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인사동을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메카로 만들자.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인사동을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메카로 만들자.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5.08.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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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조문호 사진가

인사동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정겨운 정서를 오롯이 담은 곳이었다.

오래된 골동가게와 표구점들, 고풍스런 분위기의 음식점과 찻집들이 골고루 뒤섞여 인사동만의 풍류가 넘실댔다. 미로 같이 얽힌 인사동 골목골목에는 지난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한 자락씩 깔고 앉은 예술가들이 밤새워 술잔을 치켜들며 사람냄새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인사동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우리만의 정겨운 풍정은 사라지고, 싸구려 기념품이나 파는 관광지로 변한지 오래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조차 줄어들고. 인사동의 정체성을 빛낸 가게들도 하나 둘 밀려났다. 그 자리에 짝퉁 관광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선 것이다. 그렇다고 시류를 거슬러 옛날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 인사동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우리문화의 품격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변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인사동에 수많은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지만, 그 많은 전시장들이 텅텅 비어있다.하루 10만 명이나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전시장으로 이끌 방법은 없는가?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의 큐레이트와 연계해, 전시장마다의 작업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주 단위의 전시 안내서 제작도 절실하다. 전시에 관심 많은 사람들조차 정보 부재로 방황할 때가 많다. 그리고 전시 작가들의 리프렛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는 진열대를 만드는 등 관광객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야한다.

그래서 무명화가의 그림까지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메카로 만들자. 그리고 인사동과 북촌지역을 연계하는 국제적인 아트페어를 해마다 개최하여 인지도를 높이자. 그래야 해외의 유명작가들이 인사동으로 작품을 싸들고 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관공서와 작가 시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예술과 친숙하지 못했던 구세대들은 전시문화에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감수성이 예민한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미술관에 자주 들릴 필요가 있다. 전시 작가들도 관객을 위한 배려가 태부족이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고, 관광객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옛날 영화관 광대처럼 등짐 북을 메고 돌며 전시를 알리는 퍼포먼서는 안될까?

그리고 인사동 문화를 통괄하는 지자체 부서도, 전문지식이 없는 행정 공무원으로는 안 된다. 문화기획자를 영입하여 각계 문화 인사들과의 연결망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오래전 종로구청에 제안한 적도 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작은 이득에 눈이 어두워 큰 것을 놓치는 상인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말 빨 없는 예술가들의 넋두리만 인사동 술집으로 흘러 다닐 뿐이다.

이제 전통과 현대예술이 어우러진 인사동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대 문예부흥을 일으켜 보자.

*사진작가 조문호 선생은 30여 년 동안 사회 환경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동아미술제’와 ‘아시안게임기록공모전’에서 각각 대상 수상. ‘전농동 588번지’, ‘87민주항쟁’, ‘동강백성들’, ‘두메산골 사람들’, ‘인사동 사람들’,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등 열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저서로는 <동강 백성들> 포토 에세이집, <두메산골 사람들> 사진집, <인사동 이야기> 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사진집, <전농동 588> 사진집 등을 출판했다.

조문호 선생은 한때 문학도를 지망했던 사진작가로 그의 글은 직설적이고 해학적이며, 예리하게 문제를 파헤치는 뷰파인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격한 언어들도 있겠지만 애써 정제하지 않겠습니다. 불합리와 비정상 투성이의 답답한 현실에서 독자 여러분들께서 대리 만족을 느끼시실 바라는 뜻에서 입니다. 조 선생은 어느 날은 사진현장에서 또 다른 날은 인사동 선술집 귀퉁이에서 선생의 성격처럼 때로는 껄껄 웃음을 담기도 하고, 결 고운 감수성에 어느 날 눈물 뚝뚝 흘리면서 글을 보내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두 문화예술계에 몸 담고 살아가는 예술인들의 삶의 희노애락이 곰삭아 올라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재의 첫 시작은 조 선생이 운영하는 블로그  ‘조문호의 사진아카이브 인사동이야기’에 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유는 최근 사진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최민식사진상>과 <동강사진제> 문제를 짧지만 정곡을 깊이 찌르는 글이기에 두루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입니다. 앞으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지면을 통해 만날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제대로 보기>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편집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