협회에 대해 “일개 단체의 대관 결과에 대한 협의나 조정은 하지 않는다”면서 서울연극제 대관 신청을 무시했다고 연극인들은 주장했다.

▲연극인들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서울연극제 한팩 대관 탈락에 항의하는 시위 퍼포먼스

연극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위원회는 20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위원회 측은 “서울연극제의 그간 공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데다 심사 서류가 너무 부실했다”면서 “그간의 관행을 떠나 공공 재원으로 운영하는 무대에 올리는 작품들은 엄정하게 선정한다는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또 위원회는 올해 서울연극제 무대에 오른 8개 작품 중 4개 작품이 초연이 아닌 재연이라는 것과 지난해와 올해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일부 작품의 유료 관객이 1%, 4%에 그쳤으며, 전체 유료관객 점유율도 평균에 못 미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대위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공정성과 신뢰로 30년을 이어온 관계를 ‘서류 부실’을 이유로 깼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전체가 아닌 특정 공연만으로 전체 심의를 한 것은 ‘수퍼 갑질’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또 공지에 분명 ‘국내창작극 우선 선정’과 ‘초연, 재연 모두 신청 가능’이라 명시했음에도 국내 창작극 재연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서울연극제에 대한 명백한 ‘사전 검열’이라면서 한국예술공연센터는 서울연극제의 주최가 아닌 극장을 대관하는 기관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극인들이 서울연극제 한팩 대관 탈락에 항의하는 시위 퍼포먼스.

문체부에 청원서 제출, 다음 아고라 서명운동, 규탄 퍼포먼스 등으로 연결

이런 상황에서 26일에는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가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해 김종덕 장관 앞으로 내년 서울연극제 대관 승인과 유인화 센터장 해임, 한국공연예술센터와 현장 예술인들의 협의체 결성과 함께 소통을 위한 문체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전달했다.

시민본부 측은 다음 아고라를 통해 대관 재심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35+1‘서울연극제지키기 특별 퍼포먼스’ 등으로 서울연극제 지키기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서울연극협회 측은 서울연극제가 열리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연극인의 터전이기도 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과 서울연극제의 그간의 활동을 평가 저하하는 모습에서 ‘연극인의 굴욕’을 느낀다며 분개하고 있다. 

▲▲연극인들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서울연극제 한팩 대관 탈락에 항의하는 시위 퍼포먼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문화계 인사들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봉구 한국연극협회이사장은 지난 2일 기자와 전화를 통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유감스럽다”는 연극협회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현 문제의 대안으로 내년에 서울연극제가 아르코 예술극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하기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번 주 중으로 이같은 문제에 대해 협회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 발표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서울연극협회장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현 정부의 눈에 가싯처럼 튀는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유치한 일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와함께 연극계는 서울연극제 비상대책위가 개설한 Facebook을 통해 예술위와 한팩에 대한 비난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연극정신을 되살릴 때라는 ‘희망’을 얘기하기도 했다.

▲마로니에 공원 시위와 함께 서울연극제지키기 비상대책위가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 김종덕 장관에게 사태해결을 위한 청원서를 전달했다.

한 극단 대표는 비상대첵위 Facebook을 통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서울연극제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라며 “한 마디로 이건 사건이다.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황담함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두 번째 드는 생각은 궁금함이었다. 왜 그랬을까?...(중략) 그는 센터측에서 말한 두 문장 ‘엄중한 잣대. 일개 단체’라는 말이 황당함과 궁금함의 확대와 함께 뇌리에 남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연극인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완장의식>이란 글을 통해 연극인들의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이상한 전쟁이 시작 되었다. 36회 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서울연극제’를 대관심사에서 제외/탈락시켰다. 난감하다. 황당하다. 연극인 전체를 모독하는 일이다. 상황이 빨리 종식되길 바라나, 저들이 그렇게 쉽게 항복할리 없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에 기대어, 우리 연극인들은 연극정신을 되찾는 희망의 기회로 역전 시킬 준비를 하자. 여기엔 행동이 필요하다.”

여론, "문화예술위의 정치적 개입 의혹, 예술의 논리로 문제 풀어야"

▲지난 11월27일 포털사이트 다음카카오에 아고라에 올린 서울연극제지키기 청원.(사진은 지난 1일 캡쳐
다음 아고라 청원에도 많은 응원과 격려 예술위 측의 ‘권력 남용’을 지적하는 글들도 심심치않게 올라있다.

최안이라는 네티즌은 “더 엄혹했던 시절에도 한 줄기 빛이었던 서울 연극제를 오히려 구심점 삼아 대학로가 활발한 실험연극의 모태, 연기자의 요람이 되길 빕니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으며 많은 네티즌들이 “서울연극제를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언론 또한 서울연극제 한팩 대관심사 탈락에 대해 문화예술위와 한팩 측의 처사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서울연극제’ 좌초 위기, 30여년 만에 첫 대관 심사 탈락‘정부 통제 아래의 예술’현실 드러내, 한국 최대 최장 '서울연극제' 침몰위기, 연극탄압'인가 '행사안주'인가 ,소통의 시대에 불통이 낳은 예술계 참사,,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맨 '한팩', 문화예술위, 서울연극제 표적심의 논란, "국가기관이 슈퍼 '갑'으로 예술가 '을' 취급", 연극35년 전통 서울연극제 공연장 대관 탈락... "연극 탄압" 거센 반발계 발목 잡는 문화예술위원회, 35년 전통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 "연극 탄압" 논란, 연극인들 한 목소리 "서울 연극제는 계속 되어야 한다">

위의 제목에서 보듯 이같은 초유의 사태에 대해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문화예술위와 한팩측의 ‘실기’이자 서울연극제‘탄압’이라는 쪽으로 방향이 흐른다. 

이와같이 연극계의 반발과 언론의 기류가 예술위와 한팩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한국예술문화위원회의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이 예술위와 한팩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정치적인 문제나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예술의 논리로 연극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서울연극협회 측도 과연 지금까지 연극제를 이끌면서 국내 창작극에 그간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재도약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고민해 볼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