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2015년 상반기 핫키워드, 추억여행?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2015년 상반기 핫키워드, 추억여행?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서울시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5.01.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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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음악과 향기는 과거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이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그때 그 음악, 그때 그 향기만으로 순식간에 추억의 감상에 빠져든다.

순수했던 학창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추억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그들에게도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 어린 시절을 빛나게 해주었던 음악은 지금까지 마음속 향수로 남아 있다.

국내 대중문화시장은 이러한 대중의 기호에 발맞추어 가장 핫한 콘셉트로 ‘추억여행’을 앞세우고 있다. 특정 세대를 막론하고 ‘추억’을 회상하는 일은 애틋함이자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지금, 그때 그 감성을 자극하는 대중문화현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은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전국을 90‘s 열풍으로 물들였다. 또 5년전 전국적인 ’쎄시봉‘ 열풍을 이어갈 영화 ‘쎄시봉’의 국내 개봉이 60-70년대 향수를 자극할 준비에 나섰다.

‘토토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장장 5회에 걸쳐 방송 된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은 1월 3일 마무리와 함께 그 정점을 찍었다. 순간 시청률이 무려 36%대에 달했다고 한다.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추억의 가수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이 대거 '토토가' 에 출연했다.

<무한도전>은 '토토가' 특집에서 단순히 음악이라는 90년대만을 소환하지 않았다. 음악과 댄스, 퍼포먼스의 완벽 재현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패션을 그대로 가져 왔고, 당시 유행했던 TV프로그램과 카메라워크, 자막의 폰트 하나까지 신경 썼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소환은 90년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시청자들과의 소통과 혼연일체였다. 시청자들에게 2-3주간의 섭외과정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고, 시청자들이 그 시절을 차곡차곡 추억 해 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섭외기간동안 각자 추억을 공유하며 대한민국은 기대와 흥분으로 들떠있었고, 직접 마주한 토토가 무대는 그 흥분을 열풍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토토가’ 열풍은 어쩌면 예정 되어 있었던 것일지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시작 된 90년대 감성으로의 회기는 '응답 시리즈'에서 시작되었다.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준 완벽한 90년대 디테일은 케드(케이블드라마) 열풍을 몰고 왔고, 더불어 '밤과음악사이' 클럽의 인기로 이어졌다.

또한 90년대 해체하거나 각자 활동하던 가수들의 귀환은 아이 엄마가 된 소녀들을 열광케 했다. 가수 신화와 god의 컴백은 음원 순위점령 및 콘서트 대성공이라는 큰 수확을 이루어냈고, 또 한 번 추억의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2015년 개봉 예정인 ‘쎄시봉’도 60-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지금의 어머니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현재에도 활동 중인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삶보다는 ‘그때 그 시절의 노래’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한다.

그만큼 음악과 추억의 상관관계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며 추억 여행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가 된 소녀들과 가장이 된 그때 그 청년들의 감성코드에 맞게 대중문화 시장도 ‘쎄시봉’ 열풍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라는 단어보다 '추억'이라는 이름은 왠지 더 행복하다.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며 또 한 번 웃고, 현재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력을 가진, 문화에 익숙한 20-30대들과 이제는 40년 전 그리움이 된 부모님 세대들의 추억여행은 그래서 한동안 지속 될 것 같다.

이제는 용돈을 모아 몰래 테이프나 CD를 사던 시절을 지나 연륜이라는 세월의 징표를 천천히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추억은 모두에게 아름답다. 그래서 대중문화 속 '추억여행'의 진화가 더욱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