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명·지명 번역표기 통일 “혼란 없애”
문화재명·지명 번역표기 통일 “혼란 없애”
  • 이재명 기자
  • 승인 2015.06.18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체부, 국토교통부·문화재청·서울시·관광공사 등 ‘도로·관광 안내용어 번역 통일안’ 마련

서울로 혼자 배낭여행을 온 태국인 OO씨. 창덕궁 찾았던 그는 통일이 안된 각기 다른 표지판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다. 서울시 관광 지도는 ‘Changdeokgung (Palace)’, 도로 안내 표지판은 ‘Changdeokgung’, 궁 안 안내판에는 ‘Changdeokgung Palace’로, 심지어 관광 안내 책자에는 창덕궁이 ‘Changdeok Palace’로 표기돼 있었다.

하나의 대상에 서로 다른 방식의 번역표기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서울시, 관광공사 등과 함께 도로·관광 안내표지판, 지도 등에 사용되는 지명, 문화재명 등 우리말 명칭에 대해 통일된 영문 번역표기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통일안에는 자연지명과 문화재명 표기 시 전체 명칭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속성 번역을 병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도로 표지판 등 표기 공간의 제약이 있을 때에는 속성 번역을 생략하거나 약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생략과 약어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 관련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공지명은 명칭의 앞부분만 로마자로 표기하고 속성 번역을 병기한다.

▲ 도로·관광 안내 번역 표기 통일안 예시.
그동안 문체부가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었지만, 각 기관들이 각자의 번역지침에 따라 지명, 유적지명 등을 번역하면서 도로·관광 표지판이나 지도의 외국어 번역표기가 통일되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 체류 외국인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외국인들이 쉽게 지명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서울시, 국토지리정보원, 관광공사, 국방지형정보단 등 도로·관광 안내 용어 번역과 관련이 있는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으며, 관련 기관들도 지명과 문화재명 등의 번역표기 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공감하고, 통일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통일안에 반영하기 위해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및 주한 외국공관을 대상으로 영문표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명의 영문 표기에서 ‘명칭’과 ‘속성’이 구별되지 않거나, 속성을 알 수 없어서 불편을 경험했다(45.3%)는 답변이 많았다.
 
또한, 지명의 영문 표기 방식에 대해서는 ‘지명과 속성을 괄호 없이 병기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하고, 지도 표기 방식 역시 지명과 속성을 괄호 없이 병기하는 방식이 가장 잘 이해된다(62.0%)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한식, 문화, 도로·관광 등 공공용어 전반의 번역 기준을 제시하고자 2013년부터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서울시, 관광공사와 함께 「공공용어의 영어 표기 및 번역 지침(안)」을 마련해왔으며, 이를 올해 안에 문체부 훈령으로 제정할 예정이다. 훈령 제정 과정에서는 전문가, 관계부처, 지자체 및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 제정 후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등 소관기관들은 도로·관광 부문 조항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노후화한 표지판 등 교체 대상 표지판과 신규 표지판부터 통일안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국가 통합 번역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마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한번에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통합해 서비스하고, 상이한 번역어에 대해서는 기관 합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통일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는 물론 외국 언론 및 재외 공관 등에 통일안을 알리고 꾸준히 모니터링을 실시해 관련 용어의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