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인 아빠를 부탁해", 자전적 1인극 <어쩔 수가 없어>
"'광대'인 아빠를 부탁해", 자전적 1인극 <어쩔 수가 없어>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8.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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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 무녀 조아라의 멀티인터렉티브 굿놀이, 29일~9월6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

젊은 소리꾼의 실험적 1인극이 오는 29일(토)부터 9월 6일(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펼쳐진다. 201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다원분야에 선정된 ‘싸이코 무녀 조아라의 멀티인터렉티브 굿놀이’  <어쩔 수가 없어>다.

▲ 8월 29일~9월 6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

배우이자 소리꾼 조아라가 1980-90년대 코미디언으로 활약한 아빠 조정현을 탐구해 나가며 자신의 길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1인극으로, “어쩔 수가 없어”는 코미디언 시절 조정현의 유행어다. 사람이 살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관계, 상황, 그리고 삶의 굴곡을 ‘조정현’과 ‘조아라’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며, 다큐멘터리, 연극, 판소리, 사운드, 비디오 등 여러 매체가 상호작용하는 형식(multi-interactive)을 활용한다.

‘어쩔 수가 없’는 광대의 숙명

어린 시절, 조아라는 아버지 조정현이 판소리를 가지고 만든 코미디프로를 따라 하며 ‘광대’의 숙명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무대 위 희극과 반대로 코미디언 조정현의 삶은 비극이었다.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던 그는 99년부터 뇌졸중으로 투병했고, 이후 10년 넘게 후유증과 싸우고 있다. 조아라 역시 아버지가 억지로 시켜서 한 판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그렇게 희극적인 삶을 살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어쩔 수가 없’는 부녀관계

30대 중반 여성이자 독립예술가인 조아라는 세상의 기준에 휩쓸리고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리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집요하게 자신에게 물은 끝에,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은 희생이나 죽음이 아니라 물을 통해 저 너머에 있는 자기 자신과 만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하지만 조아라가 마주하게 된 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바로 부친인 조정현이었다고.

그는 아버지 조정현과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이 해야 하는 ‘살풀이’인 것이다. 그는 조정현의 스크랩북과 비디오 자료를 전부 보면서 대본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판소리 <심청가>에서 모티프를 얻어 자기를 찾고자 인당수에 빠진 ‘조아라’와 마음의 눈이 먼 ‘조정현’으로 부녀의 관계를 무대에 재설정했다.

심한 몸살에 걸린 배우가 무대에 서는 순간 자신의 배역에 ‘빙의’해 모든 것을 쏟아내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와 계속 몸살을 앓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관객의 눈에 배우와 무속인의 숙명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무대 위 ‘광대’로서의 자신과, 무대 아래 애정결핍 ‘딸’로서의 자신을 살풀이로 풀고 직시하려는 조아라의 살풀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