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전쟁을 창극으로! 국립창극단 신작 <적벽가>
세기의 전쟁을 창극으로! 국립창극단 신작 <적벽가>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9.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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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5일(화)부터 19일(토)까지 5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은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으로, 오는 15일(화)부터 19일(토)까지 고난도의 판소리 ‘적벽가’로 만든 신작 창극 <적벽가>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한국 대표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 송순섭의 만남

▲ 적벽가 연습장면(사진제공: 국립극장)

‘적벽가’는 호방하면서도 고음이 많고 풍부한 성량이 필요해,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가창의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소리꾼의 기량을 드러내는 척도가 됐다. 소리꾼을 만나면 먼저 ‘적벽가’를 할 줄 아는지 공손히 묻고 못 부른다고 하면 바로 말을 낮추며 귀하게 대접하지 않았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 국립창극단도 창단 50여 년 동안 ‘적벽가’를 창극으로 만든 것이 1985년과 2003년, 2009년 단 세 번 뿐이다.

선 굵은 남성 영웅들의 이야기 ‘적벽가’를 이번에 새롭게 창극화하는 이는 한국 1호 여성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이다. 그를 창극 무대로 불러온 가장 강력한 힘은 단연 판소리 ‘적벽가’였다. 이 연출은 “판소리 ‘적벽가’는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며, 소리가 지닌 격조 높은 음악적 힘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창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국지의 영웅담 뒤편에 스러져간, 망자(亡者)들이 전하는 증언의 무대

이어 판소리 ‘적벽가’를 통해 우리가 곱씹어야 할 가치는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할 처참한 역사'라 지적한다. 그는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을 적벽대전에서 스러져간 망자(亡者)로 놓고, 이 망자들로부터 다시 있어서는 안 될 핏빛 역사의 증언을 듣는 ‘증언의 무대’로 꾸밀 예정이다.

▲ 송순섭 명창(사진제공: 국립극장)

작창 및 도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의 예능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이 맡았다. 송 명창은 정통 동편제 판소리 ‘적벽가’를 잇는 대가이자 한자어 많은 사설을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 수십 년간 학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며 가장 잘 정리된 창본(唱本)을 제작한 권위자이기도 하다. 1936년생으로 올해 딱 팔순인 그는 공연 때 도창으로 무대에서 ‘적벽가’ 눈대목인 ‘조자룡 탄궁(彈弓)’, ‘새타령’, ‘적벽대전’ 대목도 직접 부른다.

원작의 음악적 힘과 아름다움을 이어받은 창극

송 명창은 사설의 뜻을 소리꾼이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음의 장단을 지켜서 또렷한 발음과 발성으로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공연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창자의 전달력에 신경 쓸 뿐 아니라, 해설 자막도 송출한다.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이소영 연출가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김주현이 <적벽가>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구성작곡가는 국립창극단 <장화홍련>, 국립극장이 제작한 <단테의 신곡>에서 음악을 담당한 젊은 국악 작곡가 홍정의다. 두 사람의 리드 아래 피리, 아쟁, 양금, 소리북 등의 국악기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팀파니 등의 양악기로 구성된 7인조 음악팀은 소리의 결을 돋보이게 하도록, 창자의 노랫가락을 따라가는 수성(隨聲) 반주가 아닌 실험적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한다.

▲ 연습하는 단원들(사진제공: 국립극장)

적벽대전을 다루는 만큼 국립창극단의 모든 배우와 객원 단원은 물론 12명의 객원 무용수와 10여 명의 아역까지, 모두 66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도창인 송순섭 명창을 필두로,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조자룡· 공명 등 『삼국지』 영웅을 비롯해, 이소영 연출이 이번 작품에서 귀히 여기는 군사와 백성(여성) 등을 국립창극단원이 모두 맡는다.

가격 부담 낮추는 '공연티켓 1+1'

한편, 이달부터 침체한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공연티켓 1+1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부 시책에 동참하기 위해 국립극장은 자체적으로 ‘1+1 티켓’을 운영한다고. <적벽가> VIP석(7만 원) 또는 R석(5만 원) 티켓을 정가 구매한 관객은 정가 티켓 1장당 1매를 무료 지원받을 수 있으며, 1인 4장(정가구매권 2+무료지원 2)까지 가능하다. (각 회차별 수량 한정) 국립극장 콜 센터(02-2280-4114~6)를 통해서만 예매할 수 있다.