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어린왕자, 별별천지' 등 '밑 끝 바깥' 주제의 올 시즌 공개
국립현대무용단, '어린왕자, 별별천지' 등 '밑 끝 바깥' 주제의 올 시즌 공개
  • 이은영 기자 /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3.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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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박찬경 김지운 등 참여, 샤먼과 스토리 비주얼 새로운 형식 도입할 것

국립현대무용단은 올해 연간 사업계획을 4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시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올해 주제는 ‘밑 끝 바깥’이다. 

▲ <레지던시 :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날 간담회에서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역사와 기억'이라는 주제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함을 토대로, 올해는 더욱 다양하고 자유로운 관점으로 동시대 춤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이와 같은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밑 끝 바깥’은 공간에 대한 고찰로, 우리가 서있는 ‘지금-여기’를 넓히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안과 밖, 밑 등의 일반적인 공간적 관점을 전환해 주어진 세계를 유연하게 가동해 보는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를 통해 예술작업에 있어 논리가 우선되는 과정에서 벗어나 직관적 시선과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올해 시즌 프로그램의 특징으로 절대적으로 많아진 공연의 수를 꼽았다. 점차적으로 공연의 수를 늘리고 다양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아직까지는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뤄 공연을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은데,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함을 느낀다"며 "좀 더 접근하기 쉽도록 다양한 레퍼토리 감상법과 춤 체험 강의 등을 준비 및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립현대무용단은 항상 공연 오르기 전 3번의 쇼케이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전문가 집단 외에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해 현대무용 공연이 대중과 좀 더 친숙해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김선옥 기획팀장(좌), 안애순 예술감독(우)

무용단은 올해 ‘국립예술단체 너나들이 문화여행사업’을 통해 전국 각 지역민들에게 현대무용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문예회관과의 공동제작 등을 통해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이 수동적인 공연관람에서 나아가 체험이 강조되는 무용매체 본질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안 감독은 "무용이 꼭 무대에서,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춤을 출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현재 커뮤니티 사업에서 무용교육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창작해보는 시간도 가지도록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선옥 기획팀장은 "커뮤니티 사업으로 움직임워크숍도 있었고, 지난해 7, 8월 예술의전당 야외분수대에서 공연한 '렛잇고'와 같이 무대에서 벗어나 야외로 지역 주민을 찾아가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공연이 예년에 비해 줄어 1회에 그쳤는데, 올해 해외사업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는지에 대한 질문에 안 감독은 "국내 창작된 공연이 해외에서 공연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공연작품을 전달하고 유치하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지난해가 작품을 유통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권위 있는 페스티벌에 제대로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행사를 찾는 데 노력했다"며 "올해 작품 <불쌍>으로 6월에 이탈리아 현대무용축제 파브리카 유로파와 인티아트로 페스티벌, 8월에 독일 베를린 탄츠 임 아우구스트 초청공연도 앞두고 있어 그간 유통과정의 결과가 올해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 1월 호주 G20정상회의 개최 기념 초청 공연으로 <불쌍>을 시드니 'The Concourse' 공연장에서 공연한 바 있다. 안 감독은 작품의 창작은 물론, 그것을 유통해 레퍼토리화 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의 해외공연 방향에  대해서는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우리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며 "'전통과 현대'가 균형있게 진출해야할 것임을 강조했다.

강 팀장은 "국립단체가 주도적으로 해외진출을 해야 민간 단체의 길도 열릴 것이라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며 "올해 예산 24억 중 해외사업에 할당된 예산은 2억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한 지역당 1억5천 이상이 들기에 해외사업을 늘이기 위해서 외부보조금 지원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공연 반응에 대해 안 감독은 "우리 공연에 한국 역사적 내용이나 당시 사회 모습을 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접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한다"며 "더불어 유럽 무용수들이 갖지 못한 한국 무용수들만의 집중력과 기량, 탁월한 감각적 테크닉에 대해 경이로움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작에 대한 질문에 안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없애고 외부 다른 영역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며 "지난해는 미술계와 협업 작업을 했다면 올해는 영화쪽과 협업한다"고 답했다.

안 감독이 안무를 맡은 신작 <별별천지>에서는 영화 '만신'을 연출한 박찬경 영화감독이 무대미술감독, 그룹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 장영규가 음악을 맡는다. 또 창단 5주년 기념공연 <어린왕자>에서도 영화 '장화 홍련' 등을 연출한 김지운 영화감독이 연출을,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감독을 맡아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시도한다.

특히 <별별천지>에서 무대미술을 맡는 박찬경 감독에 대해 안 감독은 "그는 한국 전통적 샤머니즘에 대해 관심있는 부분이 서로 잘 맞아 함께 작업하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 감독은 이번에 <어린왕자>를 연출하는 김지운 감독과 이전에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며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현대무용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무용인과는 다른 시각을 가진 김지운 영화감독에게 연출을 부탁해 스토리와 비주얼에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고자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시즌 프로그램으로는 신작공연 6편, 우수 레퍼토리공연 2편, 창작공모전 1편이 선보인다.

이달 27~29일에는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작품인 <17cm>, <어제보자>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윤푸름 안무의 <17cm>에서 17cm란 상대방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적 거리를 뜻하며, 이를 통해 인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리의 경계와 한계를 탐구한다. 임지애 안무의 <어제 보자>는 언어와 몸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재설정함으로써 거기에서 빚어지는 의미에 관한 관습적 사고에 질문을 던진다.

오는 5월 15~17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신작공연 <별별천지>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이 작품은 안애순 감독의 첫 번째 신작으로 밑도 끝도 없는 불가사의한 상상력과 초현실적인 감각으로 현실의 압박을 돌파하는 가상적 분출구를 마련한다. 특히 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 박찬경이 무대미술감독으로, 음악감독 겸 '어어부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 장영규가 음악을 맡아 현실 안팎을 아우르는 총체적 세계를 구현한다.

'해외안무가 교류 프로젝트'로 독일 안무가 요헨 롤러와 벤 J. 리페의 신작이 6월 19~2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른다. 요헬 롤러는 다원적이고 혁신적인 실험으로 각광받고 있는 기센 대학 응용예술학과 출신 안무가다. 이와 함께 한국 무용수들과 공동작업을 거친 안무가 벤 J. 리페는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강렬하고 시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창작 공모전 <아카이브 플랫폼>은 국내 안무가들을 대상으로 장르 구분 없이 역사 속 사건들의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창작 신작을 3월 중 공모해 최종 선정작들을 7월 16~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젊은 안무가 창작 리서치 공연은 9월 9~1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최된다.

창단5주년 기념 감성테크놀러지 가족공연 <어린왕자>는 10월 9~1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생텍쥐페리의 소설을 모티브로 한 이 공연은 시대와 세대의 구분을 넘어 가족 모두가 공유하고 상상하는 판타지의 실현을 위해 이질적인 영역들의 교차를 시도한다. 영화감독 김지운이 연출을,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을 맡아 새로운 시도의 공연이 될 것이다.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언더/오프 그라운드>는 11월 6~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에서는 현대무용 1세대 이후 90년대 세대가 주어진 정보와 교육의 바깥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경험한 것들, 그로인해 생성된 그들의 예술적 정체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지속 프로젝트로는 <이미아직>이 4월 24~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춤이 말하다 2015>는 12월 8~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밖에 교육 및 커뮤니티 체험프로그램 '인문학과 무용 시리즈', '지역 연계 춤 체험 : 나를 춤추다DIY' 등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