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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리산조 음반을 발매했다. 첫 개인앨범인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피리산조음반을 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발매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올해를 거의 차지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내 음악에 대한 소신을 담기 위해 노력했고, 후배들에게는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가져본다. 또한 내 또래 국악연주자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통음반을 낼 수 있게 용기를 줬다고도 생각한다. 전통창작 음반은 퓨전이란 이름으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잖나. 우리 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거나 대중적인 코드로 다가오는 음악은 많이 나오지만 반면, 오롯이 전통으로만 이뤄진 음반은 귀하다. 젊은 국악인에게 있어서 전통음반을 낸다는 것은 자기 안의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이 내게는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겠지만 그간 공부한 것을 어렵게 내보이는 자리이기도 한만큼 속이 후련하기도 하다.(웃음)”
-이번 앨범 감상 포인트는?
“가사가 없는 대신에 선율로 승부를 걸었다고 보면 된다. 가사 없이도 희로애락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됐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들어주시면 좋겠다.”
-리딩톤 월드뮤직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국악과 오케스트라가 오묘하면서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소개 부탁한다.
“보통 생각하기에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서양음악만의 것이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란 느낌이 강하지 않나. 하지만 리딩톤을 통해 우린 그런 고정관념을 타파했다. 이전까지는 오케스트라와 국악이 공연을 같이 한다고 해도 오케스트라가 주가 되고 국악이 양념으로 곁들어지는 정도의 무대가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리딩톤은 국악이 오케스트라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작편곡, 음악감독 등을 모두 우리가 총괄하고 있기에 국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또 오케스트라와의 괴리를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자부심이 있다. 국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클래식, 팝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두루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내보이고 있다. 너무 고고하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저급하지도 않다고 표현하고 싶다.”
-무대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언제 또 볼 수 있냐며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아무래도 우리 활동이 주기적이지 않고 단발성 공연들이다보니 보다 더 자주 접할 수 있길 바란다고들 말씀해주신다. 실제로 이런 경우도 있는데, 현재 우리 의상담당팀 중 한 분은 처음에는 단순히 리딩톤 의상 등을 담당해주는 분이었지만 일하면서 우리 음악에 반했다며 현재는 아무런 대가없이 의상,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홍보 등까지도 도맡아서 해주고 있다. 또한 지금껏 뮤지컬배우 김소현, 박해미, 가수 박지헌, 달샤벳 등과 무대를 함께 했는데 국악 안에서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움직이니 어려움이나 이질감이 없고, 음악이 좋다고 해주니 뿌듯했다.”
-예정된 공연이나 계획이 있다면 알려 달라.
“전통음반을 발매했으니 내년에는 이걸 라이브로 보여줄 수 있는 독주회를 가질 생각이다. 국립국악원에서 단원들을 위해 상설프로그램을 개설해준 게 있는데 그걸 통해 내년 상반기 안에 개인발표회를 올리려고 한다.”
-꿈은 무엇인가?
“창작도 창작이지만 끝까지 전통을 지켜냈고 전통에 능했다고 훗날 평가받고 싶다. 요즘에는 전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는 젊은 연주자들이 몇 안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시대흐름이 창작을 요하다보니 그렇겠지만 창작과 오선보, 화성 등은 우리 국악에서 그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전통문화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서양음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무대와 관심 때문이라 생각한다. 접할 기회가 없으니 못 들어본 거고 그러니 관심을 받을 수 없고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일 테다.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인 전통을 대접해야 나중에 문화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전통을 내려놓고는 창작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또래 젊은 연주자들도 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전통을 놓지 않으면서 전통이 고루하거나 보수적이란 고정관념을 깨려고 한다. 전통을 하면서도 급진적이고 세련되며 젊은 층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국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