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더 얕고, 더 빠르게?! 그 밑바탕은 역시 실력과 진정성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더 얕고, 더 빠르게?! 그 밑바탕은 역시 실력과 진정성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06.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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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간단하고 편한 것이 가장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면서 지식도 뉴스도 빠르고 얕게 아는 것이 추세가 되었다. 이를 위해, 모르면 안 되지만, 간단하고 빠르게는 알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을 겨냥한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대변하듯, 인문학 서적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지난 몇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꾸준히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뉴스를 접하는 수단도 크게 달라져서, 기존의 포털사이트 뉴스 검색을 넘어 소셜 네트워크가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버즈피드’나 ‘피키캐스트’ ‘인사이트’ 등은 SNS를 통해 인기 있는 뉴스를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뉴스를 접하는 플랫폼이 모바일화 되면서 홈페이지나 특정 앱에 찾아 들어가 뉴스를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소셜네트워크를 하면서 자연스럽고 빠르게 뉴스를 접하는 현재 트렌드를 그대로 살렸다. 대중들의 니즈를 겨냥한 맞춤 서비스가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이렇듯, 조금 더 빠르고 간단하고 얕게, 하지만 몰라서는 안 될 지식들을 한번에 접하기위해 대중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르면 뒤처지고, 깊이 알기엔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TV 속 쿡방(쿠킹방송)트렌드에도 이러한 초간단, 빠른 추세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현재 쿡방의 생명은 마치 ‘스피드+간단’인 것처럼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에는 셰프들이 등장하여 스피드를 강조하고 있다. 셰프들의 빠른 손놀림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따라 하기 쉬운 듯하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는 대중들의 구미를 당기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백종원 셰프는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구수한 입담과 요리실력으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tvN의“집밥 백선생” 등 자신의 이름을 건 다양한 쿡방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의 모토는 간단하고 빠른 요리들이다.

또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우도, 셰프들의 요리 향연은 물론이거니와 15분이라는 제한시간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 간단한 냉장고 재료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법한(!) 요리를 선보이며 큰 재미를 주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얕고, 간단하고 빠르기만 하다고 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 줄 수 있을까?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발생한 ‘맹모닝’ 논란을 살펴보면 대중들이 얕고 간단한 것을 선호하는 대신 실력이나 진정성에 얼마나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지 알 수 있다. 맹기용 셰프는 처음 출연한 셰프이긴 하지만 이미 4년차 셰프이다. 그에게 간단함과 더불어 진정한 실력을 원했던 시청자들은 그에게 크게 실망하였다.

방송이 끝난 후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했고, 담당PD는 조금 더 지켜봐 달라는 말을 남겼다. 아직 1회 출연으로 그의 실력에 대해 모든 것을 평가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이전에도 보여줬던 실험적(?) 요리와 시도들이 그의 실력과 진정성에 대한 커다란 의문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하고 얕고 빠르게 정보를 접하고자 하는 대중들은 많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얕다고해서 대중들은 아무렇게나 빠른 것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도 얕다고 스스로를 낮추어 말했지만 결코 얕지 않은 지식이었기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또 백 셰프가 예능 대세가 된 것도 간단하고 쉽게 요리를 알려주지만, 그의 실력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대중들의 믿음 때문 일 것이다. 쉽고 빠르고 간단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검증된 실력과 진정성이라는 기본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