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성숙한 미디어문화를 위한 선행 조건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성숙한 미디어문화를 위한 선행 조건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서울시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5.01.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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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몰이와 악플을 선동하는 자극적인 기사 타이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세지다'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인간의 행동을 만들어내거나 제어하며 심리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가 많은 것을 지배하기 시작한 지금, 내 머리속의 생각도 이제는 온전히 내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생각과 정신까지 미디어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매분 매초마다 다양한 기사들로 넘쳐난다. 실시간 검색어는 끊임없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사람들은 뉴스에 대한 관심을 댓글로 화답하며 각자의 의견을 개진한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이름의 댓글문화는 현재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불특정다수로부터 받는 악의적 댓글에 몸살을 앓거나, 악플로 선동된 여러 가지 사안들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가십의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문화의 문제점을 비단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을 형사처벌하는 것만으로 해결 될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도 자극적인 키워드를 부각시켜 대중의 관심을 끌어 정확한 사건 전달보다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미디어의 자극적인 타이틀 도배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mbc연기 대상은 뜨거운 감자였다. <왔다! 장보리>로 대상을 거머쥔 연민정 역(役)의 ‘이유리’, 악녀 조연의 대상, 시청자 투표 대상선정 등의 키워드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이 관심은 “오연서 표정 논란”으로 옮겨 갔다. <왔다! 장보리>의 주인공인 오연서가 조연 이유리가 대상을 받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 전파를 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체 없는 표정 논란에 오연서는 그야말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논란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결국은 다양한 매체의 뉴스 클릭 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결구도, 이슈화 경쟁은 대중들의 마녀사냥을 선동하기에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표정관리 안돼”, “오연서 불편” 등의 타이틀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게 하는 기현상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개봉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는 여론몰이에 동화되는 사람들과 이로 인해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는 현 대중문화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담아내었다.

영화 속  미디어와 언론은 사건을 이슈화하여 시청률, 클릭전쟁을 벌이고 이에 선동된 대중들은 앞다투어 남편을 비난한다. 남편은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하지만 한순간에 여론은 그를 아내 살해범으로 내몬다. 자극적인 타이틀로 대중의 환심을 산 언론은 또 한번의 시청률전쟁을 위해 남편 닉의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동정에 호소한 그의 눈물은 여론을 또 한번 뒤바꾼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스스로 꾸민 아내 에이미의 악마성은 좀처럼 밝혀지거나 드러나지 않고, 사건의 본질은 다른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영화는 미디어의 한심한 보도행위와 대중들의 잘못된 여론몰이에 끊임없이 돌직구를 날리며, 다시금 언론의 선동과 성숙하지 못한 대중의 판단에 경종을 울린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기사를 봐주기를 바라는 언론과 기자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키워드만을 부각시켜 팩트를 하나의 막장드라마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사건의 본질을 올바르게 전달해야 할 직업적 의무가 있다. 기사 타이틀 하나하나가 모여 미디어문화를 이루듯, 이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대중들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방향대로 사건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재미와 흥미만을 위한 대중문화가 아닌 진실과 진심이 묻어나는 대중문화의 조성에 미디어가 일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