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진 국립오페라단 감독 "물러날 생각 없다. 지켜봐달라."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감독 "물러날 생각 없다. 지켜봐달라."
  • 이은영기자/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2.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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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위조 문제 서류상 오기일 뿐 경력 부풀릴 의도 없어, 우선 지켜보고 평가 부탁

   
▲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낙하산 임명' 논란에 휘말린 한예진 예술감독은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억울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 달라"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앞서 국립오페라단의 신년 계획을 설명한 한 감독은 "그동안 기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이 자리에서 충분히 설명해드리도록 하겠다"며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취임 과정에서 문체부 내부적으로 추천을 받아 장관이 임명했다고 하는데 추천인이 누군지, 추천 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저는 피추천인이고 문체부에서 내부에서 이뤄진 사항이라 추천 과정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오페라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제작해 본 적은 없다. 이력이 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극장에서 연출과 기획 및 캐스팅을 한 번 해본 적 있다. 오페라 제작자로서의 경험은 없다"라고 말했다.

제작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들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원로 인사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세계 10대 극장을 벤치마킹해 연구하고 방향성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력과 자질 부족으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태에 대해 "개인적으로 억울한 점이 많다. 갓 태어난 아이인데 지켜보지도 않고 평가하는 것은 섭섭하다"며 "스스로 좀 더 속도를 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은 '젊다'는 것을 젊은 감각을 가지고 신선하게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 의식이 강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부분에 있어 경험이 없다고만 생각하니, 이것은 제가 더 열심히 해야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 감독의 경력 중 상명대 특임교수에 대한 자세한 설명 요구에 "상명대 평생 교육원 객원교수로 먼저 2012년부터 클래스를 운영했고 좋은 평가를 받아 학교 홍보 차원에서 2014년 특임교수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문체부 발표 내 오류가 있었던 것이 맞고 2014년을 2013년으로 표기한 것은 실수였다. 당시 기재하는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였던 것같다. 정말 완벽히 경력을 위조하려했다면 2003년이 아닌 2004년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렇게 문제가 된 것에는 마지막 검토를 하지 못했던 제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또 "2003년도에는 유학할 당시였고 요즘 같은 시대에 다 드러날 것을 왜 위조했겠나. 경력을 1년 더한다고 해도 저에게 실익이 전혀 없는 부분이다. 검찰이 조사하면 자연스레 밝혀질 문제이고 이에 대해 더이상 확대 해석이나 명예 훼손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처음 이력서를 제출할 때 경력 증명서를 함께 제출했다면 오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제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필요한 서류가 있다면 다 준비해서 제출했을 것이다. 바쁜 시기여서 무슨 서류들을 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정확한 답변을 피해갔다. 

이어 "경력 부분에 말이 많은데, 역대 국립오페라단장들도 임명되기 전에 경력을 갖춘 사람은 몇 명 없었던 것으로 안다. 오페라단 단장을 해 본 사람들만 임명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분들과 비교해 별 다른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감독의 학력 중 국내 대학 재학에 관련해서는 "충남대학교 성악과에서 반 학기 정도 수업을 듣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고 답했다.

문체부가 한 감독을 임명하며 밝힌 '세계적 무대에서의 활약' 부분에 대한 구체적 설명 요구에 "'세계적'이 아닌 '해외무대'에서 활약했다는 표현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학사 졸업 후 이탈리아 비첸자 같은 작은 지역에서 라 트라비아타로 데뷔했고 여름 페스티벌의 야외무대 등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학교에서 열어 준 독창회에도 섰다"라고 설명했다.

검찰 고발과 여러 가지 문제점에 있어 이번 임명된 자리에서 물러날 뜻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물러날 뜻은 없다.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 주시길 부탁한다. 경력 건에 대해서는 의도된 바 전혀 없다"며 경력 논란에 대해서 실수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감독 자리를 지켜 운영하려는 본인 나름의 청사진에 대한 질문에는 "우선 국립오페라하우스를 갖추는 것이고 그 이전에 공연 수를 늘려 오페라단을 발전시키려 한다"고 답했다.

▲ 비대위 소속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

한편, 이날 기자 간담회가 끝날 무렵 한 감독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비대위 소속 5명이 회견장 진입을 시도해 이를 막는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들과의 소란이 빚어졌다.

비대위 소속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은 회견장에 들어서 "그동안 4월부터 여러 추천된 사람들 중 유력한 후보가 있었고, 오페라계는 그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11월까지 공석이어서 문체부에 문의했더니 이미 손을 떠났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한예진 씨가 임명된 것"이라고 정황을 설명했다.

이후 "경력과 경험, 공헌한 바가 전무한 한 씨가 임명된 것이 권력으로 인한 낙하산 임명이 아닌가 해 성악가 협회에서 철회 요구 서명을 문체부에 전달했으나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이는 성악계를 무시하는 처사고 우리나라 57년 오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심경을 토로했다.

추천인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밝히지 않아 모른다. 청와대 관계자라는데 이제 예술까지 정권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동안 예술감독 자리는 주위 평판을 기준으로 전문가를 선정하는 절차를 통해 청와대에 올라가 결정됐다. 이번 임명은 이 과정들이 전부 생략됐다. 누가 추천하고 검증했는지 밝혀달라는 것이 비대위의 입장이다"라고 답했다.

검찰 고발에 대해서는 "경력증명서를 문체부 장관이 받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어떤 경로로 누구의 힘을 통해 임명이 이뤄졌는지 밝히고자 고발했다"며 "어떤 정권에도 없던 일이다. 앞으로도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된다 생각해 내막이 밝혀질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