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제대로 보기]난 혁명가기질의 이광수교수를 존경한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제대로 보기]난 혁명가기질의 이광수교수를 존경한다
  • 조문호 사진작가
  • 승인 2015.07.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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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사진작가

내가 이광수선생을 좋아하는 건 단지 588사진집의 발문을 써주어서만이 아니라 불의를 두고 보지 못하는 피 끓는 그의 정의감 때문이다.

이광수 교수를 알게 된 것은 오래지 않았다.

올 들어 전시장에서 몇 차례 만나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마침 지난 동강국제사진제에서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는데, 그의 강직한 의지와 소탈한 인간적 면모에 매료된 것이다.

무슨 일이던 개혁을 하려면 혁명가기질의 총대를 멜 사람이 필요하다.

바른말을 쏟아내는 이규상선생의 투사정신도 이광수선생 못지않지만 '눈빛출판사'를 운영하며 긴 세월 얽혀 온 사진판의 인맥들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느지막이 사진평론가로 등장한 이광수선생은 그 부분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분 모두 일신상의 손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왕따에다 직업 또는 사업상의 불이익을 당 할 건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약자들을 위해 강자들과 싸울 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사진판 개혁을 운운하는 네가 직접 나서 칼을 휘두르라 할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나설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긴 세월 이어져 온 공모비리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여러 사진단체 일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문제점들은 하나하나 끄집어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난 14회 동강국제사진제 워크샵의 첫 회 발제자인 진동선선생께서 최민식사진상 문제를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용인즉 몇몇 사람의 문제 제기에 대부분의 사진인들이 입을 다물었고, 특히 2-30대의 젊은 사진인들이 나서지 않아 힘을 얻지 못했다는 말에 공감했다.

왜 사진인들이 남의 일처럼 등짐만 지고 지켜보고 있을까? 귀찮아서, 아니면 찍힐까봐..
그리고 동강사진제에 다녀 와 올린 윤한수씨의 글도 이해는 되었다.
기득권에 줄 대려 살살거리는 꼬락서니에 염증을 느껴 이후로 아예 신경을 끊겠다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10여 년 전 똑 같은 생각을 하며 내 일만 하고 지냈으나, 뿌리만 더 깊어졌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일이기에 끝까지 물고 널어져야 하는 것이다.
똥이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는 말도 있지만, 더러워도 밟아 짓이겨버려야 한다.

이 명경알 같이 밝은 세상에 아직까지 개 같은 일들이 계속된다는데 분통이 터진다. 힘들어도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는 많은 다큐사진가들의 좌절감을 생각하니 속이 뒤집힌다.
최민식사진상에서 터져 나온 논란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사진판의 병폐 중 조그만 불씨에 불과하다.

이제 시작된 기득권과의 전쟁에서 기어이 이겨내야한다.

*사진작가 조문호 선생은 30여 년 동안 사회 환경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동아미술제’와 ‘아시안게임기록공모전’에서 각각 대상 수상. ‘전농동 588번지’, ‘87민주항쟁’, ‘동강백성들’, ‘두메산골 사람들’, ‘인사동 사람들’,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등 열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저서로는 <동강 백성들> 포토 에세이집, <두메산골 사람들> 사진집, <인사동 이야기> 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사진집, <전농동 588> 사진집 등을 출판했다.

조문호 선생은 한때 문학도를 지망했던 사진작가로 그의 글은 직설적이고 해학적이며, 예리하게 문제를 파헤치는 뷰파인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격한 언어들도 있겠지만 애써 정제하지 않겠습니다. 불합리와 비정상 투성이의 답답한 현실에서 독자 여러분들께서 대리 만족을 느끼시실 바라는 뜻에서 입니다. 조 선생은 어느 날은 사진현장에서 또 다른 날은 인사동 선술집 귀퉁이에서 선생의 성격처럼 때로는 껄껄 웃음을 담기도 하고, 결 고운 감수성에 어느 날 눈물 뚝뚝 흘리면서 글을 보내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두 문화예술계에 몸 담고 살아가는 예술인들의 삶의 희노애락이 곰삭아 올라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재의 첫 시작은 조 선생이 운영하는 블로그  ‘조문호의 사진아카이브 인사동이야기’에 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유는 최근 사진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최민식사진상>과 <동강사진제> 문제를 짧지만 정곡을 깊이 찌르는 글이기에 두루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입니다. 앞으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지면을 통해 만날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제대로 보기>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편집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