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단체, 잇달아 '서울연극제 지키기' 성명 발표
연극인단체, 잇달아 '서울연극제 지키기' 성명 발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12.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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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배우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 발표 "연극인 모독 실수 말라"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이하 한팩)가 서울연극제를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정기대관 공모에서 탈락시킨 것에 연극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연극단체들이 잇달아 서울연극연극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Facebook에 개설된 서울연극제 지키기 대문 사진.

지난 2일 3일, 4일 대학로 상인회와  한국연극배우협회와 원로연극들의  지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8일에는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같은 목소리로 "이 땅의 연극인과 예술인을 모독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며 한팩의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연극배우협회는 "(대관 탈락이 결정된) 2014년 11월 14일은 서울 연극의 상징적인 죽음을 알리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한국연극의 뿌리인 서울연극제를 부정하는 것은 한국 연극을 부정하는 것이며 어용 예술인들을 들러리로 세우자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도 "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이들은 문화 융성을 이해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신들의 연봉을 올린 것 외에는 연극인들이 공감할 정책을 찾기 힘들다"면서 한팩의 현재 활동을 "보기에도 안쓰럽고 한심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로연극인들은 이같은 사태가 오기까지 심사에 참여했던 연극인 3인은 연극계를 떠나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모두 원상 복귀와 함께 책임자의 문책, 서울 시민과 연극에 대한 사과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한팩은 지난달 서류 미비와 부실 진행을 이유로 서울연극제의 아르코예술극장 및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을 취소했으며 이에 연극계는 "연극의 자존심을 짓밟은 탁상 행정"이라면서 재심의를 주장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중이다.

아래는 원로연극인들의 성명서 전문.


<원로 연극인 성명서>

 서울연극제 2015 무산 가능성과 원로 연극인들의 입장

 1) “서울연극제 2015“가 대관서류가 미비했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대관 일체가 거부되었다. 이를 주관하는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센터장 유인화)는 대관을 거부할 권리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35년이나 계속되어 온 한국연극의 대표적 연례행사가 아무런 사전협의나 조처 없이 대관이 거부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관업무는 한팩의 권리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서 연극제가 무산된다면 이 책임을 어떻게, 누가 질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연극제의 개최”는 연극협회의 책임이다,“ 이렇게 한팩은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일개 대관기관이 연극제의 개최를 무산시킬 권리가 과연 있는 것인가, 묻고 싶다.

한팩은 그들의 권한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서울연극제”의 개최여부에까지 간여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연극계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2) 한팩은, 이러한 결정은 한국예술위원회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런데 한국예술위원회는, 이 사건을 두고 한팩과 연극계의 문제일 뿐 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위원회”는 한팩에서 처리할 문제로서 “위원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반응만 보여주고 있다.

3) 어떤 모종의 작전 상 이러한 사태를 낳게 한 권영빈 위원장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언론인이요, 예술인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사태를 정확하게 검토하고 정직하게 판단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 일을 계속 ‘모르쇠’ 일관으로 나간다면, 세간에서 떠드는 “연극계 길들이기” 작전을 수긍하는 것이 될 것이다. 권 위원장은 우리들의 진심을 이해해줄 것으로 우리들은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

가) 문화예술회는, 한팩이 그들의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담당부장(김의숙)과 센터장(유인화)은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나) 한팩의 주장, 곧 상부로부터 “연극제에 대관해주지 말아야한다“를 받아들인 심사위원들이 이 사태의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까가 이제 문제된다. 심사위원 가운데는 3명의 연극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연극인들은 이 시점에서 그들의 생각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일개 대관심사위원들이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서울연극제“를 없애도 좋다고 동의하였을까? 무심히, 협회가 다른 극장을 빌려 개최하겠지 하고 생각했단 말인가? 3명의 위원 중 한 사람이라도 ”이것은 권한밖에 일“임을 주장하였을까? 그들 모두가 이 결정이 대관심사위원회의 권한에 속하므로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고, 연극제 개최여부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고 단순히 생각하였던 것일까

연극인 출신 심사위원은 사태를 깨닫고, 연극계에 사죄하고, 연극계를 떠나야 할 것으로 우리는 주장한다.

다) 만약 권 위원장마저도 이 사태를 그대로 넘겨 버린다면, 우리들은 이제 정부를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 정부를 향해 거친 말들을 내뱉는 행위를 우리들은 싫어한다. 우리들 모두는 이를 두려워한다. 우리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이다. 많은 예술인 가운데는 때로 실수도 한다. 아비는 실수하는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채찍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한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아들의 목을 조를 것인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지금은 70년대가 아니다.

지금은 새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목청 높여 외친 시대이다.

우리들은 “문화융성”을 공허한 정치공약으로 믿고 싶지 않다. “문화융성”을 외쳤을 때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만세를 불렀다. 우리민족의 문화적 융성을 우리들이 얼마나 갈구했던가? 권영빈 위원장은 희망을 안고 떠나는 “한국 列車”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예술은 인류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도구이다. 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무엇이 인간을 깨우쳐 올바른 길에 들어서게 하는 지를 가르친다.

이번 사건은 아주 작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시위를 떠난 화살은 멈추지 않는다. 화살은 자칫 우리들이 소중히 아끼던 것들을 깨뜨리고, 무너뜨릴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바로 이 점을 염려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피하자.

“서울연극제 2015“의 무산 가능성을 걱정하는 한국의 원로연극인 일동

김정옥, 오현경, 김의경, 장미자, 노경식, 권성덕, 문고헌, 이상일, 박웅 서연호, 이태주, 유민영, 김길호, 김도훈, 김영무, 박정기, 이승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