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돈이냐 예술이냐...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돈이냐 예술이냐...
  •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4.12.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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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예술인 척 한다. ‘저것도 예술이냐’는 물음이 전문가의 입에서도 심심찮게 들리는 것을 보면 현대미술이 어렵긴 어려운 것 같다. 노래하면서 그림 그린다는 누군가는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예술 활동하면서 돈을 비판하지 않은 일들이 없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도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믿으면서 하루를 연명한다.

‘돈을 벌기위해 예술 할 것이냐, 예술을 위해 돈을 벌 것이냐.’하는 고민은 스스로를 위한 위로에 불과하다. 그것이나 저것이나, 업어치나 매치나, 작대기나 막대기나 다 같은 말이다.

이미 시작한 예술 활동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예술 활동하면서 심각한 문제점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생각을 자본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할지라도 예술 활동의 관심과 예술관을 자본의 활동과 특성에 대한 다각적 접근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한다. 그러나 자본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과 하사불성(何事不成)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술 활동에서 돈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돈을 존중하고 가치를 확인시키는 비관적 상태로 전환이 되고 만다.  

돈이냐 예술이냐 하는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보자. 예술 활동을 위해서는 정신활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신활동이란 어떤 사물을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접근이다.

돈에 대한 속마음을 버릴 수 없다면 현실에 대한 상황이나 상태를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돈은 이미 정교하고 교묘하게 자신의 방어벽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돈은 이상적이거나 유토피아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예술은 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무장을 해체시켜야할 의무가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고,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이해하거나 적응하여 살아갈 이유도 없다.

자본주의는 예술이 자신에게 종속될 것을 기대한다. 자신의 영역과 사회구조를 유지하기위해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하려 든다. 여기에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준비하여야하는 의무가 있다.    

‘얘야, 돈을 좇지 말아라. 열심히 하다보면 돈을 너를 따를 것이다.’라는 말을 믿고 살았다. 누구나 그렇듯이 최선을 다하는 척 한길로 만 꾸준히 매진했다. 그것이 잘못된 조언임을 알게 되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렸다. 그 말을 하는 이들은 언제나 가난한 어른들이었고, 정말 부자이거나 지위가 높은 이들은 만나지도 못했다.

돈을 좇지 말라고 성심으로 말해주는 친절한 부자는 없다. 친절한 그들은 넘볼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에 만날 일 없고, 만날 수 있는 부자라면 자신의 영역을 넘보지 말라는 거짓 충고임에 틀림없다. 돈 많은 어느 지인이 말한다. “돈은 집착하고 좇고, 계획할 때 손에 들어온다. 돈 벌기는 쉬워도 돈 만들기는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다. 예술 한다고 돈을 멀리할 이유가 없다. 돈을 벌기위해 예술 한다고 해도 욕하는 이 하나 없다. 

‘팔리면 좋은 예술’이 먹히는 시대임에는 분명하다. 사람은 돈에 집착하고 돈을 좇아야 부자가 되지만 예술은 돈이 쫓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예술 활동은 정신활동이며 사회의 지도적 지주임에 분명하다. 예술은 자본주의의 불평등한 관계에 새로운 기법과 기술을 전수하여야 한다.

새로운 정신활동에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가치를 개발하여야 한다. 돈을 비판하거나 돈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거나, 예술이 돈에 종속되고 돈이 예술을 규정한다는 사실에 울분을 토할 이유는 없다. 예술은 수동적이고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예술 활동하는 이들은 ‘돈이냐 예술이냐’에 대한 고민은 접어야 한다. 그것은 갤러리스트의 몫이며, 딜러의 몫이며, 돈을 좋아하는 기획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