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그레뱅 뮤지엄의 명과 암
[전시리뷰] 그레뱅 뮤지엄의 명과 암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8.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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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 밀랍인형의 디테일은 아쉬워

유명인, 그 중에서도 연예인과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그런데 그런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실제로 가능하다. 그레뱅 박물관에 가면 말이다.

그레뱅 박물관은 밀랍인형 전문 박물관이다. 원래 그레뱅 박물관은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에펠탑과 루브르, 베르사유 궁전에 이어 7번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133년의 유수한 전통을 가진 박물관이다. 뒤이어 세계 곳곳에서 그레뱅 박물관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외에도 캐나다 몬트리올과 체코 프라하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에 박물관이 들어섰는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그레뱅 박물관이 들어섰다.

▲ 그레뱅 박물관에 전시된 배용준 밀랍인형

한국에 개관한 그레뱅 박물관이 세계 여러 곳의 그레뱅 박물관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 그레뱅 박물관에 소장된 밀랍인형 가운데 한국 유명인의 비율이 전체 밀랍인형의 37%를 상회할 정도로 ‘한국적인 밀랍인형’의 콘셉트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미션 임파서불: 로그네이션’의 톰 크루즈와 안젤리나 졸리, 그의 남편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 같은 할리우드 배우의 밀랍인형만 전시된 것이 아니라 한류스타인 김수현과 이민호, 장근석과 박신혜, 김연아와 배용준, 박찬호와 싸이, 지드래곤과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의 밀랍인형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그레뱅 박물관에 비치된 밀랍인형은 할리우드와 한류 스타만 있는 게 아니다. 피카소와 앤디 워홀, 반 고흐와 같은 예술인을 비롯하여 반기문 UN 총장과 오바마 대통령, 심지어는 고인이 된 만델라 대통령과 간디도 밀랍인형으로 만날 수 있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살아있는 유명인은 밀랍인형으로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쳐도, 마릴린 먼로처럼 고인이 된 유명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점에 대해 그레뱅 인터내셔널 대표인 베아트리스 드 레이니에즈는 “대통령 같은 인물은 만나보지 않은 인물이라 유명인처럼 3D 작업을 할 수 없었지만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동영상으로 밀랍인형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 그레뱅 박물관에 전시된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의 밀랍인형

밀랍인형을 자세히 보면 머리털이 한 올 한 올 정교하게 붙어있는 건 물론이고 속눈썹 하나 하나까지 세세하게 작업되어 있다는 걸 관찰할 수 있다. 밀랍인형 하나를 만들 때 그만큼 공을 들여 만들어졌다는 거다. “밀랍인형 하나를 만들 때 6개월이 걸린다”는 그레뱅 인터내셔널 대표인 베아트리스 드 레이니에즈는 한국의 유명인을 밀랍인형으로 만든 과정에 대해 “한국의 유명 인사를 작년 9월부터 만나서 작업을 시작했다. 밀랍인형을 만드는 매 과정마다 (한국의 유명인에게) 확인을 받으며 제작했으며, 막판에 제작 콘셉트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의 유명인이 입던 옷을 밀랍인형에 기부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디테일하게 만들어진 밀랍인형만 감상하고 사진을 찍기에는 섭섭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 박물관은 ‘체험도 할 수 있는 밀랍인형 박물관’의 콘셉트를 추구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밀랍인형이 전시된 장소는 전용기 콘셉트로 만들어진 전시관, 이곳에서는 가상으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의 밀랍인형이 전시된 방에서 사진을 찍으면 관람객의 사진이 앤디 워홀의 작품처럼 디자인되기도 한다.

▲ 그레뱅 박물관에 전시된 싸이 밀랍인형

그럼에도 한국 그레뱅 박물관은 아쉬운 점도 있다. 머리카락 하나 하나, 속눈썹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박물관의 밀랍인형만 감상하지 말고 다양한 오감체험을 하라는 박물관의 세심한 배려는 분명 고마운 부분이다. 하지만 몇몇 한류스타의 밀랍인형은 사진으로 차마 싣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퀄리티가 떨어진다.

서양 유명인의 밀랍인형은 실물에 가깝게 만든 반면에 한국 유명인의 밀랍인형 몇몇은 6개월 이상을 공들여 만든 퀄리티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을까 하는 퀄리티적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차라리 한국 개관 일정을 좀 더 늦추더라도 밀랍인형의 부족한 디테일을 보완하고 개관했다면 김수현과 이민호의 밀랍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기 바라는 한류 팬의 기대를 100% 만족시켰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