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비대위,"'한예진 자진 사퇴', '문체부 인사 시스템 바로세워야'"
오페라비대위,"'한예진 자진 사퇴', '문체부 인사 시스템 바로세워야'"
  •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1.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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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악가협회, 대한민국민간오페라연합회, 예술비평가협회, 대한민국오페라포럼, 소극장오페라연합회, 한국오페라연출가포럼 등 음악계 인사 한 목소리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의 자격 부족을 이유로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자 결성된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는 '국립오페라단의 역할과 정체성 제고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었다.

▲ 지난 14일 진행된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긴급토론회 (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성악가협회, 대한민국민간오페라연합회, 예술비평가협회, 대한민국오페라포럼, 소극장오페라연합회, 한국오페라연출가포럼 등과 함께 전국 각지의 음악인 및  관계자, 취재기자까지 약 80명 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기조발언을 시작으로 진행됐고 이어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및 토론과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박수길 단장은 토론회 초반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 누가 선임되든 100% 적격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오페라 관계자들이 적어도 60%가 '저 정도면 잘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한예진 예술감독 선임에 대한 비판의 물꼬를 텄다.

또한 그는 "이 모임은 한예진 예술감독을 개인적으로 폄하하거나 임명된 사람을 인신공격하려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 논란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건 한예진 씨 본인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게 아닐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교육문화 수석 기타 문화행정가들이 이번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수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예술감독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는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그녀는 좋은 소프라노지만,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누구나 할 수 없는 자리기도 하다. 본인이 원했든지, 누군가가 밀었든지 원칙을 저버렸다면 과감히 단장직을 집어 던지고 무대 위의 디바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한예진 씨의 성악가로서 기량은 어느 정도 인정하나,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 자리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고 국립오페라단 자리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기에 오페라 제작이나 단체를 경영한 경험이 충분히 있는 좀 더 검증된 인물이 발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전에 매트로폴리탄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세계적 소프라노 홍혜경 씨도 예술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자신은 성악가이지 극장 경영자가 아니기에 그 분야의 전문가는 따로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4일 진행된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긴급토론회. (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 예술감독이 정식 교수가 아닌 특임교수인 점, 수상한 콩쿠르도 이탈리아의 수 십 개 넘는 콩쿠르 중 권위 있다고 보기 힘든 대회라는 점, 세계 오페라 무대에 오른 것 또한 내세울 만 한 정도의 규모라고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임명에 대해 납득할 수 없음을 밝혔다.

한 예술감독 임명 철회 단독 성명서를 낸 한국성악가협회 임시이사장 이춘혜 가톨릭대 교수는 "활동 경력과 오페라의 세계 정상급 무대 경험 어느 것 하나 납득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의문점을 낳는다"고 했다.

또한 개인 당사자의 자질 문제보다 근본적으로 현재 인사 시스템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문체부의 전반적인 인사 채용 시스템에 대한 논의로 확대됐다.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하는데 새로울 것이 뭐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침묵은 매우 위험하다. 국립오페라단을 지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120여 개의 크고 작은 민간 오페라 단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정부의 국가 아젠다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투명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안영일, 박성원, 박수길, 정은숙, 이소영, 김의준… 역대 오페라단장이 살아 계시는데 한 번도 이런 절차를 같이 의논한 적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낙하산을 감행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은 "제가 알기에는 문체부를 통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바로 이력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성악계 70~80명이 한예진 임명 반대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청와대에 그 서명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단지 주무관이 참고하겠다면서 답이 왔을 뿐이다. 문체부가 '우리 손을 떠났다. 우리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이번 임명 건에 대해 추천자가 누구인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도 모른다. 1년 차 신입 기자가 갑자기 편집국장이 된 상황이다. 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이 사람을 시킨 사람이 문제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자리가 단장 양성소인가, 실습소인가? 세계 유명한 오페라 극장은 음악감독, 기술감독 등이 다 따로 있다. 우리나라 예술감독은 기술, 음악, 경영까지 다 알아야 한다. 그런데 경험이 일천한 인사가 정치권에서 내려온 거다."

또한 한 비대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임명 건에 대해 추천위원회나 심사위원회가 열려 공개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했는데 이번 장관 이후부터는 이 제도가 없어졌다. 문체부의 계속된 인사 처리 문제가 오페라 분야까지 다다라 오죽하면 음악인들이 대동단결해 비대위까지 결성했겠나.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고 허탈한 심경을 전달했다.

문체부는 임명에 대해 각계 추천을 받아 내부적으로 심사하고 인사검증을 거친다고 설명했으나, 지난해 국립극단 예술감독,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채용비리 등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립오페라단 정체성의 문제를 제고할 시기라며, 체계적인 인사 채용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음악평론가 전동수 아츠앤컬쳐 발행인은 "한예진 예술감독의 자질 문제이기 전에 국립오페라단의 위상 문제"라고 피력했으며,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 일이 앞으로 시스템적인 부분이 완성되는 데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이춘혜 교수는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공개 공모할 필요가 있다. 투명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4인 가족 생활 기준 봉급을 줘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모집해야 하며, 전국 시도의 민간 오페라단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오페라를 공동 제작하고 주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들 간의 논의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이번 임명 문제 해결 방안 모색 중 1인 릴레이 시위 추진 및 문체부 장관 미팅 요청 등의 강경한 의견들이 나온 반면, 1인 시위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차후 논의해야 한다,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이왕 임명됐으니 1년간 지켜보자는 등 이번 논란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의견을 가진 참석자들의 발언이 있었다.

성악가 우주호는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해서 임명된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해임할 수 있는가,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 명분을 갖고 이성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15일 저녁 다시 모임을 가져 이번 임명 건을 발단으로 문체부 인사채용 시스템 재정비 요구 및 기금 사용에 대한 문제로 문체부 장관과의 미팅 요청, 1인 릴레이 시위 방침, 토론회 때 나온 안건들을 기초로 앞으로의 해결방안 모색 등의 내용으로 의견을 나눌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한국오페라비대위 성명서 전문.

<성 명 서>

한국의 서양오페라 도입 67년, 서양오페라 본고장에 비하면 일천한 역사이지만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오페라환경에서 오직 생존을 위한 개인의 열정과 투지로 오늘날 이만큼의 오페라 활성화를 다진 것은 성악가들과 오페라단장들의 각고의 노력과 땀 흘림의 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성악은 세계무대에 진출하여 주역으로 세계무대를 석권하고 있고, 이와 같은 성장 동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오페라인들의 각오입니다.

그러나 국제무대와 달리 우리의 환경은 수십년 전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운 입장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양에서 질적 전환을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탁월한 기량의 가수들이 직업 가수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민간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이 서로 등을 돌리고 반목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품 선정, 캐스팅 등 서로의 작업과 행동이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선임에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오페라에 대한 강한 애정과 국립오페라에 거는 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성명서를 통해 이번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시민사회와 문화계의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를 촉구한다.
2.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 선임과 전문성 검증 과정을 밝혀라.
3.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오페라인은 오페라계의 뼈아픈 자성과 함께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4. 이에 실현을 위해 오페라인의 화합과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한 한국오페라연대를 발족한다.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