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언더/오프 그라운드-19금90>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언더/오프 그라운드-19금90>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8.29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0년대 X세대의 오래된 청춘... 9월 18.~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9월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신작 <19금90>을 발표한다.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 사진제공: 국립현대무용단

이 작품은 1990년대를 거친 세대가 어떤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예술을 확립했는가에 대한 해답 찾기다. 제도교육의 토대 위에서 다양한 문화적 세례를 받은 그들은 새로운 몸과 감각, 욕망을 지니며 선배들과 결별을 꾀한다. 그때 그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90년대의 거리예술일 수도 있고 클럽과 키치, B급 문화 같은 하위문화일 수도, 홍대 주변 언더그라운드 문화로 대변되는 흐름일 수도 있다. 당시의 문화적 자양분이 어떻게 그들에게 작동했으며, 그 세대의 경험이 어떻게 새로운 예술로 변환했는지 살펴본다.

시대의 영감, 2015년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해 <우회공간>을 통해 1970-80년대 현대무용 1세대의 창작 정신과 실재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 이후 세대를 집중 조명한다.

안무가들의 안정적 창작 환경을 위해 마련한 레지던시의 일환이기도 하다. ‘밑-레지던시’ <언더/오프 그라운드-19금90>은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세 레지던시 중 마지막으로, 20대에 1990년대를 통과한 4인 안무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 사진제공: 국립현대무용단

어떻게 또다시 동시대적 영감으로 이어지는가?

1980년대 민주화 세대에서 벗어나 X세대로 불렸고, PC 통신은 물론 삐삐에서 핸드폰까지 단숨에 거친 통신 1세대이자, IMF를 경험하면서 취업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그들이 보여줄 예술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를까. 서구에서 들어온 각종 하위문화, 밴드를 중심으로 한 언더그라운드 음악, 대중문화와 적극 조우한 시각예술 등의 흐름 속에, 무용가들 역시 대학 커리큘럼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편 아직도 변한 것 별로 없는, 막막하고 지친 현실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뮤지션인 성기완의 음악과 드라마투르그로 합류

▲ 사진제공: 국립현대무용단

'90년대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한 ‘3호선버터플라이’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이 음악과 드라마투르그로 함께 작업한다. 개성 강한 4인의 안무가들을 조율하고 배치하는 구심점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90년대 정서가 담긴 음악을 재해석, 재배치함으로써 단순히 당시의 향수와 추억을 재생하기보다 현재에도 유효하게 거듭난다. 또, 그가 제안하는 음악적 매트릭스의 열린 구조 안에서 안무가들이 각자의 예술적 영감과 기억을 소환하며 역량을 펼친다.

4인의 안무가에게 1990년대는?

박나훈은 홍대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얻은 '무모함과 순수함'으로, 이경은은 사방이 막힌 노래방에서 원 없이 질러대고 발산하던 '도발'로, 이윤정은 IMF라는 역사의 태풍에 휘말리며 살기 위해 같이 흔들렸던 '흔들림'으로, 안영준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대에서 혼자 전쟁을 치르던 '경쟁'으로 기억한다.

성기완 드라마투르그는 "'90년에는 중대한 문화사적 사건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공연심의위원회 철폐’다.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의 허락이나 승인 없이, 오직 자유의지로 자유롭게 말하고 노래하고 카메라를 돌리고 붓질을 하고 춤출 수 있었다. 그런 세상이 된 지 겨우 20년밖에 안 된다."고 핵심을 짚는다.

▲ 사진제공: 국립현대무용단

"더욱 중요한 건 자기 방을 가진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 방이 있는 아이들’의 문화가 자유로운 발언대 위에 설 수 있었던 그 시대는 엉뚱했고, 제 맘대로였고, 역동적이었다."고 회상하며, "물론 컨텐츠 자체가 훌륭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그 세대 친구들의 표현은 지금 보면 투박하고 설익은 것일 수도 있으나, 분위기는 분명 새로웠고 공기는 신선했다."고 옹호한다.

그의 질문이 날카롭다. "한사코 주류문화를 거부하던 고집 센 비주류 문화의 투사로 남아 있는 사람이 지금도 있나? 우리는 어정쩡한 탈출을 꿈꾸던 무력한 이방인들인가?"

19세 이상 관람 가. 예매처: 공연예술센터, 인터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