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122]시작과 끝을 함께한 종들의 잔치 - 진천 종 박물관
[박물관기행-122]시작과 끝을 함께한 종들의 잔치 - 진천 종 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4.12.2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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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눈물로, 때론 웃음으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12월,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성탄절로 온 거리는 설레임 가득한 다채로운 빛으로 넘실거린다.

누군가에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달콤한 휴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가슴을 더욱 시리게 만드는 먹먹한 하루로 남을지 모를 이번 성탄절에도 어김없이 구세군 자선냄비의 온정이 담긴 따스한 종소리는 소복하게 내리는 눈과 함께 거리를 덮는다. 추운 겨울을 힘겹게 보낼 모든 이들을 위한 크고 작은 마음이 담긴 종소리는 새로운 희망을 샘솟게 한다. 

다가올 2015년, 새해의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줄 제야의 종소리는 붐비는 도심이 아닌 잔잔한 진천 종 박물관에서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박물관 내부 전경

2005년 9월에 개관한 진천 종 박물관은 다가올 2015년 10주년을 맞이하게 될 세계 유일의 종 박물관으로, 철의 제련과 소리의 과학이 입혀져 탄생한 예술품- 종의 우수함과 미학을 알리는 문화기관으로서 그 역사와 의미가 크다. 박물관에 들어서기도 전에 울리는 커다란 범종은 귀를 뒤흔드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작은 어린이들의 타종으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타종 시 전해져오는 울림과 진동은 종의 매력을 느껴주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끊임없는 종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박물관은 그야말로 커다란 종의 왕국과도 같아 모든 종들과 소리를 포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성대하게 다가온다.

▲ 전시된 성덕대왕 신종

동양 삼국 중 단연 뛰어나다 평가받는 한국의 범종 중 최대 걸작인 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래 종의 웅장함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함께 전시된 범종들은 화려한 통일신라시대 종과 고려 범종만의 역사와 의미, 고유의 양식인 음통과 그 변천사 등 우리나라 범종이 가진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러한 범종들의 소리를 들어보고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각기 다른 종소리의 차이를 소리와 울림으로 느껴볼 수 있어 범종을 이해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전시된 조선시대 범종

고대 종의 제작방식이 재현된 전시관은 범종 제작에 있어 필요했던 섬세한 기술과 험난한 과정이 엿보여 그 가치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아이들에겐 더욱 와 닿는, 특별한 전시로 비춰질 것이다.  

불교국가로서 가지게 된 독특한 매력의 고려 종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사찰에서 사용되었던 목어와 목탁은 타 종의 음과는 달리 그야말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이다. 직접 들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목어를 긁어내는 카랑한 나무의 목소리와 통통 튀는 소리의 목탁, 풍경이 들려주는 바람의 청량한 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맑게 휴식하듯 만든다.

▲ 공동기획전-소리, 인간의 염원을 담다

또 하나 우리네 삶에서 하루하루 들려오던 추억의 종소리를 만나보는 것도 즐겁다. 선생님 몰래 만져보곤 했던 교탁 위 노르스름한 버튼 종, 소사 아저씨의 손을 통해 들려오던 양철 종소리는 학창시절 한번 쯤 귓가에 울렸을 법 하다. 새 아침을 열어주던 두부장수의 종소리와 자전거의 종소리, 일요일을 알리는 거룩한 교회의 종소리 등 지금은 듣기 힘들어진 먼 기억 속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험은 근대의 삶을 겪은 세대에겐 아련한 추억을 들추듯 정겹게 느껴질 것이다. 

▲ 공동기획전 전시물

성대하게 혹은 소소하게 우리의 삶을 울렸던 종소리가 기록된 종 박물관. 지난 10년의 행보는 열정적이고 건실했다. 그 여운을 음미하며 새로운 소리를 담을 이 곳이 2015년엔 어떤 또 다른 소리를 선 보여줄지 기대하게 된다.

진천 종 박물관(www.jincheonbell.net)
위치_ 충청북도 진천군 백곡로 1504-12(장관리 710)/문의_ 043-539-3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