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보기]이병헌과 에네스 카야를 통해 본 연예인에 대한 ‘증거중독’과 ‘도덕성’
[대중문화 낯설게 보기]이병헌과 에네스 카야를 통해 본 연예인에 대한 ‘증거중독’과 ‘도덕성’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4.12.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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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5'에 따르면, 2015 소비 트렌드어 중 하나로 ‘증거중독’이 선정되었다. 현재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때, 어떤 증거를 보여주지 않으면 소비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무엇도 믿지 않는 현상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스마트컨슈머도 이러한 증거중독의 의미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증거 중독’은 비단 소비 트렌드에만 국한 된 현상은 아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현상에서도 우리는 이미 ‘증거중독’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무언가를 쉽사리 믿지 못한다. 얼마든지 ‘검색’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고,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은 루머로 취급해버린다. ‘증거’에 중독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단어가 붙어 마치 나쁜 현상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중들이 매체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 옛말처럼 바보상자 TV로부터 무의적(無意) 흡수가 아니라, 증거를 통한 확인 과정을 통해 능동적인 정보 수용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거짓’과 ‘진실’에 대한 대중들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증거중독’ 현상은 현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을 대변한다. 먼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다. 대중들은 연예인의 개인사에 과하리만큼 큰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살고 있는 연예인들이기에 대중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숙명 같은 것일지 모른다.

때문에 연예인들의 등장, 말투, 행동 모두는 대중들에게 큰 관심의 영역이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도 언제나 ‘증거’가 나붙는다. 예를 들어, 각종 신문의 연예면은 종종 oo씨와 oo의 열애설로 도배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도 기자를 가장한 파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며 연예인 열애의 ‘증거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열애설 기사가 루머와 팩트를 아슬아슬 오가다가도 파파라치의 ‘증거’사진이 제공되면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열애 인정을 한다.

아무리 증거에 중독된 대중들이라 해도 누군가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대중의 증거중독에 부응하기 위한 파파라치의 훔쳐보기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꼬투리를 잡아 누군가를 음해할 ‘증거수집’이 아니다. 꼬투리 잡기식 ‘증거 중독’은 가십과 루머양산에 열을 올리는 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일 뿐이다.

반면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이병헌 사건’과 ‘에네스 카야’ 사건은 대중들의 ‘증거중독’이 도덕성의 비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예이다. 이병헌과 에네스 카야는 ‘세상에서 가장 젠틀한 남자’를 대표하는 것처럼 매체에 등장하여 대중들의 환심을 샀다. 대중들은 그만큼 그들에게 많은 사랑과 믿음을 주었고, 그들의 도덕적 해이는 대중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초반에는 일종의 ‘루머’쯤으로 인식되던 사건들이 여러‘증거’와 함께 사실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그들은 대중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에 대중들은 더욱 분노하였다.

언행불일치로 불거진 배신감과 ‘증거’들로 증명 된 그들의 이중성은 거짓과 진실에 대중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대처하는지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대중들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증거 중독’은 빛을 더했고, 그 결과는 당사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이 될 것이다.

대중들의 증거중독 현상은 어쩌면 이중성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법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정서법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도덕성이다. 증거에 중독될 만큼 현재의 대중들은 능동적이고 치밀하며 수동적 정보 수용자가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가십과 루머양산에 열을 올리는 네티즌들이다. 때문에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투명성 있는 대중문화의 형성 노력에 있다. 증거중독의 이중성을 지양하고 비판을 위한 증거 수집이 아닌, 올바른 문화 형성을 위한 노력이 선행 되어야 한다.

재미와 인기를 위한 거짓 포장보다는 도덕적이고 진실한 대중문화 풍토가 형성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 제작자 뿐 아니라 콘텐츠를 수용하는 대중들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