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작은 신문에서 주는 상-공광규 시인
[축시] 작은 신문에서 주는 상-공광규 시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5.01.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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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신문에서 주는 상

                                                            

                                                                공광규 시인

 

상은 인생에서
매듭이고 소리고 건축이고 그림이고 춤이고 정치이며
그래서 상을 주고받는 날은 축제인 것

매일매일 밥상만 받으면
인생이 따분하니까
밥상만 가지고는 몸만 만들어 가지고는 인간이 안 되니까
경기를 하고 상을 만들어 축제를 여는 것

그래서 상을 받는 것은 즐거운 것
경기에 이기고도 같이 즐거워서 축제인 것
수고만큼 받아서 즐거운 것

말로만 주는 상이 최상이나
보응이 있으면 더 신뢰가 가는 것
낮은데서 주는 상일수록
작은 곳에서 주는 상일수록
박수치며 주는 상일수록
여러 사람이 받는 상일수록 오만해지지 않아서 좋은 것

그러니 아부해서 받는 상은 나쁜 상
정치권력이 주는 상은 더 나쁜 상
그래서 권력이 주는 상을 받으면 삼류가 되는 것

그래서 상에는 거절도 있는 것
그래서 잘못 주는 상은 황당한 상
그래서 잘 받는 상은 두려움으로 받는 상
그래서 잘 주는 상은 받는 사람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상

하여튼 좋은 상은 수상자가 상 주는 사람을 키우는 상
그러니 좋은 상은 작을수록 좋은 상
낮을수록 좋은 상
그러니 좋은 상은 이런 작은 신문에서 주는 상

▲ 제6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축시를 낭송하는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이 시는 본지 창간 6주년을 기념해 공광규 시인이 직접 낭송한 시로, 기념식 참석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공광규 시인 :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