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35년 ‘전통공예명품전’… 이제, ‘명품’을 명품답게 기획할 때
[전시리뷰]35년 ‘전통공예명품전’… 이제, ‘명품’을 명품답게 기획할 때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임강사
  • 승인 2015.05.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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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3층 전통공예전시관에서 ‘전통공예명품전’이 열렸다.

잊혀져가는 한국공예의 맥을 잇는 공예인들이 35년 간 꾸준히 선보인 의미 있는 전시이다.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최맹식)과 (사)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이사장 신응수)가 공동 주최해 1년에 단 한번,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 이수자를 비롯해 시·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등 전국에 내로라하는 장인들과 전통을 사랑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소개하는 무대이다.

 ‘공예인들의 전승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이 전시는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전통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간문화재의 전통공예 ‘명품’과 더불어 현대 작가들이 전통을 재현한 현대공예의 ‘명품’도 함께 관람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시장을 찾은 필자는 명품이 명품으로서 대우 받지 못하는 텅 빈 전시장의 모습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명품’ 전시라는 주제 아래 관람객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전시장의 외로운 시선은 국외전시에서 넘쳐나는 인파 속에 한국공예에 쏟아지는 관심어린 시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라도 범국민적으로 전통의 가치를 인식하게 하고, 스스로가 자국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함을 의식화 한다면 전통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에 그보다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의식의 변화는 단기적이거나 강제적일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의식화라는 것이 있을 수 없고, 특히 문화의 영역에서는 시대적 변화를 배재하고 오직 전통과 민족문화의 보존을 위해 전통만 배려는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감성적인 문화의 활용은 불가능하다.

35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공예의 명품전시의 소외는 더 이상 국민의 의식 탓도 아니요, 전시를 진행하는 주최 측의 홍보 탓도 아닌 전시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명품’일 때만이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명품을 만들어내는 그 빼어난 기술력은 ‘맨날 똑같아’도 좋다. 그것은 전통을 잊지 않고 계승해온 한결 같은 장인들의 손기술 몫이다.

단, ‘맨날 똑같아’야 한다는 숙련된 장인의 기술 속에, 이제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기능적 향상도 기대해 볼 때이다. 장인들의 과거와 현대를 뛰어넘는 안목이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통공예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전이자 공예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통공예명품전’은 여느 공예 전시와는 달리 전승된 공예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와의 조화도 가능한 한국공예 전반을 소개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기에 탁월한 전시이다. ‘전통공예명품전’의 전시작품 가운데 30%가 현대 아티스트가 전통을 재현하는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완연히 전통을 계승해 그대로 재현한 문화재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전통기술의 재현이라 보기는 힘들지만 현대 작가들의 전통적 접근이 시도된 예술도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한국공예 전반을 다룬 ‘명품’ 전시에 있어 혼선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시에 기획력을 더해 한국공예 발전의 과도기적 어려움을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창작의 혼을 담은 명품전시 임이 분명한데, “맨날 똑같다”는 허무한 전시 관람의 후문이 들린다. ‘전통공예명품전’에서도 변화한 정책기조의 흐름에 발맞춰 세심한 기획력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맨날 똑같아’야 하는 것은 무형문화재의 기능을 보존해 전통에 뿌리내린 기술이면 충분하다. 이제 전통공예 전시에서도 시대적 변화에 순응할 줄 아는 경쟁력 있는 ‘명품’을 전시하는 기획의 방향이 정확히 제시돼길 바란다. 트렌드를 읽고, 수요자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한국공예의 힘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전시에 기획이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그 의도대로 전시는 색을 입게 된다. 그 색이 짙어 질수록 전시는 외롭지 않은 법이다.

 ‘명품’을 사들이는 이가 대중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을 배제해서는 안 될 일이며 돈 있는 재력가가 ‘명품’을 사들이는 주요고객 인지는 몰라도 명품의 가치에 무게를 실어주고 변화된 의식을 확산시켜주는 주요고객은 대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통공예의 명품을 모두가 치켜 세워주길 바라며 대중이 찾는 ‘전통공예명품전’이 공예인들에게 활력소가 되어 전통과 현대를 모두 담아내는 전시를 희망해본다.

오랜 전통을 지닌 명품전시에서 그 초석을 다지자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리 공예가 새로운 기능과 쓰임으로 옷을 갈아입고 전통의 기술과 그 깊이있는 아름다움까지 더해 진정한 명품으로 ‘명품 대우’ 받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