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희곡 '코카서스 백묵원' 창극으로, 이달 21일 개막
브레히트 희곡 '코카서스 백묵원' 창극으로, 이달 21일 개막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5.03.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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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첫 창극 연출 도전, 원작 인물 새롭게 재해석

한·일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The Caucassian Chalk Circle)'으로 처음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 국립창극단은 이번 정의신 연출의 신작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이달 21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고 밝혔다.

▲ <코카서스 백묵원> 기자 간담회 (사진제공=국립극장)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전쟁 통에 친자식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이의 유산 때문에 그를 다시 찾으려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버려진 아이를 자식으로 거둬 정성껏 키운 하녀 그루셰 두 여인의 양육권 재판을 다루는 희곡이다. 재판관 아츠닥은 하얀색 분필(백묵)로 그린 동그라미 안에 아이를 세우고 두 여인에게 아이의 양팔을 잡고 잡아당기도록 하는데, 아이가 아파하자 다칠까 봐 손을 놓아버린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한다.

이 작품은 이전에도 ‘백묵의 원’ 또는 ‘하얀 동그라미’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한국에서 연극화되긴 했지만, 창극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출을 맡은 정의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를 버린 생모와 그 아이를 거둬 정성껏 키운 양모의 다툼을 배우들의 가슴 절절한 소리 대결로 그려내며, 이 시대 현대인에게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 창극 <코카서스 백묵원>

이번 창극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정 연출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작품은 “주인공 한 두 사람의 극이 아닌 집단의 극”이라고 강조했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웃는 평범한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그가 이 창극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이며, 이는 동시에 브레히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정 연출은 원작의 등장인물을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인다. 창극의 전통적인 도창(해설자)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가수의 역할을 재판관 아츠닥에게 부여했다. 아츠닥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객석과 한층 더 밀접해지는 동시에 극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원작에서는 남자로 묘사되는 이 역을 성별을 바꿔 배우 유수정·서정금이 맡는다.

하녀 그루셰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경비병 시몬과의 사랑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여성으로 재탄생한다. 그루셰 역에 조유아, 시몬 역에는 최용석 인턴 단원이 각각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무대디자인은 <단테의 신곡> 등에 참여한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원작의 배경이 되는 그루지아(지금의 조지아)에서 최근까지 군사 분쟁이 일어난 사실에 착안, 현대의 전쟁 폐허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창조했다. 작창과 작곡은 김성국 작곡가가 맡아 전통 소리를 중심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면서 오케스트라 편성과 편곡 등 극과의 조화를 위해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완성해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 : 국립극장 고객지원팀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