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 개최
  •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1.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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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박현기 회고전, 이달 27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국립현대미술관은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을 이달 27일부터 5월 25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 박현기, '만다라', 1997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에서는 2012년 기증된 2만여 점에 달하는 그의 자료가 처음으로 정리 및 공개되는데, 1965년 학창 시절 메모부터 2000년 임종 직전의 스케치까지 35년간 그의 인생과 예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선별, 전시된다.

또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의 작품들을 총망라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자료를 토대로 그의 주요 작품을 재현(再現)해 냄으로써 박현기의 ‘거의 모든 것’을 전시에 담아냈다.

박현기는 국내에서 비디오를 본격적으로 예술에 도입했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1970년대 말부터 영상 매체를 작품에 활용하며 독특한 비디오 작업을 해나갔다.

그는 1942년 일본 오사카의 가난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1945년 해방 후 대구에 정착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와 건축을 함께 공부한 후 1970년대 초 대구로 낙향, 건축 인테리어 사업으로 생계유지 및 모니터와 카메라를 구비해 작품 활동을 했다.

▲ 박현기, '현현(顯現)', 1999

1974년부터 시작된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요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80년 파리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1980년대에 일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진 바 있고, 1990년대 한국에서 비디오 아트에 대한 열풍이 일어나면서 박현기의 활동이 주목받았으며 1997년 이후 <만다라> 시리즈, <현현(顯現)> 시리즈 등 대표작을 발표했다.

특히 1997년에 발표한 박현기작가의 대표작 <만다라>는 티벳 불교에서 우주의 진리를 상징하는 만다라의 형상이 붉은 색의 의례용 헌화대 위에 투사된 작품으로, 얼핏보면 완벽한 기하학적 도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수한 포르노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성(聖)과 속(俗)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비디오’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그것을 매우 동양적인 정신의 바탕 위에 올려놓는다. 초기 비디오 작업은 돌탑 사이에 돌을 찍은 영상 모니터를 끼워 넣은 것들로 ‘그냥 돌’과 ‘모니터의 돌’은 서로 중첩돼, 실재와 허상을 모호하게 만든다.

또한 그의 작품은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등 세상의 온갖 극단(極端)들이 서로 갈등하고 공존하는 일종의 ‘에너지 장(場)’을 형성한다.

이처럼 그는 미디어의 끊임없는 변모 속에서도 항구적일지 모를 인류 궁극의 가치를 찾아내는 일에 주력했다. 그에게 ‘미디어’는 영구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을 ‘우주적 코드’를 암시하는 도구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1천 평 전시공간에서 1천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박현기의 진면모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의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