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바탕 판소리 밥상, <세기의 기행, 판소리의 맛과 멋>
다섯 바탕 판소리 밥상, <세기의 기행, 판소리의 맛과 멋>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8.27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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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방송 기획· 제작, 판소리에 숨겨진 전통한식의 세계

먹방계에 명품이 떴다. 한국의 판소리 명인과 음식 명인이 판소리 다섯 바탕의 음식을 재현해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5부작 다큐멘터리 <세기의 기행, 판소리의 맛과 멋>은 판소리 다섯 바탕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맛과 멋의 세계를 화면에 구현한다. 국악방송 홈페이지(www.gugakfm.co.kr)를 통해 언제나 시청 가능하며, 케이블방송 FOOD-TV도 정규편성을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조선 후기 서민의 삶이 녹아 있는 판소리에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코드가 숨어 있다. 3백여 년 전 음식 문화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것. 국악방송이 ‘전통한류의 확산’을 위해 판소리에 숨은 우리 선조들의 ‘맛’과 ‘멋’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기행을 영상다큐멘터리로 기획, 제작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 국보급 명창들의 전통소리로 맛보는 전통음식 향연

조통달(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전수조교), 김일구(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전수조교), 김수연(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전수조교) 명창을 비롯해 김성예, 송재영 명창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창이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에 등장하는 월매 밥상, 심청의 밥상, 흥보네 밥상 등을 소리로 불러낸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이 엄격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신선로, 갈비찜, 영계찜 등 하나뿐인 사위 대접하는 춘향가 속 월매 밥상이 공개된다. 또, 기순도(전통식품 명인 제35호), 민경숙(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남도의례음식장), 전라도 김치 명인 김옥심 등을 비롯해 대한민국 음식 명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판소리 밥상을 통해 우리 음식 문화에 담긴 역사를 조명한다.

 

[1부. 춘향의 비밀코드]

끌끌 우는 생치 다리, 호도독 포도독 메초리탕, 꼬끼오 영계찜, 어전, 육전이며, 수란탕, 청포채에다 겨자, 고추, 생강, 마늘, 문어, 전복 봉을 오려 나는 듯이 괴어놓고, 전골을 들여라

- 월매가 이도령을 위해 음식상을 차리는 대목 中

퇴기 월매의 딸 춘향과 남원 부사의 아들 이도령의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그려낸 춘향가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그러나 월매가 이도령을 위해 영계찜, 어전, 육전, 신선로 등이 오른 화려한 밥상을 차려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월매의 밥상은 산해진미로 가득할 뿐 아니라, 신선로 같은 궁중음식까지 올랐다. 중인 출신 월매가 어떻게 궁중음식을 차릴 수 있었을까? 또 춘향가 속에 등장하는 고추의 유입은 우리 밥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변학도의 잔칫상에 오른 고기 요리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춘향가 속 비밀스러운 암호를 풀어본다.
 
[2부. 연꽃으로 핀 효심, 심청의 밥상]
 

한 술씩 덜 잡수시고 십시일반 주옵시면 부친 공양을 허겄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허리 그릇밥, 김치, 장을 애끼잖고 후히 주며

- 심청이 밥을 빌어 아버지를 봉양하는 대목 中

 
눈 먼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심청이 밥을 빌어오는 대목은 여전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 속에는 한국인의 밥상으로 대표되는 밥과 김치, 젓갈이 등장한다. 과연 심청이 살았던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은 어떤 김치를 먹었을까? 배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 소금에 절인 채소 김치에서부터 그 시절 이름을 떨쳤던 전라도 지역 양반들이 먹던 반지김치, 왕의 밥상에 오르던 비늘김치까지 재현했다. 또, 냉장고가 개발되기 전, 생선을 소금에 절여 저장하기 위해 탄생한 젓갈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지, 젓갈에 얽힌 흥미로운 비밀을 밝혀본다.

 
[3부. 흥보네 밥상에 담긴 지혜]

 “어머니, 나는 서리쌀밥에 육개장국 한 그릇만 먹었으면.” 또 한 놈이 나앉으며, “어머니, 나는 호박떡 한 시루만 해주시오. 호박떡은 더워도 달고, 식어도 달고, 참 맛이 좋지.”

 - 흥보 아내 탄식하는 대목 中

 

 “아차, 내가 잊었다! 초장, 초장. 아니다. 방장, 천장. 아니다. 고추장, 된장. 아니다.”

 - 화초장 타령 中

매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했을 정도로 헐벗고 굶주렸던 당대 서민의 삶을 묘사한 흥보가. 흥보네 자식이 먹고 싶다고 노래한 떡과 육개장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관혼상제와 세시풍속이 자리 잡았던 조선 시대는 화려한 떡의 전성기를 맞는다. 과연 흥보가를 부르던 시절, 우리 선조들이 즐겨 먹던 떡은 무엇이었을까? 봄에 피는 진달래를 따다 지져 먹던 화전에서부터 가을에 추수한 햅쌀로 빚은 전국 8도의 다양한 송편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 선조들이 즐기던 떡을 재현했다. 또 화초장 타령에 등장하는 된장이 과연 우리네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에게 부족한 단백질을 채우기 위한 최고의 콩 발효식품으로, 그 시절 흥보네 밥상에 숨겨진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본다.
 
[4부. 수궁가에 숨겨진 한식의 비밀]

내가 개도 아니로다. 그러면 무엇이냐? 송아지로다. 송아지라니, 더욱 좋다! 제선왕 헌종시에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죄도 없는 소가 어찌 여기 왔느냐. 도탄에 너를 잡아 두족, 앞 뒷다리, 선지, 내장은 설렁탕 집으로 보내고 안심, 밧심 두 볼기는 정조, 한식, 단오, 추석 사명일 기제사에 고기 감으로 실컷 쓰고

- 나졸들이 토끼를 잡아들이는 대목 中

용왕과 별주부를 지배층으로, 토끼를 서민으로 그려 시대상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수궁가. 그 속에는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설렁탕이 등장한다. 과연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설렁탕을 먹기 시작했을까? 설렁탕의 유래와 역사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본다. 또, 선조들의 밥상에 설렁탕, 용봉탕,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의 근본은 곧 약과 같다.’라고 하는 약식동원사상을 통해 오늘날에도 맛과 영양 면에서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식에 담긴 정신을 조명한다.
 
[5부. 적벽가로 맛보는 한식의 향연]

조조 진중에 술 많이 빚고, 떡도 치고, 밥도 짓고, 우양을 많이 잡아 장졸을 호궤할 제…

 - 조조가 병졸들에게 잔치를 베푸는 대목 中

영웅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전쟁터로 끌려나간 힘없는 병사들을 주인공 삼은 한국판 삼국지 적벽가. 조조가 병사들에게 잔치를 베푸는 대목에는 ‘술’이 등장하는데, 과연 적벽가 속 군사들이 마신 술은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막걸리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 시대는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는 것을 종가의 최대 덕목으로 꼽았던 시기로, 집집이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꽃피었다. 사대부들이 마시던 술은 청주나 약주로, 시를 주고 받으며 풍류를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술의 의미는 달랐다. 막 걸러서 먹는다는 의미의 막걸리 한 잔으로 노동의 고단함을 잊고 배를 불릴 수 있었다.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술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적벽가 속에 등장하는 잔칫상에 오른 음식들에 깃든 나눔의 정신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