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서 떠나는 전시여행, DDP 전시 모음
동대문에서 떠나는 전시여행, DDP 전시 모음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7.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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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정신', '앤디 워홀 라이브', '간송문화전', 다양한 관점과 역사를 한 자리에서

얼마 전, 인스타그램 해쉬태그를 통해 DDP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디올 정신' 전시 개막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 및 국내외 유명인사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세계 SNS 사용자들에게 공개됐다. 패션 관계자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모습도 보였다.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려는 디올의 시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DDP에서 볼 수 있는 전시는 이뿐이 아니다. 앤디 워홀의 재기발랄한 작품들과 간송 전형필 선생의 컬렉션이 네 번째로 DDP에서 전시된다. 인류학자이자 미술 비평가인 김정아의 소개로 전시작들을 미리 만나본다.

▲ 이불 - '미스 디올' (사진제공=DDP)

DDP 알림 1관에서는 '에스프리 디올 - 디올 정신'이 8월 25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크리스챤 디올(1905-1957)이 1947년 2월 12일 파리의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70주년을 몇 년 앞둔 현재까지, 디올이라는 패션 브랜드가 보여주는 예술 세계를 망라한다.

서울 DDP에서의 전시는 디올 하우스의 세계를 보여주는 몇 차례 안되는 대규모 해외 전시 중 하나이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상하이와 도쿄에서 있었던 디올과 예술작품과의 관계, 또는 순수미술 작가들과의 협업이라는 맥락에서 이뤄진다.

패션과 예술의 콜라보레이션

서울 전시에는 6명의 한국 주요 작가들이 디올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과 혁신'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장인정신'을 키워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파리의 디올 하우스에서 이뤄진 예술로서의 패션의 역사가, 시공을 가로질러 2015년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난 것이다.

전시는 '파리', '디올과 예술가 친구들', '디올 가든', '디올 얼루어', '디올 아뜰리에', '디올의 스타들', '베르샤유: 트리아농', '미스 디올', '핑크에서 레드로', '쟈도르'의 10가지 주제의 방으로 구성된다. 이들 주제의 방에는 우리나라의 서도호('파리'), 김동유('디올의 예술가 친구들'), 김혜련('디올 가든'), 이불('미스 디올'), 박기원('핑크에서 레드로). 박선기('쟈도르') 등 6명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디올의 패션은 여성에게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게 하고, 자연 속의 꽃 한 송이가 되는 꿈을 꾸게 한다. 디올의 정신은 아름다움이 실현된 예술이라 할 수 있고, 패션을 예술로, 예술을 패션으로 이어지게 한 연결고리이다.

간송문화전 4부, 8월 30일까지 전시

DDP에서는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간송문화전을 시리즈로 개최해오고 있는데, 지금 전시 중인 4부는 '매난국죽梅卵菊竹): 선비의 향기'다.

▲ 이정- '풍죽'  (사진제공=DDP)

매난국죽은 유교문화권에선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사군자(四君子)라 해서 시화의 주요 주제가 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이후 유교문화권 속에서 문사들이 군자의 기상을 표출하기 위해 사군자를 많이 그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 전기까지 사군자 그림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간송 전형필 선생은 사군자를 눈에 띄는대로 수집했는데, 조선 시대 최고의 묵죽(墨竹)을 그렸다는 이정, 묵매(墨梅)의 최고라는 어몽룡의 작품을 오늘날의 관객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정의 '풍죽(風竹)'은 절정의 기량을 드러낸다. 중국의 풍죽은 바람이 보이는 듯하고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세를 발산하는 반면, 조선의 풍죽은 바람 자체나 바람이 부는 정경을 묘사하기보단 이를 견뎌내는 대나무의 응축된 기세를 표출한다. 이 작품은 전시실에 마련된 공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의 영상과 함께 전시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실제와 비슷해 그림이 주는 감동이 극대화된다.

한편 김홍도의 '신죽함로(新竹含露)'나 '백매(白梅)'난 기존의 그림들과 달리 낭만적 정취가 묻어난다. 문인의 절개보단 시인의 풍류다. 김정희의 '난맹첩(蘭盟帖)'은 추사 난법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로 구성된 책이다. 추사에 이르러 사군자화는 다시 시서화에서 모두 최고봉의 경지에 이른 문인화의 정점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외에도 주목해서 볼 작품들이 많으며, 사군자화가 걸어온 역사적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김정아 평론가는 "간송의 소장품은 어느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흐름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균형감이 있다"고 전시평을 밝혔다.

△ '앤디 워홀 라이브'  (사진제공=DDP)

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9월 27일까지 열리는 '앤디 워홀 라이브(Andy Warhol Live)'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전시로, 앤디 워홀(1928-1987)의 국내 미공개 작품부터 분야별, 시대별로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 워홀 미술관'의 소장품 중 400여 점이 선발됐다.

수집가로서의 앤디 워홀, '타임캡슐'

워홀의 유년시절 사진, 특유의 자화상, 상업 디자이너로서 활동했던 뉴욕 시절의 드로잉, 팝 아티스트로서 유명해진 1960~70년대의 실크스크린 작품, 유명인사들의 초상화, 워홀이 제작한 영화와 타임캡슐이라 이름 붙은 그의 일상의 기록이 포함된다.

그의 유명인 초상작들(실크스크린, 회화, 사진)이나 영화 '스크린 테스트'(필름이 돌아가는 4분 정도, 인물들이 아무런 감정표현 없이 그냥 앉아있는 모습을 촬영)에서도 느낄 수 있듯 그는 수집광이었다. '저장강박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물건을 수집했는데,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타입 캡슐'이다.

총 612개의 박스(큰 트렁크 1개와 금속 캐비닛 서랍 40개, 571개의 종이 소포 상자)로 이뤄지고,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소포 상자는 높이 11인치, 길이 18인치, 너비 13인치로 그 안에 평균 600여 가지의 잡다한 물품들이 들어있다. 예술품이나 값 나가는 수집품도 있지만, 대체로 종이류, 옷, 장식품, 장난감, 음반, 오디오 녹음기, 기념품, 심지어 음식도 있다고 한다.

'타임캡슐'은 후세에 앤디 워홀이란 인물과 작품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해주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문화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료이다. 또, 일관성 면에서 그의 다른 작품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예술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워홀의 디지털 아트와 영화, 타임캡슐 외에도 워홀을 상징하는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된다. 오늘날 '팝 아트의 교황'이라 불리는 그가 있기까지 그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