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인터뷰는 약속입니다
[취재후기]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인터뷰는 약속입니다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8.28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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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에 일정 잡아놓고는 인터뷰 펑크...사전에 제작진과의 조율은 어디로?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인터뷰이나 인터뷰어에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서 홍보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를 가끔 본다. A배우는 인터뷰를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홍보담당자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아뿔사! 등산하던 지역이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 홍보담당자에게 제 때 전화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초래한다.

▲ '잃어버린 얼굴 1895’포스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B배우는 인터뷰를 위해 남산터널에서 차를 몰고 오는 중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서 인터뷰 시간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하는 펑크를 낸다. 뒤이은 다른 배우의 인터뷰만 없으면 1시간가량은 어떻게든 기다릴 수 있겠지만, 그날은 오후에만 인터뷰가 4건이 있던 날이었다. 교통체증으로 차가 막힌 B배우를 뒤로 하고 다른 배우의 인터뷰를 위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A배우나 B배우의 경우에는 양반에 속한다. 심지어 J라는 배우는 인터뷰 약속을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15분가량 늦게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물론 J배우 인터뷰는 그 뒤로 절대로 진행하지 않는다.

여러 매체에서 500회 가량 아이돌, 영화배우, 뮤지컬배우, 연극배우, 탤런트, 가수 등의 다양한 공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와 관련해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순전히 착각이었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을 제작하는 서울예술단의 인터뷰 펑크 사태는 앞에서 열거한 인터뷰 지각은 애교로 넘길 만큼의 대형 사고였기 때문이다.

원래 인터뷰는 넉넉하면 일주일이나 열흘 전에, 촉박해도 3-4일 전에, 홍보팀이 아주 촉박하게 일정을 잡는다 해도 대개 2일 전에 인터뷰 일정이 잡힌다. 그런데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담당하는 서울예술단 홍보팀의 경우에는 다른 홍보팀의 연락과는 달리 인터뷰 하루 전에 촉박하게 날자가 잡혔다.

서울예술단이 인터뷰를 요청한 일자와 시간에는 이미 다른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 시간에 도착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다른 뮤지컬로 인터뷰를 세 번 진행했던 배우와의 인연도 각별했기에 먼저 잡힌 인터뷰를 간략하게 정리한 채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 '잃어버린 얼굴 1895’대학로에서 극장 임대료를 걱정하면서 재정에 전전긍긍하는 자그마한 극단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펑크가 나는 경우를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열악한 사립 단체도 아니고 엄연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서울예술단이 대학로에 있는 소극단에서도 저지르지 않는 아주 초보적이고도 기초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사진제공=서울예술단)

그런데 배우가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 시간이 5분을 넘겨 홍보담당자가 급하게 알아보니 인터뷰 장소로 발길을 돌렸어야 할 배우가 연습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다. 배우가 인터뷰를 잊어서, 혹은 게을러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연습을 좀 전에 시작해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약간 늦는 것이라면 다른 배우들의 지각 사례도 얼마든지 있기에, 그러면 연습이 언제 끝나는지 알아봐 달라고 홍보팀에 요청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해당 배우가 주연 배우라 언제 연습을 마칠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에 있을 일정 때문에 연습하는 배우를 한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빈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제작팀과 홍보팀이 손발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인터뷰 펑크였다. 대학로에서 극장 임대료를 걱정하면서 재정에 전전긍긍하는 자그마한 극단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펑크가 나는 경우를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열악한 사립 단체도 아니고 엄연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서울예술단이 대학로에 있는 소극단에서도 저지르지 않는 아주 초보적이고도 기초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인터뷰 날자도 필자가 정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서울예술단 홍보팀에서 요청한 날자였기에 이번 인터뷰 펑크 사태는 언론에게 큰 결례를 행한 사례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서울예술단의 홍보 담당자는 작품을 알리는 인터뷰 일정 잡는 것에만 급급했지, 제작팀이 어떤 동선으로 몇 시에 어떻게 연습하고 움직이는가에 대한 조율이 인터뷰 당일에도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었다. 홍보 담당자가 최소한 오전에라도 제작진과 협의를 거친 다음에 약속한 인터뷰 일정과 맞지 않으면 인터뷰어에게 연락해서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했어야 하는 게 예의가 아니었을까.

▲ '잃어버린 얼굴 1895’열악한 규모의 사립도 아니고 엄연히 국공립 단체인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서울예술단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인터뷰는 약속입니다”(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런 식으로 제작진과 홍보팀이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이번 공연은 고사하고 앞으로 있을 수많은 공연을 주먹구구식으로 홍보하지 않을까 하는 심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규모의 사립도 아니고 엄연히 국공립 단체인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서울예술단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인터뷰는 약속입니다” 약속이라는 기초 중의 기초를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자체가 균열되는 건 물론이고 해당 홍보팀은 불신을 초래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