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히트’상품. ‘킬러콘텐츠’ 인가? ‘킬링콘텐츠’ 인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히트’상품. ‘킬러콘텐츠’ 인가? ‘킬링콘텐츠’ 인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04.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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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한국 예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종편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시즌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성공한 예능들 사이에 스핀오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스핀오프란 성공한 콘텐츠(영화,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의 파생작으로 이해 할 수 있다.

후속편과는 그 의미가 다른데 본편과 연관성은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소재나 관점을 바꾸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편과는 공통점이나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이질감 없이 대중들이 빠르게 흡수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케이블에서 대표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나영석PD의 경우 스핀오프의 형태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년 케드(케이블드라마) 열풍을 몰고 온 tvN의 ‘미생’은 그 인기에 힘입어 ‘미생물’을, 종편 Jtbc 에서는 ‘비정상회담’의 스핀오프격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방송 되고 있다.

이 스핀오프의 공통점은 소위 대박작품인 ‘킬러콘텐츠’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대박작품의 열기를 그대로 끌고 가고 싶은 제작자들의 새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보다는 인기 시류에 편승하려는 시도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는 영화, 드라마, 그리고 해외시리즈물에서는 이미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시즌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한 사례이기도 하다.

스핀오프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도가 펼쳐지고는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친숙함보다는 익숙함에서 오는 진부함을 느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같은 포맷, 또는 같은 출연진의 반복적 출연은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고, 기대되는 재미와 감동도 반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도 전작 ‘꽃보다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무난한 출발을 보였는데, 히든카드인 최지우의 등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할배들의 청춘 여행이라는 원래의 기획의도가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듣고 있는 것이다.

이서진, 최지우 두 톱배우의 케미와 연애분위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할배들의 진솔한 여행이라는 본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진부함을 탈피하기 위해 같은 포맷에 추가적인 옵션을 가미한 형태라 시청률과는 반대로 대중들이 전작만큼의 큰 감흥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할지 모른다.

이러한 ‘킬러콘텐츠’가 더 이상 오랜 여운 같은 즐거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정치권에서 문화콘텐츠의 인기에 편승하여 정치 선전에 잘못 이용하는 예가 그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시장개혁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야한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광고하고 있다. 이 광고에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이 광고에 등장하여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장그래가 드라마 ‘미생’에서 맡은 캐릭터가 무엇이었는지, 그 캐릭터가 왜 이토록 뜨거운 열풍을 몰고 왔는지 알았다면 이 아이러니한 섭외는 과연 이루어졌을까? 이렇듯 단순히 ‘히트 상품’이라는 의미에만 초점을 맞추어 상품을 무한 재생산한다면  ‘킬러콘텐츠’는 ‘킬링콘텐츠’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변주되며 새로운 히트사례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 문화콘텐츠 시장을 확대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히트’ 아이템의 무한반복은 대중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동시에 던져줄 수 있다. 또한 정확한 의미나 콘텐츠의 가치는 간과한 체 ‘킬러콘텐츠’의 무분별한 돌려막기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킬러콘텐츠’가 진정한 히트상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제작자와 대중 모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